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글들을 보니 하선 후 참 치열하게 살았다.
2017년 11월 말 하선했다. 한국어 강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을 다니고, 청주에서 홀로 영어 과외를 하며 공간,the앵두를 꾸렸다. 비록 내 개인 학습 공간인 의미가 더 크지만 공간,the앵두는 아직 건재하다. 작년부터는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배경 아이들을 가르쳤다.
청주 한 도서관에서 크루즈 승무원 직업 강연도 하고, 입지를 넓혀 가려던 찰나, 코로나로 이후 강연들은 연기에 연기되다가 결국 줄줄이 취소되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에 작업하려고 준비하던 크루즈 승무원 관련 책도 잠정 중단.
언젠가 프로필 사진을 찍던 기념사진을 찍던 혹은 좋은 기회에 직업 특강을 하게 된다면 입을까 싶어 버리지 못한 내 크루즈 유니폼은 옷장에서 잘 자고 있다. 다시 만나고 싶구나.
일단 멈춤을 결정하고 나니 문득
세계 일주하던 크루즈 승무원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잠시 잊고 살았었지만 그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 까마득한 먼 이야기 같다. 하선하고 얼마 동안은 코로나 영향이 없었으니 페이스북이며 인스타에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올리는 사진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이제는 다들 무기한 휴가 중이라 조용하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다른 자료를 찾으러 클라우드에 갔다가 크루즈 승무원 시절의 사진과 동영상을 한참 보았다.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브런치에도 블로그에도 사진이나 동영상을 많이 나누진 않았다. 브런치에 승선 시절 매일같이 일기 쓰듯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코멘트도 대부분 '사진이 없어 아쉽다'였다. 글로만 승부 하고 싶은 말도 안 되는 오기와 패기 같은 게 있었고, 내 단편적인 사진만으로 기항지가 판단되는 게 싫은 이상한 이유도 있었다. 하하.
올린 적이 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인 바다 한가운데에서 직접 찍은 바다 동영상을 나누고 싶어졌다.
가장 좋아하는 기항지 중 한 곳인 '몬테네그로'라는 나라의 '코토르'의 모습도.
시기가 시기라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위기는 늘 기회일 수 있다.
일단 멈춤이 시작되면 외장하드 어딘가에 잠자고 있는 글과 사진을 하나씩 풀어봐야겠다.
어차피 모두 내 만족 아니겠는가...
생각이 많은 요즘 오랜만에 추억 팔이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