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공간에서 생긴 일 4) 동아리 지원 사업도 해보고

by 꿈꾸는 앵두

공간을 얻은 원동력을 준 분들은 바로 처음 나와 함께 영어 공부했던 분들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총 4명이 3년이 넘은 시간 동안 매주 목요일 저녁에 만났다. 1년이 지난 후부터는 가끔 ‘시작할 때는 이렇게 오래 함께 할 줄 몰랐다’며 우리의 인연을 신기해하며 꾸준히 공부하는 스스로를 칭찬했다. 처음에는 카페에서 몇 달을 불편하게 공부하다가 내가 공간을 얻으면서 공간에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매주 늘 밝은 모습으로 수업에 참여해 주셨다.

3명 모두 퇴근하고 공간에 왔는데 저녁을 먹지 못하니 돌아가면서 간식을 준비했다. 떡볶이나 순대, 쫄면 등 분식도 먹고 피자나 돈가스, 치킨 등도 함께 먹었다. 영어 공부도 공부지만 간식을 먹으며 수다 떠는 재미도 컸다. 각자의 지인들은 간식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영어 공부하는 게 아니라 간식을 먹기 위해 모이는 거 아니냐고 놀리기도 했다. 그 정도로 간식 준비에 진심이었다. 목요일 낮에 되면 카톡으로 다 함께 간식 고민을 했다. 메뉴가 겹치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간식을 먹기 위해 말이다.



8 간식사진.jpg <영어를 위한 모임인가, 간식을 위한 모임인가>


이분들과의 인연을 이어가던 어느 날, 청주시 청년여성 공간에서 소모임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 공고를 보게 되었다. 우리의 영어 공부도 소모임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고, 지원자격은 만 39세의 여성 청년이었는데 우리 모두 나이가 만 39세라 지원 가능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영어 공부 소모임’으로 신청했다. 활동일지를 써야하는 건 번거로웠지만 활동 지원금이 솔깃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영어 공부하는 소모임이라는 소개와 함께 지원금은 영어 책 구매와 간식비로 지출하겠다 계획을 써서 지원서를 냈다.

30여 개가 넘는 많은 소모임 팀이 지원했다고 들어서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최종 7개 팀에 선정되었다! 활동비는 선지급되어 매월 활동 일지를 내고 사진으로 증빙하는 방식이었다. 운영하는 여성 청년을 위한 공간의 의무 사용이 2회라 내 공간 아닌 곳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해 보기도 했고 넉넉한 활동비 덕분에 맛난 간식도 6개월간 잘 먹으며 공부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이런 지원 사업도 해 보았다.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다른 네 명이 ‘영어 공부’를 매개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울고 웃던 시간이었다. 간식을 먹으며 회사, 일, 친구, 사랑, 가족 등 여러 이야기를 오랜 친구처럼 나눴다.

우연히도 이 중 나를 포함한 3명이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제일 먼저 10월에, 그다음은 2월, 그리고 내가 6월에 결혼했다. 4년을 함께 하면서 서로의 인연에 대한 히스토리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결혼까지 하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했다. 한 분이 디자이너라 결혼한 우리 모두의 청첩장을 만들어주셨다. 나는 부케도 받았다. 결혼 준비에 대한 어려운 결정과 선택, 그리고 고민도 함께 했다.

오랜 시간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와 함께인 분들이다. 청주에 막 와서 아는 이 하나 없던 나에게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공간을 정리한 이후에도 가끔 우리는 만나 회포를 푼다. 앞으로의 인연도 계속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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