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모닝레터_0305. 빼앗긴 사색의 봄은 오는가

시간이나 경제적 여유 감소로 인해 도서 구매력 급감


장편소설가로 명성을 얻은 2인의 소설가가 지난해 단편소설집을 출간해서 책을 구입해 읽었는데요, <새의 선물>을 쓴  은희경의 <중국식 룰렛>과 드라마화 되기도 했던 <달콤한 나의 도시>를 쓴 정이현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 입니다. 이러한 소설집은 읽은 지 기간이 지났어도 부담없이 챕터별로 읽어도 좋은 것 같아서요.


은 작가의 소설집 가운데 「중국식 룰렛」에서는 혼밥, 혼술 등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갖게 되는 절대 고독의 심연을 조명하며 우리들의 삶 속에 불행과 행운을 성찰하고 있는데요.


영화 <라쇼몽>의 이야기 구조를 떠올리듯 본심을 감춘 인물들이 위스키바에서 술을 소재로 진실게임을 펼치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은 같은 층에 살아도 전혀 이웃에 대해 알지 못하는 현대인의 고립과 관계 대한 욕망, 삶에 대한 진한 페이소스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담아냅니다.



혼인 관계는 유지하지만 사생활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을 살아가는 '졸혼' 등 최근 드라마나 예능 소재로 부각된 가족해체 시대에 절대 고독과 상실감을 공감 넘치게 작가 특유의 언어와 사실적인 텍스트로 풀어낸 것 같아요.


정이현의 소설집 <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지난 2013년 겨울부터 발표한 소설 가운데 중단편 일곱 편을 묶었는데, 가족해체 시대에 침묵과 무관심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일상 속의 폭력을 감각적이고 세련된 언어와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해냅니다.


우리가 직장에서 겪은 인격살해에 가까운 따돌림이나 언어폭력은 물론 연인, 가족간의 관계에서도 ‘상냥한 폭력’은 존재하고 있음을 일캐워주는 이 소설에서는 가족의 생계나 일상의 존속을 위해 다른 이들의 불행을 묵인하는 극단적 개인주의의 파국을 심도있게 성찰하는 것 같아요.



주말이고 휴일이라 다소 소프트한 소재를 꺼낸다는 것이 책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요, 얼마 전 국내 최대 규모의 도매 서적상인 송인서적의 부도 소식이 출판계를 강타하면서 장기간의 경기 침체가 개인의 일상에서 여유와 사색의 시간마저 빼앗아버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가구당 월 평균 도서구입비가 1만 5,000원으로 신간 단행본의 평균 정가 1만 8,100원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6년 연속 최저 비용을 갈아치우며 우리 국민은 한 달에 책 한 권도 구매하지 않았다고 해요.


지난 2010년 2만 1,900원이었던 월 평균 도서구입비가 지난해 단행본 한 권 가격에도 미치지못하게 된 것이죠. 특히, 소득 수준에 따라 격차는 커졌는데요 소득 상위 20% 가구가 2만 7,000원인데 반해 소득 하위 20%는 4,700원으로 나타나 5.7 배의 차이가 났고 중졸 이하 가구와 전문대졸 이상의 차이는 작년 8.3배로 2003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격차가 났습니다.



또한, 모바일의 일상화로 책을 읽지 않는 풍조도 확산돼 문체부 조사 결과, 2015년 기준 1년 동안 책을 한권도 읽지 않은 성인은 전체의 34.7%로 나타나 20여 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해요.


이렇게 되자, 출판계에서는 도서구입비의 소득공제 법제화를 위한 서명운동에 나서며 연간 8,8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에게 도서구입비(참고서, 전자책 포함)의 15%까지 100만원 한도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으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습니다.



이에 대해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쇄를 기반으로 하는 도서 콘텐츠의 상당수가 디지털화 돼 스마트폰을 매개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해졌다"면서 “시간이나 경제적 여유를 찾지 못하는 국민들의 현실은 도서구매 감소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진단했죠.


사람답게 살 기회와 공감 능력을 높이는 책 읽기, 지난 2007년 폐지된 방송 예능 '느낌표!'에서처럼 독서 캠페인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가 되찾아야 할 것으로 시민민주주의 회복도 있지만 벚꽃 만개하는 봄에 빼앗긴 사색의 시간은 아닐까요?


From Morningman.


매거진의 이전글  모닝레터_0304. 최악의 오스카, 90년사에 오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