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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Jan 02. 2019

14.크루즈 승무원 합격 후

승선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크루즈 승무원에 지원을 하여, 인터뷰를 보고, 합격 통보를 받는다. 이렇게 한 줄로 표현하여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이 과정은 아주 짧을 수도, 아주 길 수도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나또한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 에이전시 면접을 보고 두 달 넘게 본사 면접을 기다렸으나 연락이 오지 않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잠시 갔었는데 준비하면서 알게 된 이들 모두 몇달을 방황 혹은 다른 길을 갔었다. 6개월 남짓 지났으려나 코스타 크루즈로의 기회가 왔고, 기회를 잡았다. 지원에서 에이전시 면접, 본사 면접, 그리고 최종 합격까지 딱 일주일 걸렸다. 오션드림 호의 경우에는 하선 후 이곳 저곳 해외 에이전시에 뿌려놓은 서류들에 대한 답이 두 달 정도 후에 왔고, 그 중 한 곳에서 바로 승선 가능한 한국인 크루즈 승무원을 찾고 있었으므로 낙점되었다. 본사 면접도 없이. 그리고 10일 뒤에 승선했다. 


 합격을 하게 되면 본사로부터 동시에 많은 준비서류들이 이메일로 전달된다. 준비서류가 만만찮다. 두 크루즈 회사에 다녀본 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 안전교육과 메디컬(신체검사)는 필수 조건으로 동일하다. 이 메디컬도 승선 9일 전 유효가 있고, 한달 전 유효가 있다. 이는 계약서나 서류를 전달한 사람이 미리 이야기 해 줄 것이다. 이 외에도 첫 승선이라면 선원수첩을 비롯하여 계약서 사인, 포트 에이전시 서류, 항공편, 각 회사의 서류 작성, 미국을 기항하는 노선이라면 미국 승무원 C1/D 비자 신청 및 인터뷰 등등 준비할 것이 참 많다.  


 하나씩 천천히 준비하다보면 별거 아니겠지만, 그래도 매 순간순간, 너무 소중한 것이기에 불안하고, 작은 것에도 소심해지고 한다. 뭔가 잘못 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 서류 하나라도 제대로 챙겨오지 못하면 승선 거절된다고 겁을 주기도 했고. 사실 나만 엄청 불안해 하는 줄 알았는데, 합격생들하고 이야기를 해 보니 모두들 마음 속에 말 못할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같은 길을 걷는 이들과 신나게 우리의 미래도 그려보고, 정보도 교류하다 보면 나같이 흔하지 않은 길을 가는 이가 많구나. 외롭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너무나 하고 싶은 것이라 너무나 소중한 것이라 불안한 거겠지하며 위로도 하고.


 첫 크루즈 회사인 코스타에 합격통보를 받고, 서류 준비를 할 때에는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정말 바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퇴사 준비. 범죄경력증명서를 떼러 경찰서에도 가야했고, 회사에서 요청한 예방접종 맞으러 소아과에도, 이것저것 서류들. 개인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크루즈 승무원 양성과정에서 해주는 것 없이, 부산을 오가며 3번에 걸쳐 받아야 했던 2일, 2일, 5일 간의 안전교육은 버스로 4시간 반, KTX 를 타도 2시간 40분(물론 집까지 1시간) 의 대장정으로 심신이 지치기도 했다. 결국 감기몸살로 몸이 망가져 결근하는 사태(?!)에 이르기 까지 했다.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해 가다 보니 끝은 항상 오는 법. 메디컬까지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그러는 중에 계약서나 항공스케쥴이 전달이 되면, 이제 정말 가는 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번째 회사인 피스보트는 다행히 하선 후, 두번째 계약 포기 의사를 전달한 상태라, 즉 백수 생활을 하고 있던 지라 순조롭게 준비할 수 있었다. 다만, 첫 회사와는 다르게 황열 예방접종도 맞아야 했고, 지원서도 자필로 다시 써서 내라 하고, 월급 카드 신청서도 써야 했다. 신경이 안 쓰였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한 번 해 보았다고 나름 덜 불안해하며 잘 한 듯 하다. 단지 승선일이 넘 급박해서 미국비자 신청을 못한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었는데 그래도 괜찮았던 것은 결국 이 아쉬움은 회사에서 이례적으로 경비처리까지 다 해주며 한국으로 휴가를 가는 기회를 얻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 과정들이 매우, 아주, 정말 더디에 진행될 수도 있다. 실제로 몇 달씩 웨이팅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웨이팅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기약없는 그 시간 동안 어떻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


새로운 출발은.

설레임과 불안함과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매우 즐겁고 행복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절대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분명 고생할 거라는 것도 알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말고, 너무 불안해하지도 말고.


매 순간 순간을 즐길 그 설렌 마음 만을 가지고 승선하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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