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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Nov 01. 2017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10월 31일

마지막 날은 항상 기분이 좋다. 이제 내일은 11월. 이제 카운트 다운 시작이다! 후훗.

크루 드릴이 있는 날, 날씨가 환상이었다. 지난 번에는 비가 막 쏟아져서 일찍 끝났는데 오늘은 이렇게 날씨가 좋으니 ㅎㅎ 야외갑판에 손님들이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들어보니 돌고래. 크루 드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 바다에 작은 소용돌이가 보였다. 돌고래가 들어간 모양이다. 돌고래 목격담이 많이 오고 가는 가운데 나도 사진을 찍으러 간 김에 좀 기다려 보았다. 저 쪽에서 손님들이 손으로 가르치며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나서 보니 큰 물고기인지 애기 돌고래인지 구별을 잘 못하겠는 무언가가 지나가고 있음. 그렇게 한 두 마리 더 보았다. 오늘의 바다 색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예술 색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진한 청록색. 이라고 표현하면 될까… 너무 이쁘다. 사진을 찍었으나 카메라에 잘 담아지질 않는다. 눈으로 많이 담았다.

지루한 듯 지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났다. 지루한 시간은 새로운 취미생활인 연필로 그림을 그리며 보냈다. 잘하고 있어! 나날이 실력이 늘고 있어!! ㅋㅋㅋ

100일간의 긴 항해이다 보니 승객들은 경우에 따라 몇 일 짜리 투어에 참가하기도 한다. 파나마에서 출발한 투어는 마추픽추를 찍고, 어제 니카라과에서 합류하는 일정이었는데 항공편 스케쥴이 맞지 않아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게 되었다. 다음 기항지는 하와이. 이렇게 수십명의 승객을 두고 갈 수는 없지. 급하게 우리는 오늘 과테말라에 왔다. 승하선은 불가능했고, 투어 승객들 만을 태운 채 바로 하와이로 항해 중이다. 지난 크루즈 때는 응급 환자가 정말 많이 발생해서 헬리콥터도 몇 번이나 오고, 12시간을 육지로 되돌아 가기도 하고, 했는데 그에 비하면 이번 크루즈는 정말 조용하다. 물론, 재미난(?) 내부이야기는 많지만… ㅋㅋ

일찍 끝나기도 하고, 1시간 버는 날이기도 해서 영화 한 편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나의 선택은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역시 남자들은 이쁜 여자를 좋아하는 군… ㅋㅋㅋ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자막 읽는 거 넘 귀찮아서? 하나도 못 알아듣는 언어라서?) 이제 조큼 안다고, 정말 조큼 안다고 예전보다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는 것이 조금 편해졌다. 일본어 공부는…. 쓰기에서 좌절 중… 안 외워져잉…. ㅠㅠㅋ

하와이까지 버틸 재미난 일을 찾아봐야지. 재미난 일이 필요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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