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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408. 스마트한 관계의 해법

성공이란 강박에 함몰되지 않는 느슨한 관계가 필요한 까닭


실업이나 실패를 경험해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계나 휴먼네트워킹의 어려움을 직시할 수 있을 텐데요, 내가 다가가려 해도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이 가로막아 서기에 SNS나 커뮤니티 등 친밀도가 확인되지 않은 사회적 관계망(social network)에서 '느슨한 관계'를 욕망하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인해 우리가 삶 속에서 거품을 제거해야 하는 것 또한 인간관계가 아닐지 생각되기도 해요. 바꿔 말하면, 사회적 관계망에 집착하게 될수록 마음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나 자신에게 충실해야 할 시간이 줄어들게 마련이므로 인간관계에서도 스마트하게 거리를 두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아요.


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주간지 한겨레21에 기고한 '관계에도 여백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이를 ‘똑똑한 거리 두기’라고 일컬으며, 우리가 사회적 관계에 집착하는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첫째, 개인의 관계망을 사회적인 잣대로 평가해서 그렇지 못한 경우에 죄책감과 두려움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해요.


사회의 통념상 외향적이며 사교적인 사람에게 잘 적응하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다 보니 그 반대의 경우에는 불안감과 죄책감이란 강박에 얽매이게 된다는 것인데요, 오히려 성공한 리더들은 불필요한 관계 구축에 힘쓰기보다 자신에게 더 많이 투자하는 데 노력하며 내적인 충실을 기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사회적 관계망에 속하지 않으면 게으르고 뒤처진다고 생각하는데, 인간관계의 기본 원칙은 '주고 받기'Give and Take)가 적용돼 자신에게 이롭거나 도움되는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려 하는 속성 탓에 나 스스로가 타인에게 도움되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러한 역량을 갖추는 것이 먼저라는 성찰을 하게 되네요. 즉, 성공한 사람을 아는 것과 나 자신의 성장은 별개라는 분별력을 갖는 것 말입니다.



얼마 되지 않지만 살아오면서 경험에서 미뤄볼 때 상대를 이용할 목적으로 만나는 인간관계가 오래 이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누군가와 어울리며 시간을 버리기보다는 자기계발과 연관된 다양한 관심사에 몰입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둘째, 무의식중에 우리 내면에 자리 잡은 과시욕 때문일 수 있다고 해요. 성공한 누군가를 아는 것이 내가 그의  영역에 속해 있는 것 같은 착시를 이루게 된다는 것인데요, 최근 방영 중인 JTBC의 금토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서도 학교-회사-사회로 확장되는 공동체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부모세대의 모습을 전하는데요, 선물이나 촌지로 관계망이 구축된다는 환상은 버려야 할 때가 아닐까 싶어요.


보험에 빗대 관계망을 구축하는 것보다 다원화되고 세분된 현대 사회에서 자신에게 생소한 정보나 지식에 대해 전문 분야에 조언을 받으면서 현실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즉, 어떠한 모임이나 관계를 보험처럼 생각해 유지하는 것이 생산적이거나 효율적인 시간 관리나 휴먼네트워킹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하는 것 같아요.



정여울 작가의 산문집 <마음의 서재>에서도 관계의 여백을 소개하는데요, "눈에 보이는 빈 공간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관계의 빈 공간이 필요하다"며 "가족, 연인, 친구 사이에도 일한 간계의 여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사랑하는 이들끼리도 각자의 사유와 고독한 비밀의 공간을 남겨줄 수 있다면 우리가 쓸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은 눈부시게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적을 위한 관계에만 관심을 가지면 문제가 될 것 같아요. 목적을 지닌 친밀한 관계로부터 일정한 거리 두기를 통한 느슨한 관계로 변화해나가야 할 지혜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친밀한 관계일수록 일정한 거리 두기를 하는 것도 좋은 관계를 지속하는 스마트한 생각 아닐까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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