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매일 9시간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생에서 직원이 되었고, 휴학을 했다.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해서 어학연수를 가겠다는 생각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피식.피식. 내가 당사자가 아니었다면, 콧방귀를 꼈을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낮긴 했지만, 최저임금이 지금보다 훨씬 낮은 때였고, 해외를 나가는 인원도 주변에는 없다 보니까 나 조차도 이게 될까 하는 불안감이 문득 문득 들었다. 그래도 어쩌면 그렇게 긍정적일 수 있었는지 무조건 했다.
몇 달만 지나면 돼.
하고 말이다. 그 당시에 함께 일했던 피시방 사장님도 후에 피시방 알바해서 미국 어학연수 갔다 왔어요.라고 홍보하자며 우스개 소리를 하셨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빨리 시간이 가서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만 생각을 했다. 결과는 예상하는 대로. 해냈다!
지금은 휴학하는 것이 조금은 일반화되어 휴학을 하고, 자기계발을 하기도 하고, 토익 공부에 매진하기도 하고, 해외에 나가 경험을 쌓기도 한 이야기들을 책으로나 주변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학교 자체 프로그램도 많고, 예를 들면 교환학생, 단기 어학연수 등, 혹은 필리핀이나 캐나다 등으로 방학 때 자비로 어학연수를 가거나, 해외 봉사를 가는 경우도 많이 있다. 가족들과 혹은 혼자 여행을 가거나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것도 보편화되어있다. 그러나 그 당시 주변에서 방학이라고 외국에 갔다가 오는 일은 학교 프로그램이 아니고서는 한정적이었다. 물론 휴학도 마찬가지였는데, 10년 전인 2005년의 내 주위만 하더라도 휴학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의 전유물이었고, 어학연수나 해외에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방에 국립 대학교의 특성상 학교를 선택하는 이유가 값 싼 등록금인 이유도 많은지라 집안 형편이 넉넉한 친구들보다는 어려운 친구들이 많았다. 그랬으니 어학연수라던지, 지금은 보편화된 워킹홀리데이와 같은 해외 경험은 모두 나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뿐 일 수밖에. 사실 성격이 많이 변질되어, 이력서에 한 줄 넣기 위해서 해외봉사, 워킹홀리데이, 어학연수 등을 가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그 이유가 어떻든 간에 앞서 이야기한 데로 경험은 무조건 좋다. 비록 그것이 이력서를 위해서 일지라도 지내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많이 배워서 올 것이다. 물론, 시야도 많이 아주 많이 넓어져서 올 것이다.
어차피 몇 개월인데. 500만 원만 모아서 떠나 자고 그렇게 결심했다. 그리고 어학연수지만 현지에서도 아르바이트할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로 갈 거니까 괜찮았다. 이후에 떠나는 목적이 순수 어학연수로 바뀌면서 아르바이트 기간이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몇 백 만원 모으는 일이. 시간이 문제인 거였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과연 이게 맞는 걸까. 준비를 하면서도 끊임없는 불안감이 나를 괴롭혔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두려움은 더 배가 되었다.
나중에야 한 두 번 해 봤으니 외국에 나갈 때 이렇게 준비하고, 챙겨야 할 것 리스트 만들고, 체크해서 가는 것이 쉬워졌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정말이지 비자는 어떻게 신청하는지, 경비에 넣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정말이지 막막했다. 마치, 영어 공부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갈팡 질팡 했던 것처럼. 더구나. 후에 이야기하겠지만, 워킹홀리데이(일도 할 수 있는 비자)로 가려다가 순수 어학연수로 바꾸었는데, 경비 계산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했고,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 스스로 해야 해서도 배, 세배는 더 힘들었지만, 그 만큼 배운 것도 많았다.
아르바이트 기간이 길어지면서 실감이 난다기 보다는 많이 불안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돈을 모을 수는 있는 걸까. 어학연수를 가는 게 맞는 걸까. 하루하루 긴장 속에서 살았다. 하루하루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긴장이라면 긴장이랄까. 눈에 보이는 결과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목표만을 향해 달려갈 때 다 잘 될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지만, 반대로 안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이 더욱 앞선다. 주변에 내가 의지하며 마음을 다질 수 있는 거라곤 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
지금은 아르바이트의 형태도 다양하다.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도 있고, 서울과 같은 경우에는 경험과 돈을 함께 벌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서비스업에 진로를 정한 친구들이라면 호텔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기회도 있겠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진로로 정한 친구들이라면 전시회 도우미도 좋을 것이다. 그 어떤 것을 하던 본인의 목표가 돈이 라면종이에 써 보자.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기간이 필요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