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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508. 잠깐 멈춤, 안식년에 대해

희망을 품고 버텨낼 수 있는 인생의 2막을 위해 성장하는 계기


그 동안 건강 탓에 지인들과 연락도 소홀했던 것 같아, 최근에 사회 초년생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더니 "12년 직장생활 했으면 할 만큼 한 것 같아 얼마 전 사표를 내고 인도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카카오다음이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해 '작가(에디터)'의 권한을 주고 운영하는 브런치 블로그에도 지난해 모닝레터에서 소개한 바 있는 퇴사 학교, 사표를 써라, 안식년과 연관된 글들이 독자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아요.


필자 역시도 PR 분야에서 15년을 일 했으니 이제 한 분야에선 일할 만큼 해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유사 포지션이 오픈되면 구직 활동을 하고 있지만 홍보 에이전시로부터 받은 명함에 새겨진 "곧 은퇴, 너무 오래 했네요"라는 문구처럼 은퇴 이후를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영화관에서 자주 접하는 극장광고 중에 은퇴설계 캠페인을 소재로 한 금융사 광고가 눈길을 끄는데요, 60세 기준으로 은퇴 후에 부부가 함께 보낼 '10만 시간의 행복'이란 주제 아래, 걸어서 지구 10바퀴 여행하고, 맛집 12,000곳을 찾고, 영화를 5만 편 보고, 친구와 10만 번 운동하고, 사진 3억 6천만 장을 남길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하죠.


필자도 새로운 목표를 갖고 소셜필름 큐레이터와 힐링 큐레이터를 비전으로 삼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요.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직장 생활 중에 늘 따라다니던 강박이나 스트레스도 많이 사라지고 면역력도 다소 회복돼 창작이나 글을 쓰고 싶은 의욕과 함께 타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 같아요.


사전투표를 하고 대통령선거가 있는 다음 주에는 베트남 다낭을 여행할 거라는 친구의 말에 문득, 직장인들에게 안식년이라는 게 정말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직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도 3년을 근속하면, 직원에게 2주간의 유급 휴가를 내줘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는데, 한 분야에서 10~15년 직장생활을 했다면 잠시 일상에서 한발 물러나 자기 자신에게 안식년을 줘도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구조조정이나 권고사직이란 명목으로 타의에 의해 회사를 나오게 됐지만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옛말처럼 올해를 안식년으로 여기고 기업이 새 먹거리를 찾아 준비하듯, 사회나 국가적으로도 결혼 후 좋은 일이 거의 없었던 만큼 2017년이란 해는 단 하나의 희망을 품고 버텨낼 수 있는 인생의 2막을 위해 성장하는 계기로 생각할까 합니다.


얼마 전, 근로자의 날에 tvN의 <혼술남녀> 조연출이었던 C사의 故 이한빛 PD의 안타까운 죽음 소식과 거제조선소 S사의 크레인이 무너져 목숨을 잃었으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보장을 주장하며 단식 투쟁에 돌입, 광화문 광고탑 위에서 고공 농성을 하던 근로자가 건강 악화로 병원에 후송된 건 정작 취업을 해도 일자리의 질이 낮은 시대의 불행이 아닐 수가 없어요.



특히, 이 PD의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은 아들 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슴 속에 묻지 않고 부활시키겠다. C사의 직원들이 행복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방송계에 장시간의 고강도 노동과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폐단을 꼬집었어요.


더욱이 C사에서는 유족에게 고인의 불성실한 근무 태도와 인격 모독에 가까운 구실을 일삼았다고 하는데요, 구조조정으로 직원을 내치거나 어떤 사고 발생 시 희생양을 만드는 기업들의 방어적 태도는 직원을 조직의 부속품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마인드가 아닐까 모르곘습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봐도 겉으로는 시장 내 1위 업체이고 직원 복지도 좋고 휴가도 잘 사용할 수 있다고 온갖 사탕발림을 내놓지만 인간 이하의 인격 모독은 물론, 몰상식하고 소모품처럼 쓰고 버리는 이러한 고용 관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그리고 우리가 안식년을 스스로 챙기지 않는 한 이런 비극은 계속될지도 모르겠어요.


한 가지 중요한 건, 그래도 직장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면 안식년 등 잠깐 멈춤을 통해 자존감을 높여야 할 것 같아요. 오늘은 어버이날이죠. 쳇바퀴와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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