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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Dec 21. 2018

02.한중일 크루즈와 세계일주 크루즈

크루즈승무원으로서 다양한 노선을 경험하다

 처음 승선했던 크루즈는 유럽 지중해에서 유명한 이탈리아 크루즈 회사인 코스타(Costa)의 세레나(Serena) 호였다. 이 곳에서 첫 계약 8개월을 마쳤다. 한중일을 오가는 4일 일정의 노선이었고, 상해가 모항이라 중국인 승객이 99% 였다. 포지션은 게스트 서비스 오퍼레이터(G.S.O-Guest Service Operator-호텔을 예로 들자면 프론트 데스크에서 손님들의 체크인, 체크아웃, 각종 서비스 응대하는 포지션)였으나 중국어 가능자가 아니었기에 승객들을 직접 응대할 수가 없어 승선 전부터 호텔 디렉터 비서 업무로 결정되었다. 승선 내내 게스트 서비스 오퍼레이터 겸 호텔 디렉터 비서로 일했다.


 코스타의 세레나 호는 승객 수 3,700명, 승무원 수 1,000명을 자랑하는 11만톤급의 크루즈 선이다. 3박 4일의 일정이 끝나면 마지막 날 오전에 승객들이 모두 하선했고, 또다시 새로운 일정을 시작하는 승객들이 오후에 승선하기를 반복했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덕분에 8개월의 계약기간은 짧게 느껴졌다. 승선 당시에는 그 큰 배의 유일한 한국인 승무원이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고, 몸도 안 좋아지고, 같이 편하게 대화할 이도 없고, 외롭기도 하여 정말 몸 고생, 마음 고생 많이 했다.


 하선 후, 평소 배우고 싶었던 한국어교원양성과정을 등록하여 알차게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회사로부터 두번째 계약 승선날짜를 받았는데 같은 노선, 같은 배였다. 승선 준비도 했지만 다시 같은 배를, 같은 노선을 8개월 간 탄다고 생각하니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아시아에는 코스타 소속 크루즈 선이 4대가 있었던 상황이라 굳이 같은 배를 다시 탈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한중일 노선은 꼭 벗어나고 싶었으므로 정중히 회사에 승선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하선 직후, 혹시나 하여 다른 회사 에이전시들 이곳 저곳에 연락을 해 놓은 것이 코스타에 승선 포기 의사를 밝히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연락오기 시작했다. 그 중 어느 한 곳에서 한국인 승무원, 리셉셔니스트(하는 일은 같고 이름만 다르다)를 뽑는다고 해서 에이전시와 인터뷰를 보고 합격통보를 받았다. 크루즈 경력도 있었고, 필수인 안전교육도 모두 이수한 상태라 바로 승선이 가능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음이 틀림없다! 

한중일 노선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100일간의 세계일주 노선이라니!


 이주 뒤 승선했다. 


 또다시 크루즈 승무원이 되었다. 이제는 꿈에 그리던 세계일주 크루즈다! 지난 회사에서는 중국인 승객들, 중국인 동료들과 일을 했는데, 이번에는 일본인 승객들, 일본인 동료들과 함께 일했다.


 일본의 NGO 단체 피스보트(Peace Boat)가 운영하는 세계일주 크루즈로 오션드림(Ocean Dream) 호이다. 3만 5천 톤급인데 세레나 호의 3분의 1 크기라 나는 '베이비'라고 불렀다. 승객은 1,200명, 승무원은 350명이었다. 일본을 출발하여 100일간 아시아를 거쳐,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다. 이후 유럽, 미국을 거쳐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고, 태평양을 가로질러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는 크루즈이다. 


 오션드림 호에서 한국인 승무원을 채용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주 승객이 일본인이었는데 피스보트에서도 변화를 꾀하며 다국적 승객들을 받기 시작하였기 때문이었다. 한국인 승객들은 서포터즈를 포함하여 20명 남짓 되었다. 


 한중일 크루즈와는 전혀 목적도, 노선도, 크기도, 승객도, 동료들도 모두 전혀 다른 크루즈였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한 번 크루즈를 타 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20여 곳의 다른 기항지에 정박하며 많은 곳을 다니고, 보고, 배웠다. 하루 하루가 신기하고, 새로웠던 세계일주 크루즈로 지구를 두 바퀴나 돌았다. 수에즈 운하, 북극 빙하, 파나마 운하와 같은 평생 한 번 하기 힘든 경험도 했다. 오션드림 호에서도 계약기간 8개월 동안 100일의 크루즈를 두 번 경험을 하고 하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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