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편 문학을 읽는 모임이라고요?
책은 다양하게 꾸준히 읽으니 처음 청주에 왔을 때 부지런히 독서 모임을 찾았다. 검색을 통해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몇몇의 독서 모임을 알게 되었고 그중 자유롭게 책을 읽는 모임에 참석해 보았다. 자유롭게 책을 읽고 참석도 자유롭다 보니 갈 때마다 모임 멤버들이 바뀌었고 책도 깊이 있게 읽지 못하는 느낌이 들어 이내 그만두었다. 다른 독서 모임은 선정하는 책들이 나와 도서 취향과는 달라 참석하기가 꺼려졌다. 너무 어려운 책은 시작이 쉽지 않은 법이니까.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함을 잘 알고 있어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공간의 독서 모임은 ‘한국 단편 문학을 읽는 모임’으로 정했다. 주제가 있어야 모임 운영이 원활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국 단편 문학이라니! 이 얼마나 재미없어 보이는 모임이란 말인가.
티브이 예능 알쓸신잡 프로그램을 보면서 김영하 작가의 팬이 되었고 당시 나온 신간 ‘오직 두 사람 소설집’을 읽어보았는데 새로운 세계였다. 길이가 부담스럽지 않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편 소설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또, 수업 과제로 한국 단편 문학 과제를 하면서 단편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도전 의식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EBS의 오디오북 프로젝트의 목록을 참고하여 꼭 읽어야 할 백 편의 한국 단편 문학 리스트를 만들었다.
사실 독서모임의 회원 모집은 잘되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라 겸허히 받아 들었다. 그래서 목록을 만들었으니 혼자 천천히 읽었다. 길이가 짧으니 장편 소설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제목만 알던 작품, 작가와 제목도 모르던 작품 등 정말 다양한 작품들이었다. 단편이긴 하지만, 백 편이 주는 무게감이 있었다.
그러다 내게 영어를 배우는 분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마침 비슷한 시기에 연락 주신 분도 계셔서 나를 포함하여 세 명이 만나 독서 모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오전에 모였다. 처음에는 두 편씩 읽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단편이기도 하고 내공도 쌓여서 세 편으로 늘렸다. 세 편 중 두 편은 시대순으로 읽고, 한 편은 추천으로 읽었다. 목록 중 가장 작품이 많은 1930년대를 마무리하고, 80년대, 70년대를 거쳐 60년대 순으로 읽어갔다.
가뭄에 콩 나듯 새로운 분이 오셔서 독서 모임은 최대 다섯 명이 모였고 최소는 두 명이 모였다. 모임의 이야기가 풍부해질 수 있었던 것은 문학을 전공하신 분의 공이 컸다. 내용 위주로 읽었던 단편 소설을 철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작품을 분석해 주셨고 등장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통찰력도 대단했다. 하지만 부담 없이 모두가 자유롭게 읽은 감상이나, 작가, 환경, 인상 깊었던 부분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독서모임은 진행되었다.
모이는 인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 올 수 있는 분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모임은 진행했다. 작가, 작품, 내용, 의미 등을 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꾸준히 읽는다는 것이 의의를 뒀다.
한국 단편 문학 작품, 백 편이라니! 어렵지 않다. 일주일에 두 편씩, 1년이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