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둡니다,한국어강사(일단 멈춤)

by 꿈꾸는 앵두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 활동을 할 때는 일단 시작만 하면 그 뒤는 걱정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3번 면접을 보면서 '내정자가 있구나, 하던 사람이 계속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되기만 하면 그 학교에 내정자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경력도 없는 내가 저걸 뚫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과 더불어 이런 식이라면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바늘구멍 같은 기회도 없는 느낌에 미처 몰랐던 한국어 시장에 화가 났다. 그 화가 극도에 다다를 쯔음 한 학교의 추가 모집을 통해 경력이 하나도 없는 사람 3명이 면접을 봤고 내가 최종 합격했다.


10년 차, 5년 차,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한 새내기인 나. 50대, 40대, 30대인 나.


코로나로 정신없는 1년을 보냈다. 동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하는 수업을 하다가, 대면 수업을 하다가, 실시간 줌 수업을 하다가, 다시 대면 수업을 하다가. 학교도 처음, 아이들도 처음, 한국어 강사도 처음인 내게는 조금 벅차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


주휴, 월차, 퇴직금을 안 주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어 강사는 10년 차던, 5년 차던, 이제 막 시작한 나도 모두 똑같은 초단기근로자다.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고, 계약은 1년에 180일 이내. 시간당 강사료도 모두 똑같았다. 방학에는 강사료가 지급되지 않고, 빨간 날 공휴일도 마찬가지다. 대학은 10주씩 계약을 한다고 하니 참으로 잔인하다. 한국어 강사만으로는 생활이 힘들었다. 오전에는 한국어를 가르쳤고, 오후에는 다른 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쳤다. 저녁엔 영어 과외를 한다.


계약이 만료되었고, 1년을 정리해보다가 깜짝 놀랐다. 시작하는 날에 상관없이 180일을 일하기 때문에 1년에 받는 강의료는 변함은 없다. 4월에 시작하여 방학 때 1주일 쉬었고, 12월에 3일 쉬었고, 1월에 3일 쉬고 1월 말에 계약 종료. 1년 내내 일한 느낌인데 일 년 12달 내가 한국어 강사로 받을 수 있는 돈은 한 달 평균 100만 원 남짓이었다. 이 사실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당 강의료만 보자면 최저임금에 비해 월등히 높아 보이지만 수업 3시간을 하면 준비 시간 3시간 이상이다. 그리고 주휴, 월차, 퇴직금도 다 포함되어 있는 금액이며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안 들어주기 때문에 자부담 100%로 내가 내야 한다. 일이 생겨 수업을 못할 경우에는 휴가가 없기 때문에 강의료가 나가지 않는다.


계속하는 게 맞는 걸까. 2월 내내 고민했다.


학교 채용 공고가 올라왔고 내정자로 원서를 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른 지원자는 없었다. 한국어 강사의 처우 때문에 이걸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지만 당장 뭔가 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 같아 보였다.


그렇게 계약서를 쓰러 갔는데 거기서 사달이 났다.


학교는 시범학교로 지정이 되어 무언가 사업을 크게 벌일 생각인 듯 보였다. 이미 작년에 관련하여 언질을 받은 바였지만 굳이 시간을 투자하여 준비하지 않았다. 수업하기에도 벅차니까. 담당 선생님은 올해 시범학교 지정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수업 안에 저 내용들을 녹여내라는 말이구나. 그럼 기존의 수업 말고 수업 연구를 좀 더 시간 투자해서 해야 할 테고, 강사들끼리 수업 나눔도 더 자주 하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을 해야 할 텐데 시간이 되려나?' 생각하고 있는데 '시범학교 지정 관련해야 할 일이 많으니 올해는 시간을 넘겨 끝나는 날이 많을 거다.'라는 말을 하셨다.


시간 강사에게 무보수 초과 근무를 요구한다고? 내가 원해서 시간 넘겨 일하는 것도 아니고? 발끈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끝나는 시간은 11시 40분이 되어야 한다. 시간을 넘겨야만 하는 날이 생긴다면 업무를 하는데 결코 유쾌하진 않을 것 같다.'의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삐걱했다.


안 그래도 한국어 강사를 계속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처음부터 삐걱했으니 나의 마음이 바를 리 없었다. 다 삐딱하게 보일 수밖에. 교육청에서 지정한 시범학교고 올해 목표한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현장에서 수업하는 한국어 강사들이 주체가 돼야 하는 사업인데 시작도 전에 삐걱댔으니. 초과 근무에 대해 불쾌한 마음을 표현했으니 담당 장학사님이 학교를 방문하셨다.


설명 중에 '교직원은 자신이 속한 학교에서 교육을 할 경우 강사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다만 예외~~~'라는 내용이 있었다. 한국어 강사에서 어떤 형태로든 그 노고에 보상을 해 주려고 '연구 수업을 할 때 강사료를 지급하겠다'는 것을 말하려는 의도는 잘 알겠다.


그러나.


근무 시간이 아닌 시간에 한국어 강사의 연구 수업을 계획하면서 무보수로 진행하려고 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오전 근무인데 오후에 연구 수업을 하는 거면 당연히 강사료를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원해서 하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한국어 강사는 교직원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처우는 초단기근로자인데 의무는 왜 교직원이어야 하나. 한 번도 한국어 강사를 교직원으로 대우해 준 적이 있나. 아침마다 방문자에 이름 적고 출근하는데 무슨 교직원인가.


생각의 차이는 너무 컸다. 그 차이를 처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왜 시간 강사로 뽑아놓고 정교사만큼의 일을 시키려고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직 의사를 밝혔고, 새로운 강사 채용 공고도 올라왔다.

이제 얼마 후면 그만둔다, 한국어 강사. 일단 멈춰보기로 한다.

어떤 형태로든 한국어 교육과는 함께 할 것이다.


다만 지금은 많이 지쳐있으니 일단 멈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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