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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Jan 01. 2019

13.크루즈로 건넌 운하들

교과서에서만 보던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

 오션드림 호 승선 당시 세계일주 크루즈인 만큼 운하를 건너는 일정이 무려 두 번이나 있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 운하와 중남미와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다. 


 수에즈 운하는 건너기 전에 해적출몰지역을 지나 뭔가 답답하게 며칠을 보내야 했는데 이후 바로 수에즈 운하를 건너게 되니 뭔가 더욱 설레는 기분이었다. 수에즈 운하는 새벽 5시경 부터 건너기 시작했는데 선교에서는 승객들이 이 경험을 놓치지 말라고 직접 선내 방송을 했다. 방송을 듣고 일어나 티비로 CCTV를 보니 저 멀리 뭔가가 보이는 듯 했다. 나도 첫 경험(?)인 만큼 얼른 유니폼을 입고 세수만 하고 핸드폰을 챙겨 나왔다.


 사실 입구라고 해서 수에즈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강이다. 조금 실망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육지가 반갑기만 했다. 게다가 저 멀리 화물선도 보이고, 마을 비스 무리한 것도 보인다. 해가 뜨기 전에라 어두컴컴하지만 밝은 시야에 이윽고 수에즈 운하 입구를 통과했다는 방송도 나왔다. 그러고 바로 저 멀리서 해가 뜨기 시작했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며 맞는 일출이라니!


수에즈 운하 입구를 통과하고 있다. 새벽 5시경이었고, 이후 바로 오른쪽으로 일출을 보았다.


 수에즈 운하는 말이 운하지 강이었다. 유럽을 향해서 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이집트, 오른쪽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위치해 있고, 이집트가 수에즈를 소유하고 있다. 모래 밖에 보이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 정오 쯤

이집트와 일본 교류의 의미로 만들어진 평화다리가 가까워짐을 선내 방송으로 알려왔다. (오션드림 호는 일본 NGO 단체 피스보트의 세계일주 크루즈 선이다) 카메라를 들고 또다시 야외갑판으로 향했다. 날씨는 더웠고, 바람이 불었으며 양 옆으로 신기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파나마 운하는 우리가 상상하는 운하다. 물높이가 다른 두 곳을 잇는 형태이기 때문에 수문을 열어 물높이를 맞추고 선박을 이동시키고(양쪽의 트레일러가 선박을 끄는 형태로) 수문을 닫고, 앞쪽 수문은 열어 물높이를 맞추고 하는 식이다. 파나마 운하는 80km 가 넘는데 늘 수문이 있는 것은 아니고 세 군데로 나누어져 있었다. 운하를 건너는 선박이 우리 크루즈 선만 있는 것이 아니니 차례를 기다리고,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잘 맞춰 선박을 움직이고, 수문을 열고 닫고 하는 과정은 무려 10시간 이상이나 계속된다.

  

파나마 운하를 건너고 있는 모습.

  사무실에서 그리고 캐빈에서 CCTV로 수문을 통해 물이 들어오는 모습, 선체가 움직이는 모습(괜히 뜨는 느낌이 들기도) 등을 볼 수 있어 신기했다. 워낙 장기간 운하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매순간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하루 종일 수고한 관련 업무 승무원들과 오션드림 호 선체에도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은 하루.


 내 평생 언제 운하를 건너볼 기회가 있을까. 

 오션드림 호는 내게 잊지 못할 경험을 추억으로 남겨주었다. 세계일주 두 번 했으니, 그것도 두 번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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