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공간에서 생긴 일 1) 야하지 않아요, 성인 영어

by 꿈꾸는 앵두

대학원을 다니면 저축한 돈으로 학비를 내고 생활을 했기 때문에 공간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이 나야 월세를 내고 관리비도 낼 수 있었다. 그래서 영어 과외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공간이 생겼으니 영어 과외 수업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공간을 얻기 전에 나와 영어 과외 수업을 함께 하던 분들께서 수업 공간이 생긴 것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셨다. 이제 본격적으로 다른 수강생을 받을 차례였다.

학습 대상은 고민하진 않았다. 사교육을 반대하기 때문에 내신대비나 수능 문제 푸는 영어 과외 수업은 제외했고 그 당시 아이들은 접해본 적이 없어 어려우니 꼭 성인 대상으로 하고 싶었다. 여기서 말하는 사교육이란 입시를 목적으로, 본인의 의지가 아닌 (주로 부모님에 의해) 강제적으로 받는 교육을 말한다. 입시 목적의 학원과 과외는 무수히 많으니 나까지 뛰어들 필요는 없었다.

처음에는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로 홍보했다. 홍보에는 젬병인데도 어떻게 아시고 연락을 주셔서 인연이 닿아 몇몇 분들과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영어 공부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검색하고 알아보고, 상담도 오고 쉽지 않은 결정을 한 모든 수강생분들이 열심히 공부하셨다. 새로운 것을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습의 의미를 강조하고, 성인은 아이처럼 스펀지 같은 학습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암기보다는 이해와 반복을 통해서 말할 수 있도록 수업했다.

영어를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 한편에 영어를 가르치는 것에 부끄러운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떳떳하지 않았다고나 할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마음은 서서히 사라졌다.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싶은 마음에 전공하고 있는 한국어 공부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그 부끄럽던 마음을 이겨냈다. 이제는 나름의 노하우도 쌓이고 자신감도 생겼다.

성인 학습자의 장점은 이미 많은 영어 단어를 알고 있다는 점이다. 문법도 이미 다 학습한 경험이 있다. 단지 영어 문법의 경우는 학창 시절에 확실하게 알지 못하고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할 뿐이었다. 설명을 위해 내가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설명을 최소화하고, 수업 시간에는 끊임없이 영어로 질문해서 말하게 하고, 오류를 수정해 주고, 반복했다.

성인 대상으로 개인 영어 과외 수업을 하고 있지만 야학 수업을 꼭 만들고 싶었다. 영어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간판 읽기(간판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심지어 동사무소도 행복복지"센터"이다), 대화, TV 등에 자주 쓰이는 영어 단어들, 그리고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수업을 꼭 만들고 싶은 것이 바람이라면 바람이었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싶었는데 우선순위에 밀려 공간을 정리할 때까지 실행하지 못한 점은 너무나 아쉽다.


절대 야하지 않아요, 성인 영어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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