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고, 채우고, 또 채우고. 물품 채우기
에어컨, 책상과 의자, 커피 머신까지 큼지막한 물품들은 모두 해결했다. 이제 자잘한 살림살이를 채워 넣을 차례였다. 마음 같아서는 다 새로운 것으로 사고 싶었지만, 그건 내 욕심이니 자중하기로 했다. 어차피 살 때만 새것이고 쓰다 보면 중고가 되니까 말이다.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큰언니가 집 정리하면서 여러 물품을 택배로 보내줬다. 컵, 그릇, 수저, 젓가락, 휴지통 등 작은 것도 하나하나 사다 보면 부담인데 고마웠다.
작은 언니 집의 창고에 있던 소형 냉장고와 작은 티브이를 가져왔다. 냉장고는 냉동실 있는 것을 갖고 싶었지만, 사실 소형 냉장고도 감지덕지했다. 없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얼음이 필요하다면 공간 앞 편의점을 이용하니까 괜찮았다. 티브이는 잘 안 볼 것 같았지만 임대인이 인터넷과 티브이를 설치해 주셨으니까 연결해 놓았다.
차가 없는 관계로 중고 나라나 당근 마켓에서 산 물건을 가지러 갈 때, 원룸에 있는 프린트기와 책을 운반할 때 근처에 사는 작은 언니가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도와줬다. 언니도 언니 집에서 작은 선반, 숯, 학용품 등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었다.
물건을 구매해야 할 때는 주로 다이소를 이용했다. 주방 세제, 걸레, 밀대, 바가지 등 좋은 품질의 것은 아니었지만 무난하게 쓸 수 있는 것으로 유용하게 다이소를 이용했다.
텅 빈 곳을 마주했던 막연함은 공간을 조금씩 채우면서 지워갔다. 사무실 공간으로 쓸 내 책상과 컴퓨터, 수업과 모임할 곳에 책상과 의자, 그리고 주방에 각종 그릇과 냉장고 등으로 모양을 갖췄다. 현관이 있는 벽면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으니 밖에서 안이 너무 잘 보였다. 낮에는 괜찮았지만, 밤에는 감시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현관과 창문 두 개에 블라인드도 설치했다. 색상은 벽과 어울리는 연두색 느낌의 그러데이션으로 했다.
예상치 못하게 많은 지인의 도움도 받았다. 공간을 마련한 것을 안 지인들이 연락하여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의자, 선반, 휴지, 우산꽂이, 향초, 디퓨저, 화분, 화분 선반, 스피커, 분리수거 통 등 정말 예상치 못하게 선물을 보내주고, 축하해 주어 고마웠다. 나도 후에 누군가의 시작은 꼭 마음을 담아 축하해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시작을
나의 처음을
함께해 준 사람들,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