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공간으로 놀러 오세요~

by 꿈꾸는 앵두

공간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연두색 벽이 시선을 끈다. 밝은 연두색이다. 그래서 공간에 처음 온 사람들이 늘 먼저 묻는다. 공간 벽 색은 직접 골라 칠한 거냐고.


신축건물이고, 벽은 연두색, 싱크대는 노랑과 흰색, 화장실도 가운데 노랑과 연두색 타일이 깔맞춤을 하고 있는 공간이다. 건물 주인이 처음부터 이렇게 꾸며놓으셨기에 굳이 새로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가끔 상상해본다. 내가 직접 색을 골라 칠을 했어야 했다면 연두색 공간이었을 것인지. 처음에 공간을 얻으면 좋아하는 보라색 느낌으로 꾸며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보라색이라니 정말 끔찍하다. 지금 연두색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이 곳은 연두색과 참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공간에서 영어 스터디하는 분이 쓰지 않는 의자를 3개 주셨는데 마침 연두색. 공간과 아주 잘 어울린다. 나는 결정장애가 있는데 물품을 구매하거나 색을 선택해야 할 때 연두색 혹은 까만색 아니면 원목으로 색을 결정하면 돼서 너무 편하고 좋았다.


한쪽 벽면에는 세계지도와 시계 네 개가 가로 2m의 크기로 붙어있다. 모두가 이 벽이 멋지다고 이야기해줘서 기분이 좋다. 크루즈에서 한국인 셰프로 나와 같은 배를 탔던 멀리 폴란드에 사는 오빠가 선물을 보내주고 싶다 하여 작은 벽걸이 시계 하나 보내달라 얘기했는데 이렇게 큰 세계지도와 시계 세트를 보내줬다. 나의 스케일에 작은 벽걸이 시계 따위는 안 어울린다면서.


세계를 무대로 열심히 살았던 나를 잘 알아주는 것 같아서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시계 배송이 오고 하나하나 조각조각 붙일 때는 너무 힘들어서 '왜 이런 선물을 줘갖고!' 조금 원망한 건 안 비밀. 왼쪽 위 시계 하나에 폴란드를 따로 프린트해서 붙였다. 선물 준 사람에 대한 예의.


다른 한쪽 벽은 어떻게 꾸밀까 하다가 한때 전직 크루즈 승무원답게 기항지에서 사 모은 엽서를 한쪽 벽에다가 붙여놓았다. 개인적으로는 옛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이 곳에 오는 분들이 세계 각국의 엽서를 보면서 여행 계획을 세우는 모습이 좋다.


얼마 전에는 변화를 주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어린 왕자 콘셉트로 인테리어 시트지를 붙였다.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라는 문구도 함께 있다. 매일 혼자 있다가 어린 왕자랑 있으니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은 느낌이다.


그동안 여행하며 모은 삼십 여개가 넘는 냉장고 자석과 도자기 골무도 연두색 공간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무료 나눔으로 데려온 큰 책장에 예쁘게 전시해놓았다. 사람들이 도자기 골무를 잘 모르는데 기념품으로 관광지에는 거의 다 있다. 나도 잘 알지 못하다가 오래 전 항공 승무원의 에세이를 읽다가 모으는 것을 보고 언젠가 꼭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매일 책상에 앉아서 통유리로 된 현관 쪽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일을 한다. 학생의 본분에 맞게 주로 공부를 하고, 검색을 하고, 책을 읽고, 글도 쓰고 이것저것을 한다.


아침에 와서 밤늦게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곳.


지난 1년.

참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 많았던 공간. 울고 웃으며(대부분 웃으며) 많은 일들이 있었던 공간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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