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서점 주인이 되고 싶었다. 서점 중에서도 독립서점 주인. 예전에는 생소했지만 요즘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독립서점'과 한때 인기 있었던,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문화비를 내면 빵, 라면, 음료를 제공하는 특이한 카페였던 '민들레영토'를 적절히 섞은 '복합문화공간'같은 공간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독립서점이라 정한 것은 크루즈 승무원 승선 당시 기항 때 자주 갔던 제주도의 독립서점 때문이다. 너구리님(지금은 부천 독립서점인 오키로북스에서 일하는 김경희 님)의 '회사가 싫어서'를 비롯해 독립출판의 책 몇 권을 사다 읽었는데 가슴이 뛰고, 설레었지. 그래서 결심했었다. 독립서점 주인이 되겠다고.
이제까지 어학연수, 취업연수, 워킹홀리데이, 해외 리조트 근무, 그리고 크루즈 승무원까지. 경험으로 가슴이 뛰고 설렌다면 그 일이 내가 꼭 해야 할 일임을 몸으로 알고 있기에 이번에도 망설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서점 주인이 되는 거다! 이게 내 길인 거야!
진로를 정해버렸다.
크루즈 승무원 하선 후,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고민하고 있었고,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원을 결정하기 전의 일이다. 독립서점 주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집 근처의 상가도 보고, 지인 찬스로 저렴한 건물 상가 2층을 찜해 놓기도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는 냉철한 자기 판단 때문이었다. 책을 가까이하고는 있지만 깊게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난 그저 독립서점 주인이라는 환상과 로망이 컸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유뿐만 아니라 당장 아무런 자본도 없이 무턱대로 사업을 시작할 수도 없었기에 독립서점 주인은 당분간 보류하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좀 더 책을 사랑하게 되면, 좀 더 깊이 있게 책을 읽게 되면, 어느 정도 경제력도 갖추었을 때 시작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이후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고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고향집을 떠나 학교가 있는 청주로 이사했다. 2018년 3월 청주에 왔다. 직장 때문에 청주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친언니 외에는 아무런 연고도, 아는 이 하나 없는 이곳에 왔다.
혼자 살기에 적당한 원룸을 구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교육대학원 특성상 계절제로 운영되어 학교 개강은 7월이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공부에 대한 부담, 앞으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하는 설렘, 오랜 해외생활로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안고 청주 생활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