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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427. 유연함의 혁명, 교황 TED 강연

부드러움이 가장 강한 것이고,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메시지 전해


성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된 세계 지식 강연 테드(TED)에서 직접 연단에 서지 않고, 영상을 통해 18분 짜리 강연을 했어요.


지난 부활절 미사에서 로마와 전 세계를 향해 전쟁과 테러, 기아로 신음하고 있는 지구촌의 사람들에게 경각심인 일깨우며 평화와 정의의 정착을 강조하며 이례적으로 설교를 했던 교황이 이번엔 가장 도전적인 과제가 될 '미래는 당신(The Future You)'이라는 테마로 진행된 2017년 연례 TED 컨퍼런스에서 '모두가 함께 만드는 미래 만이 가치있는 이유'라는 주제로 종교 지도자로서 깜짝 강연을 한 것이죠.


TED는 기술(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을 주제로 공유할 만한 강연을 나누는 모임으로 지난 2006년부터 6~18분 짜리 강연을 공유하는 사이트라는 실험을 하고 있죠. 필자도 참석해봤던 TEDx명동, 서울 등 수십여 개의 모임이 국내에도 있습니다.



TED는 PMP라는 사회 교육 단체를 만들어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한 코넬대 2년생 아부에날가 외에 미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청년들을 선발하는 ‘올해의 펠로(Fellow) 15인’을 무대에 세우는 등 로봇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지구에서 인간의 위상이 위협받는다고 생각되는 오늘 날, 각 분야의 정상에 선 인물을 초대해 이들이 상상하는 미래를 소개했는데요.


이날 교황은 화상 강연에 출연, 올해 TED 주제인 '미래는 당신'이란 주제에 맞춰 "사회를 진보하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관계와 연결이다. 우리는 서로의 관계를 건강한 상태로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에 있을수록, 또한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더 클수록, 아울러 책임이 더 많은 자리에 있을수록 겸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가 아닌 '우리'가 있을 때 혁명이 시작된다며 '온유의 혁명'(revolutionof tenderness)을 촉구했죠.


그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희망은 있으며, 그 사람은 당신일 수 있다'는 가슴 파고드는 강연을 비티칸 시로부터 직접 전했어요.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권력이 없는 자와 있는 자들에게 영적 지도자로서, 지금 우리가 평등과 결속을 과제로 널리 퍼질 유연함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자기 희생을 치르지 않고서는 사랑할 수 없다"는 성 테레나 수녀의 말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TED에는 많은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인다는 걸 안다. 사랑은 창조적이고 구체적이며 독창적인 태도를 필요로 한다"는 말로 강연을 되새기면서 "다행히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할 일이 너무 많고 이 일들을 다 함께 해야 한다"며 "소망과 동정, 악함에 대항하는 우리의 능력을 막을 수 없도록 어둠에 묶어두지 않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며 현재를 살아갈 뿐만 아니라 미래를 볼 줄 알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죠.

 

"아이들이나 가난한 자,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말을 적극 들으며, 병들고 오염된 지구의 조용한 외침에도 경청해야 한다"고 "자신을 우리의 일부로 여시는 사람들의 손에 지구와 미래가 달려있다"고 전했어요.


과학과 기술 혁신이 평등과 사회적 포용을 가져오길 희망한다는 담론을 제시하며 "지구에서 먼 행성을 새로 발견했을 때 우리 주변의 형제와 자매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다면 얼마나 훌륭할까"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난하고 병든 이들, 수감자나 이주 난민 등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만날 때 "왜 내가 아니고 그들일까"라는 의문이 든다며, 그럴 때마다 교황 자신을 비롯해 운이 좋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을 돌볼 책임이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며 성서 속의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 설명했죠.


오늘 날 인류의 이야기라고 "매우 멸시 받고 살아가던 사마리아인이 다친 사람이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걸 보고 그 사람을 불쌍히 여겨 매우 확실한 행동을 하게 된다"며 "가엾은 남자의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부어주고 묵을 곳을 정해 그를 돌봐주도록 하고 자기 돈을 내줬다"고요.   



이번 교황의 깜짝 강연은 세계 정세에서 스트롱맨의 득세로 인해 소외받는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가장 부드러운 경고이자 환경과 지구촌을 생각해야 하는 세계 시민사회에 대한 역설이 아닐까 싶어요.


부드러움이 가장 강한 것이고,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말을 강조한 교황의 메시지는 지난 겨울 광화문광장에서 우리가 시민혁명을 내걸고 싸워 이뤄낸 슬로건에 다름 아니겠죠. 5천 만 국민, 여러분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당신이 아닐까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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