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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Dec 21. 2018

01.크루즈 승무원이 되기까지

바다를 떠다니는 아주 큰 호텔에서 일하게 되기까지

 처음 크루즈 승무원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가슴 벅참과 떨림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첫번째 시도가 에이전시 면접 후 본사면접까지 한 달 동안의 기다림으로만 끝났을 때의 그 실망도 잊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꿈은 결국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발리의 리조트에서 2년간 일한 적이 있다. 이따금씩 대형 크루즈 선이 바다 한가운데에 정박하곤 했었는데 밤에 내는 그 화려한 불빛이 어찌나 화려하던지. 함께 2년을 일했던 루마니아 친구 테올라는 늘 내게 크루즈 승무원이 될 거라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발리를 떠나게 되었고, 오랫동안 꿈꿨던 '클럽메드'라는 리조트에서 일하는 꿈을 이루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꿈을 이루면 행복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꿈을 이루고 방황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우선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리조트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비교적 진입하기 쉬울 것이라 판단했던 호텔로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서른을 넘긴 나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면접에서는 내 나이와 짧은 경력만을 이야기했고, 서류 통과는 바늘 구멍과 같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했던 나인데 자신감은 점점 떨어져만 갔다. 


 내가 방황하는 사이 테올라는 정말 크루즈 승무원이 되었다! 멋진 크루즈와 함께 일하는 모습이 페이스북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관심이 없던 나도 호기심이 생겨 크루즈 승무원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그 세계는 정말이지 놀라웠다! 선내에 센트럴 파크가 있는 거대한 규모의 크루즈 선도 있고, 보통의 크루즈 선은 승무원 수가 1,000명을 훌쩍 넘었다. 승객까지 총 탑승 인원이 8,000명이나 되는 대형 크루즈 선도 존재했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바다를 떠다니는 아주 큰 호텔’ 


"그래, 크루즈 승무원이다!"


 크루즈 승무원이 되기로 결심은 했지만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국인 승무원을 채용하는 공식 에이전시 한 곳을 알게 되어 지원을 하고, 에이전시와 면접을 보았다. 채용절차는 빨리 되는 듯 보였지만 본사와의 면접은 곧 연락이 갈 것이라는 에이전시의 말과는 달리 일주일, 이주일 기약없이 기다려야 했다. 그 기다림이 한 달이 되었을 때, 결정을 했다. 다른 일을 먼저 하겠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릴 수 만은 없다고.


 아쉬움과 실망을 느끼지도 못한 채 바삐 구직 생활이 시작되었고, 나의 절실함과 운이 더해져 나이보다는 그동안 해 왔던 일들과 업무에 대한 이야기로만 채워진 면접을 보고 외국계 호텔에서 외국인 총지배인의 어시스턴트로 일하게 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일을 배우고, 적응하며 호텔리어로 한국에서 잘 정착하고 있었다.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무렵, 크루즈 승무원을 준비하며 알게 되었던 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른 크루즈 회사의 한국 에이전시 이야기를 하며 그 곳에 지원을 해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나더러 지원해보라고 했다. 잊고 살았던 크루즈 승무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뼈아픈 첫 시도가 있었기에 사실 크게 기대를 하고 지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합격이 된 사람이 있다면 나에게도 기회는 오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지원서를 잘 작성하여 월요일에 지원을 하였고, 수요일에 에이전시와 면접을 보고, 금요일에 본사와 면접을 보았다. 그리고 토요일,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지원에서 합격까지 일주일.

드디어 난 크루즈 승무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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