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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발견한 무자극 영화 7편

자극적이고 상투적인 코드를 벗어나 한국영화의 방향성 가늠케해

6일, 부산에서 개막된 국내 최대규모의 영화축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자극적이고 상투적인 코드를 벗어난 무자극 한국 영화를 대거 초청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는 국내 극장가에서도 최근 팀 버튼의 판타지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 올해 초 <내부자들>에 이어 <곡성><밀정> 그리고 최근 개봉한 <아수라>에 이르기까지 한국 영화 불패신화를 잠재우고 있는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한다.


영화 <미스 페레그린>은 관객들로부터 최근 한국영화의 높은 폭력 수위와 자극적인 설정에 따른 피로도가 반영돼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으며 개봉 2주차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과 한국 영화의오늘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김종관 감독의 신작 <더 테이블> 등 올해 영화제에 초청된 무자극 영화 7편은 한국 영화의 방향성을 가늠케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작품들은 재기발랄한 형식의 실험을 통해 스토리와 완성도를 갖추면서 한국 영화의 성취를 확인시키는 동시에 올 하반기와 내년도 스크린에서 신선함과 다양성을 충족시키며 가을 영화축제의 도시 부산에서도 따스한 분위기의 힐링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예리 주연의 개막작 '춘몽' / 이하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1. 개막작 '춘몽'


영화 <경주>에 이어 장률 감독의 두번째 도시탐험이자 10번째 장편영화 <춘몽>은 은평구 소재 수색을 배경으로 세 남자와 그들의 여신 예리가 꿈 꾸는 세상 이야기를 펼쳐낸다.


김종관 감독의 영화 <최악의 하루>를 통해 인생영화를 업데이트 한 배우 한예리가 국내 독립영화의 스타감독이자 연기파 감독인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과 연기 호흡을 맞추며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은 재중파 시네아스트 장률의 뮤즈로서 존재감이 기대된다.


영화는 이달 시네마테크서울에서 특별전을 개최하는 김수현 감독의 연출 데뷔작 <귀여워>에서 예지원이 삼부자와 삼색 로맨스를 꿈꾸듯 배우 끼 넘치는 감독 겸 배우 3인과 한예리의 팔색조 케미가 기대되고 디지털 영화 시대에 <동주><한강 블루스>에 이어 흑백 영화의 미학을 스크린에 펼쳐낼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는 '예리바라기'를 자처한 세 연기파 감독들이 그들의 여신 예리(한예리 분)를 향해 오묘한 관계와 상처, 환희를 그려낸다. 영화의 주 무대는 서울 수색이지만 서울이 아닌 듯 다가오고, 전작 <경주>에 이어 시간의 오묘한 뒤섞임은 시네필에게 몽환적인 시간을 선물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낱 '꿈'일지 모르는 세 남자의 일장춘몽 같은 이야기가 흑백화면, 절제된 사운드트랙, 일상적 리듬 등 장률 특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현실 밖의 꿈이라는 주제의식 형상화하며 부산을 찾은 시네필에게 영화적 체험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인의 여배우가 출연한 옴니버스 영화 '더 테이블'


2. '더 테이블' (한국 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영화 <최악의 하루>로 흥행과 완성도, 두마리 토끼를 잡은 김종관 감독이 신작 <더 테이블>에서 국내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 정은채, 정유미, 한예리, 임수정 등 4인의 여배우와 에피소드를 펼쳐낸다.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 <더 테이블>은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서 하루 동안 펼쳐지는 네 커플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배우들의 표정과 제스처 일거수 일투족을 포착해내면서 등장인물의 대화로만 이야기가 꾸며지는 구성을 채택하고 있다.   


김종관 감독은 지난 2010년 옴니버스 형식의 장편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를 연출한 바 있는데, 이번 영화 <더 테이블>에서는 마치 다큐멘터리 포커스 인터뷰를 하듯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사연이나 상황을 상상하며 역추적하게 만드는 재미를 담고 있다.


전작인 <최악의 하루>처럼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데, 만남이 소원해진 남녀의 위태로운 대화가 시작되고 <최악의 하루>에서 세 남자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양다리 연애녀로 변신했던 한예리의 또 다른 인생영화가 될지 주목된다.


특히, 이와이 슌지의 신작 <립반윙클의 신부>의 정서를 떠올리며 한예리는 전작에서 연애 사기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는 사기 결혼을 위해 가짜 친정엄마를 만나는데 그녀의 거짓말에 주목해보자.


영화 '커피 메이트'


3. '커피 메이트' (한국 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영화 <커피 메이트>는 우연히 카페에서 만난 한 남녀가 대화를 통해 교감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대화를 통해 외로움을 극복해나가는 남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가정주부의 토킹로맨스를 그려냈다.


두 사람은 외부가 아닌 오로지 카페에서만 만나 서로의 고민과 비밀을 주고받는 이른바 소울메이트를 자처하게 되는데, 육체적인 결합이 아니라 정서적인 교감이라지만 사회적인 시선이나 스스로의 양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태로움을 나타낸다.


영화를 연출한 이현하 감독은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 연출부 출신으로 광고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면서 2010년 모바일 영화 <오리진>, 2015년 웹드라마 <서촌일기>와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비전부문 초청작 <멜로>를 연출한 바 있다.


