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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닝레터_0304. 최악의 오스카, 90년사에 오점

SNS를 경박스럽게 활용한 결과..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보완 필요


<라라랜드>가 아닌 <문라이트>로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이 뒤바뀌어 발표된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은 90여 년 간 공정성과 권위를 인정받아 온 오스카와  아카데미 협회(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 의 평판과 명예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지요.


이후에 현지 언론에서는 1967년작인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의 주연 배우인 두 원로 배우의 이름을 따서 '클라이드가 보니에게 폭탄을 넘겼다'고 전하면서 유튜브에 이 상황을 패러디한 영상이 올라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세 시간이란 비교적 넉넉해 보이는 시상식과 수상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가운데 각종 퍼포먼스 등으로 세계 영화팬들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가장 집중해야 할 시상식의 프로그램은 뒤로 갈수록 숨 가쁘게 진행됐고, 릴레이를 하듯 무대에 선 시상자들도 상 받으러 나온 수상자들에게도 여유는 없어 보였죠.



오스카는 82년간 '무결점'이라는 평판을 자랑해왔던 회계법인 PwC(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에 회계를 맡겨 왔는데, 투표 결과에 대한 보안 유지를 위해 두명의 회계사에게 중책을 맡겼습니다.


"모두가 무사하게 끝났구나"라고 긴장감을 놓을 때쯤 바로 직전 여우주연상 부문에 이어 가장 마지막 순서, 무대에서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의 두 원로배우 워렌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가 시상을 맡았고 최악의 시상식의 한 가운데 서서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시상식에서 혼돈 스러운 무대에서 워렌 비티는 사과성의 발언을 했고, 직후 국내외 언론에서 이들 원로 배우들의 실수가 사고의 원인(?)인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라라랜드 7관왕'이란 헤드라인 외에 그 것 또한 오보였죠.



이에 웨렌비티는 오스카 위원장에게 공개 해명을 요구했죠. 위원회에서 진상조사에 나서면서 '최악의 오스카'를 만든 장본인으로 지목한 사람이 시상식 수상자 집계와 발표를 맡았던 PwC 소속 두 명의 회계사를 지목하고 두 명의 직원과는 향후 일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매체들은 앞다퉈 두 회계사가 해고됐다(?)고 보도하면서 직원 책임으로 사고를 봉합하려는게 아닌가란 의혹까지 제기했는데요, PwC 측은 사건 발생 후 성명서를 통해 공식 사과했고 "나쁜 뉴스는 곧 잊힌다"며 당사자인 회계사 컬리넌이 오스카 시상식을 진행하지 못할 뿐이지 별다른 인사상의 불이익은 없을 것라고 전했지요.


이번 사건의 발단은 현지 특파원들로부터 정확히 알려지게 됐죠. 시상식 직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저주라는 가십이 떠돌았던 것도 여기에서 기인했던 것 같아요. 무대 양쪽에서 수상자와 수상작 발표 봉투가 든 서류가방을 든 두 회계사가 서서 무대 뒤편에서 시상자에게 봉투를 전달하고, 시상자들은 무대의 오른편으로 입장을 했다고 해요.



시상식이 뒤로 갈수록 시간이 부족해지자 여우주연상 시상 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무대 왼편으로 입장하는 걸 통제하지 못했으며, 왼편에 있던 회계사 루이즈의 봉투로 시상이 끝났죠.


여우주연상과 작품상 수상작이 적힌 봉투는 무대 오른편에 있던 컬리넌에겐 남겨져 있었지만, 앞서 여우주연상 시상 때 수상한 엠마 스톤의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느라 컬리넌은 앞선 시상자들이 기존의 프로세스대로 진행하는지 모니터링하지 못했고, 워렌 비티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수상작 봉투 2개 가운데 하나를 잘못 전달했던 것이죠.


이 광경을 바라본 맷 데이먼이나 메릴 스트립 그리고 축하 공연을 했던 레이디 가가 등 게스트들의 동공도 모두 확대된 채 한 편의 촉극으로 전락해버린 오스카 시상식에 놀라고 있었죠.



특히, 올해 오스카 시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윗을 올리며 조롱하던 사회자 지미 카멜은 작품상 정정 발표를 <라라랜드>의 프로듀서 호로위츠에게 넘기며 시상식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고, 무대 뒤에서 여배우 사진을 찍어 트윗을 올리느라 제대로 시상식을 통제하지 못한 회계사 컬리넌은 오명을 남기게 됐는데요, 모두가 SNS를 경박스럽게 활용한 결과라고 할까요.


두 회계사에 대한 징계로 수습할 것이 아니라, 주최 측은 최악의 오스카가 된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MC의 진행부터 24개 각 부문의 시상에 필요한 각각의 시간들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서 미비했던 부분들을 보완해 내년 오스카를 준비했으면 합니다.


From Morningman.


89회 오스카 시상식 패러디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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