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내는 날은 왜 이리도 빨리 돌아오는지
공간을 얻을 때, 언니가 이 년 계약이니까 월세를 스물네 번 곱한 그 금액만큼은 버린다 생각하고 시작하면 즐겁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사실 그랬다. 처음부터 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없었고 소박한 나의 목표가 있다면 매달 수익이 제로, 즉 영이 되는 것이었다. 대학원생이라는 신분도 돈벌이에 욕심없는 생각에 한몫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목표는 공간을 얻은 그 순간부터 정리한 그날까지 변함이 달성했다. 첫 달부터 적지만 수익이 났으니 운영 측면에서는 성공이었다.
매달 10일이 월세 내는 날이었다. 이 날은 왜 그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몰랐다. 한 달이 금방이었다. ‘한 달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나’ 하고 월세 내는 날마다 새삼 느꼈다. 비단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월세와 카드값은 한 달에 두 번 내는 느낌이 들고 월급은 두 달에 한 번 들어오는 느낌은 누구나 갖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한 달, 한 달 월세를 내다보니 1년이라는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월세가 부담이 아니었다면 거짓말이다. 대학원을 다닐 동안은 저축한 돈으로 생활하고 있었는데 1년에 두 번 학비를 내야 하고 생활비도 스스로 충당해야 하니 당연히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국립대라 학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다행이었다.
공간과 함께하는 동안은 본분인 학생으로 공부하고 배우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지금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 가시적인 성과나 진행이 보이지 않아 불안할 때도 분명 있었지만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성장을 했다고 나는 믿는다.
영어 과외 수업이 수입원의 대부분이었다. 수강생이 많을 때는 10명이 넘기도 했다. 몇 년을 하다 보니 1년의 패턴이 보였는데 연초인 1, 2월이 어수선한 분위기이고 휴가를 많이 가는 7, 8월도 그랬다. 3, 4월 정도 되면 영어 수업 문의가 많이 오고, 한 해의 반을 넘긴 9, 10월에도 시작하는 분들이 많았다. 수강생이 많아도 대부분 주 1회 수업을 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있었다. 영어 과외 수업 말고는 대학원 마지막 학기에 초등학교에서 1년 정도 근무하기도 했다.
월세와 전기세를 내고 공간의 여러 물품도 사야 해서 수익면에서는 남는 것은 많이 없었지만 '공간지기'로써의 자부심이 있으니 만족했다. 하루하루 한 뼘 이상의 성장을 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누군가는 그렇게 욕심이 없어서야 앞으로 어떻게 돈을 벌겠냐고 걱정과 우려 섞인 말을 했지만 돈에 대한 가치 기준은 다른 것이니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돈에 대한 가치 기준이 같든 다르든 월세 내는 날은 너무 빨리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