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가 운영을 맡고 있는 클럽메드 지오 까페에(지오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지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이 올라왔다. 분명 언젠가 어디엔가 쓴 적이 있겠지만, 내가 클럽메드 지오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왜 그만두게 되었는지 정리하고 싶어졌다.
2009년. 한국의 첫 회사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2개월 만에. 2008년도에는 중국에서 산업인력공단 지원 연수받고, 취업해서 일하고 있다가 여러 사정으로 귀국하였고, 돌아와서 취업활동을 한 건 4개월이나 되었는데 2개월 만에 때려치우다니 나도 보통 성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싫은 건 죽어도 못하는 성격. 그때는 지금처럼 모아 놓은 돈도 없었고, 경험도 없었는데 어떻게 저런 큰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다시 돌아간다면 아마 난 '딱 1년만 함께 해보자!' 라며 따로 불러 간곡히 이야기를 하는 사장님과 '오랜 만에 제대로 된 직원이 들어오나 했는데...' 하며 나를 엄청 띄워주셨던 과장님과 함께 으쌰으쌰 하며 회사의 인재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면서 '강의전문가 양성과정' 이라는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근처 YWCA에서 하는 수업이었는데 너무 좋았다. 그때 같은 조였던 분이 어느 날 집에 같이 가면서 내게 말씀하셨다.
"내가 클럽메드라는 외국 리조트에 몇 번 휴가간 적이 있거든? 거기에 일하는 친구들을 지오라고 부르는데, 내가 젊었으면 그런 일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어. 일도 잘하고, 매일 파티도 하고, 늘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 직업이거든. 선주씨한테도 잘 맞을 것 같은데, 한 번 해봐."
많은 히스토리가 있지만, 3년 뒤 나는 정말 클럽메드 지오가 되었다.
보통 1년에 한 번씩 빌리지를 옮기는데(클럽메드는 아시아에는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몰디브 등에 있다) 나는 발리에만 2년을 있었다. 포지션을 부띠끄에서 한국인 손님을 전담하는 코리안 피알로 바꾸어서 그런지 지루하지 않게, 매일 매일을 스펙타클하게 보냈다.
왜 클럽메드 지오를 그만두었나
클럽메드 지오를 하기 전과 하면서 생각은 많이 바뀐다. 손님으로 클럽메드를 접해보았다 하더라도 지오로써의 삶은 또다른 것이지. 클럽메드를 영상이나 몇몇 글로만 접해보았다 하면 더더욱 그렇고. 난 무조건 몰디브엔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나를 아껴주었던 촌장님(총지배인을 이렇게 부른다)의 제안으로 발리에 코리안 피알로 1년 더 머물렀고, 결론적으로는 후회는 없다.
몰디브에는 한국인 손님도, 한국인 지오도 거의 없기 때문에 외로워하다가 돌아올 게 뻔했고, 그저 촌장님이 클럽메드 본사에 발리 이후에 써니(내 영어 이름)를 꼭 몰디브로 보내달라며 메일 써 준 거에 감사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떠나기 전에는 나도 한국인 피알을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난 부띠끄에서 너무나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었고, 제3자의 입장에서 보니 한국인 피알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결론을 냈었다. 그런데 한국인 피알을 하고 왔으니, 그것도 발리에서.
즐거웠고, 힘들었다.
1년간 부띠끄 지오를 하면서 클럽메드에 적응한 채로 한국인 피알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적게는 50명 많게는 200명 넘는 인원을 책임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많은 좋은 기억들, 안 좋은 기억들. 그만두고 와서도 생각나는 악몽같은 기억들도 있었다.
한 번도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6월이던가 7월이던가. 150명의 한국 그룹을 받고 많은 일을 겪으며 결심했다.
그만둬야겠다고. 미련은 없었고, 여름을 무사히 잘 마치고 시즌을 마치게 되는 10월, 유종의 미를 거두며 2년 간의 지오 생활을 마쳤다.
그렇다. 사람에 질려서 그만두었다.
나를 힘내게도 했던, 나를 힘들게도 했던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사람. 아슬아슬하게 그 중간을 오가던 나는 내려놓았다.
그렇다고 내게 안 좋은 기억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그
무조건적인 넘치는 손님들의 사랑과 친절
에 몸둘 바를 몰
랐던 기억들, 무조건 내 편이었던 촌장님과 동료들. 가끔씩은 정말 아. 너무 행복하다. 라는 느낌도 들 정도였다.
지오를 시작할 예정인, 혹은 시작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너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다. 그저, 내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다가 결정의 순간이 오면 결정을 잘 하고, 유정의 미를 거두고(가장 중요!) 돌아오면 된다. 실제로 가기 전 몇몇 이들은 거대한 포부가 있기도 하다. 물론 좋은 자세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상황과 현실이 내가 상상한 대로,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처음 가졌던 생각과 많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 시즌이 시작되어 새로운 이들이 기대와 설레임을 가지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기쁘다. 옛생각도 많이 나고.
지오 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그렇듯이 내 처음 계획대로 되는 건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더 즐거운 나날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즐겁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