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위기의 공포를 조명한 영화 5편

[시크푸치의 필름레시피] 인류에게 닥쳐 올 대재앙을 예방할 수 있다면

좋은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네필에게 잘 소개되지 못한 작품들을 최근 모바일 콘텐츠 등에서도 자주 활용되고 있는 '리스티클' 형식에 따라 SNS 등 사회관계망에서 해왔던 큐레이팅 경험을 토대로 하여 '시크푸치의 필름 레시피'라는 고정 코너로 기획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세대나 시기를 초월해 영화라는 매체가 던지는 시대적 담론에 주목해보자.


그 첫 번째로 '핵위기의 공포를 소재로 한 영화 5편'을 알아보자.


[시크 푸치의 필름 레시피] 핵위기의 공포를 조명한 영화 5편


올해는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30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지도 5년째가 되는 해이다. 특히, 올해 말 치러질 미국 대선의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한 일 핵무장을 용인해줄 수 있다는 발언 등으로 '핵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란의 개방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엔 북한, 미국에는 이란이 핵 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자아냈다. 핵위기가 더 이상 남의 얘기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방사능 유출 피해와 핵폐기물 처리 등의 공포 외에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우리에게 현실과 데자뷔 하듯 다가오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 국민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핵위기 공포의 단면을 보여준다. 핵위기로 인한 불안감과 공포를 소재로 한 영화 다섯 편에서 인류에게 불어닥칠 대재앙을 예방해보는 건 어떨까.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포스터


1.닥터 스트레인지 러브(Doctor Strangelove)

1964년작, 연출 스탠리 큐브릭, 출연 피터 셀러스, 조지 C. 스콧, 스테링 하이든 外


지난달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9번째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로 개최된 '스탠리 큐브릭전'에서도 소개 된 바 있는 SF 영화의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작가 피터 조지의 소설 '적색경보'를 원작으로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개발 경쟁을 다룬 반전 영화이다.


전쟁 주범인 잭 리퍼의 전쟁에 대한 광기는 물론, 핵전쟁을 막기 위해 위기의 순간 스트레인지러브 박사 등 권력자들이 벌이는 논쟁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풍자했다.


실제 1962년 소련이 쿠바에 핵탄두 미사일을 배치하는 국제적인 핵 위기가 벌어져 미국에 1964년 개봉 당시 2년 전 사건을 환기시키면서 상업적인 흥행도 거둔 이 영화에서 주연배우 피터 셀러스는 나치즘을 떠올리는 전쟁광과 무력한 정치인, 소심하지만 책임을 다하는 군인의 1인 3역으로 미친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 작품은 이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시계태엽 장치의 오렌지>와 함께 스탠리 큐브릭의 '미래 영화 3부작'으로 손꼽히는데, 인물들의 무력함에 실소를 자아내다가도 영화의 결말부에 이르러 핵 구름이 시커멓게 뒤덮이는 장면에서 시각적인 영상미에 경탄하게 된다.


감독의 주제 의식처럼 우리의 내면에 억압돼 있던 호전성을 발견하는 아이러니를 경험할지도 모른다.





영화 '영원한 봉인' 포스터


2. 영원한 봉인(Into Eternity)

2010년작, 연출 마이클 매드슨, 출연 티모 아이카스, 마이클 매드슨 外


<십만 년 후의 안전>이란 제목으로 2011년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원전의 위험성과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조명한 영화 <위험한 봉인>은 핀란드의 핵폐기물 처리장 '온칼로 프로젝트'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10만 년의 내구성을 지닌 세계 최초의 핵폐기물 처리장을 지하 500m 아래에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인류를 핵 위기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서 시작된 영화는 일본 개봉 당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져 국내에도 화제가 됐다.


인류에겐 영원한 금지구역이 된 핵폐기물 처리장 '온칼로'는 핀란드어로 은폐 장소로 절대 노인이나 아이, 여자가 접근해선 안된다.


원자력 발전으로 인해 발생되는 방사성 폐기물을 우주, 해저 등 장소를 고려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지난 18억 년 동안 안정성이 입증된 화강암 지층에 5km 길이의 핵연료 처리시설을 만들어 10만 년 후에도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인데..


