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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Dec 10. 2017

승선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크루즈승무원 서류 준비

크루즈 승무원에 지원을 하여, 인터뷰를 보고, 합격 통보를 받게 되면(이렇게 한 줄로 요약했지만 기나긴 기나긴 대기를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합격 통보를 받고 난 후에도, 서류 준비를 다 한 후에도 합격과 승선 사이는 참으로 길게 느껴질 수도) 동시에 많은 준비서류들이 이메일로 전달 될 것이다.


준비서류가 만만찮다. 두 크루즈 회사에 다녀본 바 회사마다 다른 듯 하다. 그래도 안전교육과 메디컬(신체검사)는 필수 조건으로 동일 한 듯. 이 메디컬도 승선 9일 전 유효가 있고, 한달 전 유효가 있다. 이는 계약서나 서류를 전달한 사람이 미리 이야기 해 줄 것이다.


하나씩 천천히 준비하다보면 별거 아니겠지만, 그래도 매 순간순간, 너무 소중한 것이기에 불안하고, 작은 것에도 소심해지고 한다. 뭔가 잘 못 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 사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같은 합격생들하고 이야기를 해 보면, 모두들 마음 속에 말 못할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같은 길을 걷는 이들과 신나게 우리의 미래도 그려보고, 정보도 교류하다 보면 나같이 흔하지 않은 길을 가는 이가 많구나. 외롭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너무나 하고 싶은 것이라 불안한 거겠지하며 위로도 하고.


첫 크루즈 회사에 합격통보를 받고, 서류 준비를 할 때에는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정말 바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퇴사 준비 ㅋㅋㅋ 범죄경력증명서를 떼러 경찰서에도 가야했고, 기억 나지 않는(왜 기억이 나지 않지?ㅠ) 예방접종 맞으러 소아과에도, 이것저것 서류들. 개인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지금 처럼 크루즈 승무원 양성과정에서 해주는 것 없이, 부산을 오가며 3번에 걸쳐 받아야 했던 2일, 2일, 5일 간의 안전교육은 버스로 4시간 반, KTX 를 타도 2시간 40분(물론 집까지 1시간) 의 대장정으로 심신이 지치기도 했다. 결국 감기몸살로 몸이 망가져 결근하는 사태(?!)에 이르기 까지 한다!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해 가다 보니 끝은 항상 오는 법. 메디컬까지 받고, 두그두그두그두그 결과를 기다리고, 그러는 중에 계약서나 항공스케쥴이 전달이 되면, 이제 정말 가는 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지.


두번째 회사는 다행히 백수 생활을 하고 있던 지라 준비는 순조롭게. 다만, 첫 회사와는 다르게 황열 예방접종도 맞아야 했고, 지원서도 다시 써서 내라 하고. (그들의 양식을 따로 보내줬길래 문서로 작성했는데 자필로 하라 그러고), 월급 카드 신청서도 써야 하고. 신경이 안쓰였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한 번 해 보았다고 나름 덜 불안해하며 잘 한 듯 하다. 단지 승선일이 넘 급박해서 미국비자 신청을 못한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 그래도 괜찮다. 결국 이 아쉬움은 회사가 연장 제안을 했을 때, 연장 조건으로 내걸 수 있었다!! 나 혼자 휴가!! 회사 경비처리!! 


새로운 출발은.

설레임과 불안함과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분명 고생할 거라는 것도 알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말고, 너무 불안해하지도 말고.

매 순간 순간을 즐길 그 마음 만을 가지고 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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