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입니다
출항지 일본을 떠나 일주일 내내 육지는 보지도 못한 채 바다 위에만 있었다.
내가 크루즈 선을 탄 것인지 화물 선을 탄 것인지 헷갈릴 무렵, 세계 일주 크루즈 노선의 첫 기항지,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페이스북으로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는 레일라에게 연락이 왔다. 내가 크루즈에 승선하여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고 생존 신고를 한 것을 보고 연락을 해 온 것이다. 레일라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일할 때 만났던 한국인 동생이다.
레일라와는 싱가포르에서의 추억이 깊다. 클럽메드 오리엔테이션 때 서울에서 처음 만났다. 발리로 함께 발령(?)이 났고 발리로 가기 전 인도네시아 비자를 받기 위해 함께 싱가포르로 함께 출국했다.
기억나지 않은 이유로 비자를 받지 못하고 발리로 갈 수밖에 없었는데 한 달 후 비자를 위해 또다시 싱가포르로 함께 갔던 추억이 있다.
이제는 나는 배를 타는 크루즈 승무원으로, 레일라는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호텔리어로 싱가포르에서 만난 것이다. (레일라는 고맙게도 배가 정박한 항까지 와주었고, 현지인들이 가는 칠리크랩 집에도 데려다주었다! )
해외에서 생활한 시간을 모두 합하면 8년 정도다. 떠돌이 생활이지만 꽤나 긴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인연을 맺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과 언제 또 만날지도 모르는 기약 없는 작별 인사를 하면서 생각하는 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다시 만날 수 없다.는 마음이 꽤나 절대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색다른 느낌이다.
중국에 있을 때 친구가 휴가차 상해로 와서
호주에 있을 때 현지에서 정착해서 살고 있는 한국인 친구들을
발리에 있을 때 언니들이 휴가를 와서
싱가포르에서 레일라를 만났네.
한국에 있을 때는 남아공의 친구가 한국 방문하여
호주 사는 한국인 언니가 잠시 휴가차 한국 방문하여
발리에서 함께 일했던 중국인 친구가 한국 방문하여
최근엔 크루즈에서 함께 일했던 인도네시아 친구가 동생과 한국 방문하여 만났다.
핸드폰도 없이 해외에 나갔던 적도 있었는데.
인터넷 하려면 학교 도서관에서 순번을 기다려서 해야 했던 적도 있었는데...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터넷의 발달로 원하면 해외에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살면서 한 번은 꼭 다시 만나보고 싶다.
해외에 있는 지인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