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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225. '척' 대장 아버지, 스크린 가득

마블의 감성액션 '로건'부터 이병헌의 멜로컴백 '싱글라이더'까지


지난 19일 밤 11시에 방영된 JTBC 예능토크쇼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이하 '톡투유')에서는 MC 김제동, 정재찬 한양대 교수,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가수 박완규와 디어클라우드의 보컬 나인이 참석해 '~한 척'을 주제로 유쾌한 힐링의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정재찬 교수는 얼마 전 방송분에서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을 소개한 데 이어 우리 아버지 세대의 초상을 묘사한 안상학 시인의 '아버지의 꼬리'라는 시를 낭독했죠.



오랫만에 시 한펀 다시 소개합니다


딸이 이럴 때마다 저럴 때마다

아빠가 어떻게든 해볼게

딸에게 장담하다 어쩐지 자주 듣던 소리다 싶어

가슴 한쪽이 싸해진다


먹고 죽을 돈도 없었을 내 아배

아들이 이럴 때마다 저럴 때마다

아부지가 어떻게든 해볼게

장담하던 그 가슴 한쪽은 어땠을까


아빠가 어떻게든 해볼게

걱정 말고 네 할 일이나 해

딸에게 장담을 하면서도 마음속엔

세상에서 수시로 꼬리를 내리는 내가 있다


장담하던 내 아배도 마음속으론

세상에게 무수히 꼬리를 내렸을 것이다


- 안상학 시인 「아버지의 꼬리」 중에서


이 시에서는 아버지라는 이름의 비애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가족이란 공동체에서 가장 괜찮은 척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버지가 아닐까요? 안상학 시인의 시에서처럼 사회나 직장이란 공동체에서 '어떻게든 해볼께'라며 아닌 척하며 꼬리를 내리고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졌을 아버지들을요.


정 교수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꿈틀대는 꼬리를 눌러가며 자식들에게 '걱정 마, 어떻게든 해볼게'라고 말했다"며 "그때마다 그들은 얼마나 불안하고 힘드셨을까요"라며 척에 익숙한 부모님들에게 위로를 전했어요.



얼마 전, 김민희가 홍상수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베를린영화제에서 부성애로 이슈가 됐던 마블코믹스의 신작 <로건>에서도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 역을 맡은 휴 잭맨의 애달픈 부성애 연기로 인해 제작사인 마블코믹스 최초의 감성액션무비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정체불명의 돌연변이 로라와의 관계뿐 아니라 진통제를 맞지 않으면 발작을 일으키는 찰스 자비에가 로건의 대부처럼 다가와 3대에 걸친 부성애 코드가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번 주말 시상식이 개최되는 89회 아카데미시상식 후보작 가운데 톱스타 맷 데이먼이 제작자로 나서 생애 첫 남우주연상 수상을 전망하고 있는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도 재난 사고로 아이를 잃고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무력한 일상을 보내는 아버지로 변신해 회한에 찬 부성애를 선보였죠.


16 년 만에 애달픈 부성애를 진지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해내는 이병헌의 멜로 장르 컴백이 반가운 영화 <싱글라이더>나 자각몽을 통해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나서는 영화 <루시드 드림>의 고수와 설경구 역시 색다른 지점에서 부성애를 표현해냅니다.



이는 탄핵 정국에서 국정 공백을 도외시하고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현직 대통령의 궤변과는 별개로,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은 '세월호 7시간'으로 인해 소중한 자녀들을 잃은 유가족 가장인 아버지들의 애달픈 부성애와 맞닿아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아버지를 토닥거리면서 이젠 '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얘기해도 된다고 고백해보는 하루 되시길.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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