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간 만들기 프로젝트 4) 연두색 공간으로

연두색 공간으로 놀러 오세요

by 꿈꾸는 앵두

공간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연두색 벽이 시선을 끌었다. 밝은 연두색이었다. 공간에 처음 온 사람들은 공간 벽색은 직접 골라 칠한 거냐고 물었다. 일반 벽에 사용하는 색이 아니고 조금 튀는 색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아니었다. 내가 색을 선택해야 했다면 무난한 색을 선택했을 것이다. 임대인이 밝은 연두색으로 칠해놓으셨다. 내가 임차할 때 이미 연두색.

신축 건물의 1층 상가였다. 벽은 연두색, 싱크대는 노랑과 흰색, 그리고 화장실도 가운데 노랑과 연두색 타일이 색깔 맞춤을 하고 있는 공간이다. 굳이 새로 색을 칠하거나 바꾸지는 않았다. 가끔 상상해 본다. 내가 직접 색을 골라 칠을 했어야 했다면 연두색 공간이었을 것인지 말이다. 처음에 공간을 얻으면 좋아하는 보라색으로 꾸며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보라색이라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한쪽 벽면에는 벽면을 가득 채운 세계 지도가 붙어있다. 크루즈에서 한국인 셰프로 나와 같은 배를 탔던 지인이 선물을 보내주고 싶어 하길래 작은 벽걸이 시계를 하나 보내달라 얘기했는데 큰 세계지도와 시계 세트를 보내줬다. 나의 스케일에 작은 벽걸이 시계 따위는 안 어울린다면서 말이다. 세계를 무대로 열심히 살았던 나를 잘 알아주는 것 같아서 너무 고마웠다.



20180916_183622_685.jpg <세계를 누벼야할 것 같은 세계 지도>


다른 한쪽 벽은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다가 전직 크루즈 승무원답게 기항지에서 사 모은 엽서를 한쪽 벽에다가 붙였다. 개인적으로는 옛 추억에 잠기기도 했고 공간에 오는 사람들이 세계 각국의 엽서를 보면서 여행 추억을 이야기하고, 앞으로의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는 모습이 좋았다.

이후에는 변화를 주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어린 왕자의 콘셉트로 인테리어 시트지를 붙였다.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라는 문구도 함께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공간에 혼자 있었는데 어린 왕자와 있으니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6 어린왕자.jpg <어린 왕자와 함께>



그동안 여행하며 모은 삼십여 개가 넘는 냉장고 자석과 도자기 골무도 연두색 공간의 자랑거리였다. 무료 나눔으로 데려온 큰 책장에 예쁘게 전시해놓았다. 사람들이 도자기 골무를 잘 모르니 설명할 때면 너무 즐거웠다. 외국 관광지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기념품으로 관광지에는 거의 다 있다. 나도 잘 알지 못하다가 오래전 항공 승무원의 에세이에서 도자기 골무 사진을 보고 언젠가 나도 꼭 모아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크루즈를 타면서 실제로 모을 수 있었다.



7 도자기 골무.jpg <도자기 골무와 냉장고 자석>


매일 공간의 책상에 앉아서 통유리로 된 현관 쪽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일을 했다. 학생의 본분에 맞게 주로 개인 공부를 하고, 컴퓨터로 여러 정보 검색을 하고, 영어 과외 수업 준비도 하고, 책을 읽고, 글도 쓰는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아침에 와서 밤늦게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다.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 많았던 공간이었다. 울고 웃으며(대부분 웃으며) 많은 일들이 있었던 공간이었다.

이전 08화2. 공간 만들기 프로젝트 3) 공간 꾸미기 - 채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