영화 속에서 크고 작은 역할 가릴 것 없이 좋은 연기력을 보여준 오지호와 윤진서가 남녀 주인공을 맡았고, 남녀의 육체적 욕망에 주목해왔던 불륜, 치정 멜로와 결이 다르게 각자의 정신적, 정서적 욕망에 주목한다.


두 배우는 스킨십 없이 오직 상황이 주는 정서적 교감을 통해 애틋하면서도 각자의 삶을 뒤흔드는 감정을 폭발시키며 막장 설정의 자극적인 드라마에 지쳤던 관객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유타 가는 길'


4. '유타 가는 길'(한국 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영화 <유타 가는 길>은 희망을 잃고 과거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동반자살을 위해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 온 남자(이진욱 분)과 여자(류혜영 분)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최근에 동계 올림픽이 열린 곳이기도 한 유타주의 솔트레이크 시티는 거대한 소금호수가 있는 사막 지역이 있는 이채로운 공간이다.


물도 인적도 드문 사막 지역을 선택한 건 죽음을 맞이 하기에 가장 그럴싸한 곳이어서 그랬을까. 팔 수술로 인해 야구 인생을 접은 남자는 도박과 술에 빠져 자살을 결심했고 이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죽었던 곳을 가보고 싶어 동반 자살을 결심하며 유타로 향하는데..


하지만 이들의 유타 가는 길에는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를 들르게 되고,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싶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싶다는 여자의 버킷리스트도 들어준다.


2007년 전주국제영화제에 한미 합작영화 <허스>로 한국영화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김정중 감독이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 한일 합작영화 <오이시맨>을 출품한 후 6년여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잉투기><나의 독재자><해어화>에서 존재감을 나타낸 배우 류혜영과 타임슬립 소재의 tvN 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에서 깊은 내면 연기를 선보인 배유 이진욱의 케미가 기대된다.


영화 '춘천, 춘천'


5. '춘천, 춘천'(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영화 <춘천, 춘천>은 상경을 꿈꾸는 29세의 취업준비생 지현과 일탈을 꿈꾸는 중년의 커플이 춘천의 청평사를 찾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드라마 장르를 띠고 있다.


서울에서 면접을 본 뒤 춘천행 열차에 올라탄 지현이 춘천행 마지막 열차에서 과 우연히 만나게 되는 중년 커플이 이야기를 교차되어 전개된다. 하지만, 지현은 면접 시험 탈락 소식을 접하고 좌절한 채 청평사를 찾게 되고 우연히 만난 동창이 술에 취해 몸울 가누기도 힘든 친구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중년 커플은 각자 첫사랑의 기억을 주고 받으며 마음을 열지만 이들의 하룻밤은 꿈처럼 지나고 다시 서울행 열차에 올라타는데..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철원기행>의 김대환 감독이 제작자로 나선 이번 영화는 영화 <새 출발>로 2012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단국대 영화콘텐츠 전문대학원 출신의 장우진 감독의 두번째 장편이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전형적인 드라마적 구성을 탈피해 춘천이라는 공간과 주인공들이 점유한 시간을 조용히 관조하는 스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선정평을 전했다.


영화 '아기와 나'


6. 아기와 나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영화 <아기와 나>는 청년 도일(이이경 분)이 군 제대를 앞두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 순영과 속도위반으로 낳은 아들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가출해버린 여자(정연주 분) 대신에 육아를 맡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 코미디이다.


제대를 한 뒤 체육관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거란 그의 기대는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체육관 트레이너 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행방불명 된 여자의 소재 파악도 어려운데다 아기는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데..


남자는 오히려 명령에 따라 움직이면 그만이었다는 군 복무 시절을 그리워하지만, 제대 후 마주하게 된 가장이라는 사회적 지위는 스스로 난관을 극복하고 해결책을 찾아 문제를 풀아가도록 하면서 오히려 아기가 남자를 성장시키는 것은 아닐지..


단편 <야간비행>으로 2011년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3등상을 수산한 손태겸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그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한 <여름방학>으로 2013년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재상,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사랑에 관한짧은필름 섹션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으니 연출력을 주목해보자.


성장은 비단 10대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며 상명하복의 조직을 벗어난 한 청년의 성장통을 통해 한국 사회를 조명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


7. 나의 연기 워크샵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은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낙태를 소재로 한 두 번째 장편 <파스카>로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안선경 감독의 세번재 장편 영화이다.


안선경 감독은 자신의 연극 활동 경험을 스크린에 구현해내는데, 2007년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인 <유령소나타>는 인디포럼 개막작에 선정됐고, 2009년 첫 장편 <귀향>도 스위스의 취리히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헌, 은, 준, 경 네 명의 배우지망생은 같은 꿈을 꾸고 있지만 서로 다른 욕망으로 극단 생활을 하고 있는데, 미래는 캐릭터 만들기 수업을 위해 한 사람의 일기를 공개하고 이들은 일기를 읽고 캐릭터를 표현하는 훈련에 참여하는데..


영화 속에 소재가 된 연극 <사중주>처럼 네 명의 배우지망생이 배우 미래가 지도하는 연기 워크샵에 참가하게 되고, 관객들은 연기 수업을 통해서 이들이 왜 연기를 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드러내고 있는지 내면을 점차 들여다 볼 수 있다.


안 감독은 "연기는 단순한 기술이 아이라 자신을 드러내고 두려움과 맞서고 자신의 실체를 마주 보는 일이라며 이 영화는 연기라는 신비의 영역을 탐구한다"고 출사표를 밝혔다.

/Chicpucci

http://i.wik.im/277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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