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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Jan 01. 2019

12.바다 한가운데에서 아프면

응급환자를 위한 헬기가 뜨기도 합니다.

 항해 중 바다 한가운데에서 아프면 어떻게 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선내에 병원이 있다. 


 크루즈 선의 규모에 따라 병원의 규모도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승객 전담 의사와 간호사, 승무원 전담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다. 육지에서와 마찬가지로 각종 안전사고는 예측하기 어렵기에 바다 한가운데에서도 예외없이 발생한다. 가장 흔한 것이 배멀미(sea sick)나 감기이고, 넘어진다던지 부딪힌다던지 하는 일부터 심하게는 심장발작이나 안전사고들이 있겠다.


 크루즈 승무원들이 자주 아픈 이유는 보통 첫 계약일 경우, 배멀미다. 이는 승객들도 마찬가지다. 워낙 덩치가 큰 크루즈 선이다 보니 흔들림이 전혀 없는데(이렇게 느껴지는데) 육지와는 다르게 바다에 떠다니는 데에 따른 멀미이다. 한 번도 몸이 경험해본 적 없는 바다 위의 생활이라 구토와 어지러움을 동반한 배멀미는 며칠 씩 쉬어야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많이 흔들리는 날인 승객, 승무원 할 것 없이 배멀미에 시달린다.


 승무원들은 회사 내 병원이니까 무료 진료지만 승객들의 경우는 진료 비용이 있다. 처음 세레나 호에 승선하여 업무를 배울 때 안타깝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승객이 아파 병원 진료를 원하거나 캐빈에서의 진료를 원할 경우 진료비에 대한 안내를 꼭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하는 승무원이기에 6개월이 넘는 계약기간 동안 건강하기만 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또한 이유없이 기침이 2주 정도 연속된다던지, 아프지는 않은데 팔에 심한 멍이 들어있는다던지, 두드러기가 난다던지, 알 수 없는 고열에 시달린다던지 하는 일이 승선 중 있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쉬기도 했고. 증상이 심할 경우 크루(승무원) 전담 의사의 권고에 의해 쉴 수 있다.


 피치못하게 하선을 해야할 경우가 있는데 여성 승무원의 경우, 임신을 하게 되면 바로 하선해야 한다. 그 외 다리가 부러진다던지의 이유, 기타 응급상황으로 장기간 업무를 하지 못한다는 의사의 판단이 있으면 하선을 한다. 


 세레나 호에서는 짧은 노선이었기 때문에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를 즉각적으로 할 수 있었다. 기간이 짧아서인지 딱히 기억에 남는 상황은 없다. 그러나 오션드림 호는 100일의 세계일주 노선이라 응급 상황들이 좀더 다이나믹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선에 따라서 일주일에서 열흘 내내 항해만 하는 날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응급상황은 머피의 법칙과 같이 꼭 항해할 때만 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은 나만의 느낌인가. 


 실제로 승객 응급환자 수송을 위한 퀵보트나 헬기가 떠야하는 상황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이럴 경우 가장 가까운 나라에 관련 요청을 하고 뱃머리를 돌려 육지와 가까운 곳으로 향하여 퀵보트나 헬기를 맞이하기도 한다. 응급 환자 수송으로 인해 시간을 써서 다음 기항지 일정에 차질이 생긴 적도 많았다. 


 그러나 예외없이 안전과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이후의 상황들을 잘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크루즈의 모습은 늘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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