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서 스터디 모임과 독서 모임, 영어 과외 수업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고민이 있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그 고민은 바로 노쇼(no show)였다.
노쇼는 유명한 레스토랑만의 고민거리인 줄 알았는데 작은 내 공간에서도 고민거리가 되다니 놀라웠다. 오기로 한 사람이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혹시 안 좋은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말이다. 하지만 비슷한 일이 반복해서 생기니 '또야?' 하며 노쇼에 익숙해졌다. 나중에라도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연락이 오면 그나마 예의 있는 사람이었다. 믿기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연락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영어 과외 수업을 하기 전에 요일과 시간을 정해 상담을 온다고 해놓고는 연락도 없이 안 오는 경우가 많았다. 조율한 시간을 비워두고 공간에서 기다리는데 연락도 없이 오지 않으면 허무했다. 영어 과외 수업을 진행 중인 분들은 늦거나 결석을 하게 되면 대부분 연락을 하셨지만, 회비를 받지 않는 스터디 모임이나 독서 모임의 노쇼는 정말 잦았다. 결국은 돈 때문인가 생각이 들어 씁쓸한 마음이 컸다.
가장 현명하게 대처하는 건 '그렇구나' 하며 인정하고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오히려 노쇼를 해 줘서 고맙다고 여겼다. 어차피 오래 함께 할 사람이 아니었는데 아쉬움 없이 일찍 알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랄까? 노쇼나 지각하는 사람들은 머지않아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소중하다. 일정을 잡으면 내 시간을 비워놓고 기다리는데 오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만 버리는 꼴이 되었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마냥 기다리는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니 가끔은 '나는 호구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문제를 '해결', '대처' 등의 표현을 써 가면서까지 직면해야 하는 사실이 슬펐다. 내 시간이 소중한 것처럼 남의 시간도 소중하다고 여기면 될 텐데 안타깝다. 이런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들이 '성인'이라는 사실 또한 놀라웠다.
노쇼를 이유로 직장인 대상의 영어 스터디 모임을 하나 접었다. 처음에 나를 포함하여 6명이 모여 공부했는데 한 명, 두 명이 연락도 없이 오지 않다가 2명만 남았다. 연락이 없다가 오실 수도 있으니 다른 분을 충원할 수도 없었다. 결국 두 달도 못가 모임을 접었다.
지금은 의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왜 성인들이 카톡 하나 보내는 것이 어려운 것인지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해하면 할수록 나만 힘들어졌다.
잊자. 잊자. 잊어버리자. 노쇼는 절대 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