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점 주인이 되고 싶었다. 학습지나 문제집, 일반 책을 파는 서점이 아닌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독립서점의 주인말이다. 독립출판이나 독립서점이라는 개념은 요즘 사람들에게는 많이 알려졌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많이 생소했다. 요즘에는 일부러 독립서점에서 창작물만을 접하는 마니아층도 많이 생겼다. 독립서점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지만 도시 하나에 하나쯤은 있을 정도로 많다. 주인장의 역량에 따라 독립 서점 각각의 특색에 맞게 운영하는 곳이 많아 마니아층이 많다.
이러한 독립서점의 기본 형식에 예전에 인기가 많았던 카페인 ‘민들레 영토’를 적절히 섞은 공간이자 공부하고 책을 읽고 모임을 통해 성장하며 라면이나 음료 등 음식도 먹을 수 있는 편안한 '복합문화공간'을 꼭 갖고 싶었다. 처음 공간을 표방한 개념이 복합문화공간이었는데 마무리할 때까지 그저 공간이기’만’ 했던 것을 고백한다.
독립서점은 나에게 꽤 매력적인 곳으로 다가왔다. 크루즈 승무원으로 승선할 당시, 제주도에 기항할 때 자주 갔던 제주의 한 독립서점이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너구리 님(지금은 부천 독립서점인 오키로북스에서 일하는 김경희 님)의 '회사가 싫어서'를 비롯해 독립출판 책을 몇 권 사다 읽었는데 기존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르게 설레었던 좋은 느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내용이나 형식이 새로웠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평범한 이야기가 있어 많았다. 손으로 직접 판매 대장을 쓰던 모습도 새로웠다. 나도 누군가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마음 먹게 되었다.
크루즈에서 하선 후,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고향에 머물며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나 두 달 정도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마음속으로 꿈꾸던 독립서점 주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근처의 상가도 둘러보고 지인 찬스로 저렴한 건물 상가 2층을 찜해 놓기도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만큼 나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냉철한 자기 판단 때문이었다.
그렇다. 나는 책을 좋아만 했지, 이상의 성장은 없었다. 책을 가까이하고는 있지만, 깊이 있는 독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서점 주인이 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앞으로도 책을 좋아하며 한 뼘씩이라도 성장한다면 좀 더 책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서점 운영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나는 독립서점 주인이라는 환상과 로망이 컸었다. 그뿐만 아니라 당장 아무런 자본도 없이 무턱대고 사업을 시작할 수도 없었기에 일단은 정기적인 수입원이 있는 일을 찾은 후에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독립서점 주인은 당분간 보류하는 게 현명했다. 좀 더 책을 사랑하게 되면, 좀 더 깊이 있게 책을 읽게 되면, 어느 정도 경제력도 갖췄을 때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