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 특별전을 다녀와서
최근 위키트리에서 초청장을 받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르 코르뷔지에 특별전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해 12월부터 오는 3월까지 4개월간에 걸쳐 르 코르뷔지에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드로잉, 회화, 건축모형, 조형 등 미공개작 140여 점이 포함된 세계 최대 규모 500여 점의 전시를 하고 있으니 기회되시면 꼭 가보시바랍니다.
지어진 지 1세기도 지나지 않아 현대 건축에 미친 영향력이 인정돼 지난 해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현대 건축 역사상 최초로 프랑스와 일본 등 7개국에 산재해 있는 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 17개가 동시에 등재된 것을 기념해 개최하게 됐다고 해요.
독일 출신의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 미국 출신의 건축가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와 함께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건축계에서는 입을 모으고 있어요.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를 멘토로 일본 현대건축을 이끈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 특별관도 열리고 있는데요, 자신의 멘토에 대한 헌사와 안도 다다오가 "스승의 건축정신을 기리고 그의 건축물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을 사유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작업"한 건축 모형 50점도 선보이고 있어 1석 2조라고 하네요.
현대건축의 3대 거장 가운데 한 명인 스위스 출신의 르 코르뷔지에는 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 도시계획을 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만큼이나 세계 건축사에 주목할 만한 건축가죠.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직각, 정방형이라는 건축물의 통념을 뒤집으며 자유분방하고 자연주의적인 건축가로 건축물에 곡면 설계를 적용해 당대 유럽에서 아르누보 운동의 근간을 이뤘다면,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장식적인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 트렌드에 맞서 기하학적 기능과 형태의 합리성 등 자신이 생애 동안 추구해온 이성적인 건축에 반대되는 선택으로 주목받았어요.
1950년 그의 나이 63세에 건축한 롱샹 성당은 기존 그가 주장해오던 현대 건축의 기본 원칙을 깨고 12세기부터 전쟁의 상흔이 있던 롱샹의 언덕 꼭대기에 자신이 여행 중 보았던 게 껍데기 등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어 지붕을 만들고 인공 유리창 없이 거의 자연 채광 만으로 형태의 단순함을 쫓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주의 건축이자 빛의 건축물로 찬사와 경외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벽돌로 쌓는 조적식 주택 구조에서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주택에 적용해 인간의 체형에 걸맞는 주거공간의 모듈을 개발했죠.
아파트의 층고를 인간의 체형 비례에 따라 2.7~2.8m로 한 것 역시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 개념이고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원형이 됐던 바닥, 기둥, 계단을 쌓아 올리는 돔이노 이론은 실용적이고 편안한 건축에 대한 철학이 담겼죠. 한국에도 잠실이나 마포 부근에 선보인 저층형 복도식 아파트에서 찾아볼 수 있죠.
또한 그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빌라 사보아'에 구현한 △필로티 △자유로운 입면(파사드) △자유로운 평면 △수평창 △옥상정원 등 현대 건축의 5가지 기본 원칙 등 건축 이론을 정립하면서 20세기의 주거 패러다임을 전환시켰습니다.
르 코르뷔지에는 "집은 살기 위한 기계이며, 오직 사람이 중심"이라는 신념 아래 주거 공간을 역동적이면서도 현실에 맞는 삶의 공간으로 조성하며 2차 세계대전 후 전쟁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안락한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건축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해요.
전시회에서는 말년에 '주거 실험'을 위해 4평 남짓한 오두막(카바농) 별장에서 생애 마지막을 보낸 거장의 소박한 삶을 일반인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복원했어요.
삶 자체가 하나의 건축이 되길 바랬고 "건축가는 생각을 남기는 사람"이라며 전시회를 찾은 이들에게 인생의 조언도 잊지 않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복잡함에 주저하지 말고 단순함에 도달하고 어느 덧 잃어버린 내 인생의 꿈을 다시 쫓으며, 젊은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더 젊어져 가라"는 건축거장의 철학은 자신을 잃고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과 새롭게 무언가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선사합니다.
폭설이 내린 아침, 단순하고 젊게 살라는 거장의 사유를 떠올려보는 하루 되시길.
From Morning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