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크루즈 승무원 일기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랐다.
조금 멀지만 도보 거리에 바다가 있었다.
차 타고 5분이면 바다를 갈 수 있었고,
내가 사는 곳은 동쪽 끝 바다와 맞닿는 곳이었다.
발리에서 일할 때 가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크루즈 선을 보았다. 그 화려한 불빛이란!
배를 타는 것이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고(더구나 나는 수영을 1도 못한다)
항상 준비되어 있으니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이 그랬다.
크루즈 승무원들은 승선 전 필수로 받아야 하는 안전 교육이 있다. 부산에서 받은 안전교육 때 세월호를 배우며 승무원으로서의 역할과 의무, 마음가짐 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승객들은 배를 타자마자 전원이 안전교육을 받아야 했고, 승무원들도 승선 후 숙소에 가기 전에 안전교육을 받는다.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끊임없이 지겹도록 안전교육을 받아야 했다.
영화 '타이타닉'과 '캡틴 필립'을 보며 크루즈 승무원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한다.
예전에 떠날 때에는 몸 건강히 안전하게 잘 다녀오라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제는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안전한 항해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