하지만 감독은 완벽해 보이는 이 프로젝트에 한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신이 열어보지 말라던 상자를 연 그리스 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처럼 언어와 사고 등이 변했을 10만 년 이후 미래 인류가 침입한다면 대재앙이 다가올지도 모른다고..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할리 베리(사진 왼쪽)



3.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


2013년작, 연출 앤디/라나 워쇼스키, 톰 티크베어, 출연 톰 행크스, 휴 그랜트, 할리 베리, 배두나 外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불교적 윤회 사상을 모티브로 5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서로 다른 시대의 6개의 스토리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있는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저주받은 걸작이다.


노예제도부터 동성애까지 각 시대별 금지된 문제를 사유하는 이 영화에서 잡지사 기자 루이자 레이(할리 베리)의 1970년대 에피소드에서는 새롭게 건설하는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가 수많은 이들의 목숨에 위협이 된다는 불안정성을 고발하는 한 과학자가 레이에게 제보하면서 미국 핵 개발의 음모와 은폐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연출해낸다.


이 영화에서 톰 행크스, 할리 베리, 배두나 등 배우들은 1인 다역으로 6개의 에피소드에서 서로 다른 캐릭터들을 소화하는데, 그들 가운데 혜성 문양의 흉터 같은 반점을 지닌 캐릭터에 주목한다면, 묵시론적인 예언을 쫓아 시스템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경계를 허물고 핵 위기 같은 재난 속에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는 주제의식을 발견해낼지도 모른다.




영화 '잭 스트롱' 포스터 / BiFan



4. 잭 스트롱(Jack Strong)


2014년작, 감독 브와디스와프 파시코브스키, 출연 마신 도로신스키, 마야 오스타쉐브스카, 패트릭 윌슨



2014년 개최된 제 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부문인 부천초이스 장편 섹션에 초청된 폴란드 영화 <잭 스트롱>은 냉전 시대의 종주국 소련과 맞서 이중스파이가 된 한 군인의 이야기를 그려냈는데, 2014년 폴란드에서 개봉해서 흥행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냉전이 한창이던 1971년부터 1981년까지 CIA를 위해 스파이로 활동하며 소련의 기밀을 넘겼던 폴란드군 출신 리샤드 쿠클린스키(Ryszhard Kuklinski) 대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고, 대령은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 음모를 알게 되지만, CIA와 손잡고 미국과 소련의 이중스파이가 된다. 하지만 국적을 잃은 첩보원으로 누구도 어느 국가도 그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


스파이 영화인데 총성이나 액션의 서사가 아닌 스릴러로 연출해냈고, 두 나라를 오가며 이적 활동으로 인해 조국에 버림받고 국적을 잃은 첩보원의 불안감을 긴장감 있게 조명하면서 가족을 지켜내는 감동 실화에 울분과 탄식이 절로 나올지도 모른다.



영화 '실크우드'의 메일 스트립(사진 왼쪽)


5. 실크우드(Silkwood)


1983년작, 감독 마이크 니콜스, 출연 메릴 스트립, 커트 러셀 外



미국 오클라호마주 핵연료 재처리장에서 일하다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진 카렌 실크우드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실크우드>는 평범한 노동자가 방사능 누출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동료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려낸 인권 영화이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으로 유명해진 시나리오 작가 노라 에프런이 각본을 쓴 이 영화는 작가가 기자 출신의 경험을 살려 감정을 절제하는 담담한 상황 묘사가 호평받으며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다.


현존하는 핵 문제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회사 측의 안전 불감증을 비난하는 주인공 카렌 역에는 미국 아카데미상이 인정한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메일 스트립은 평범한 여공에서 마음은 여리지만 자기주장이 뚜렷한 카렌 역으로 변신해 동료들이 방사능에 노출되고도 방치되고 인권이 유린당하는 모습을 응시하며 그들의 애환과 무력함에 연민을 자아내게 한다.


시네마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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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tree 2016-04-05 12: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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