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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513. 교도소 범죄극으로 진화한 조폭 영화

영화 '불한당', '검사외전'-'프리즌'의 계보를 잇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17일부터 프랑스 칸 일대에서 개최되는데, 한국영화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봉준호의 <옥자>와 홍상수의 <그 후> 외에도 <악녀><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이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는 등 한국영화 다섯 작품이 함께 초청돼 유럽 평단과 언론들의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액션, 스릴러, 미스터리, 공포, 판타지 등 장르 영화 가운데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들로, 새로운 장르 영화의 문법을 기대하는 영화팬과 각국의 수입 업자들의 관심을 받게 되죠


이 부문에 초청된 역대 한국영화로는 2005년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2008년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2014년 창감독의 <표적>, 홍원찬 감독의 <오피스> 그리고 지난해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등이 있어요.


올해 칸 심사위원을 맡은 박찬욱 감독은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 <올드보이>로 지난 2004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바 있고, 이후에도 칸 영화제는 <박쥐><아가씨>와 같이 독특한 미장셴으로 차별화한 한국의 장르 영화에 주목해왔던 것 같아요.



마초 감성 넘치는 짐승남과 갈등이나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이 죄책감없이 칼과 도끼 등 도구로 후려치며 신체 훼손을 일삼아 피가 낭자한 하드보일드 액션으로 대표되는데, 이러한 장면을 가장 잘 소화하는 소재가 조폭 영화입니다.


최근 국내 영화계에서는 폐쇄적인 공간인 교도소를 배경으로 언더커버(위장 잠입 경찰)가 자주 등장하는 범죄극들이 계보를 잇고 있는 듯해요.


드라마 <피고인><귓속말> 등 방송가에서도 화제가 된 죄수라는 정체성은 정의를 위해 정의를 희생하는 이율배반적인 동시에 고립된 채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버텨내며 싸우기 때문 아닐까요.


기존 한국적인 색채를 살린 조폭 영화에 더해 냉정하고 무감각한 태도로 현실 세계를 폭력적으로 묘사하며 하드보일드 감성을 덧입힌 작품은 칸영화제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단골 초청작이 됐고 오는 17일, 국내에도 개봉을 앞둔 영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이 그 계보를 잇고 있습니다.



영화 <불한당> 역시 서사는 새로울 것이 없이 기존 한국형 조폭 영화에서 흔히 봐왔던 사회 부조리와 권력형비리를 소재로 언더커버가 등장하는 기획성 영화처럼 다가오는데, 범죄조직의 일인자를 노리는 재호와 세상에 두려울 것 없이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의 의리와 배신을 담아낸 하드보일드 범죄 액션 영화죠.  


특히, 영화 속에서 마약밀수 조직 오세안무역 일당들과 조직의 2인자인 재호(설경구 분)가 교도소 수감 동기인 현수(임시완 분)가 급습하는 최선장 사무실에서 펼치는 화끈한 액션은 박찬욱의 <올드보이> 장도리신을 이을 명장면으로 꼽을 만해요.


롱테이크로 촬영된 이 장면은 카메라 워킹과 독특한 비주얼로 마치 코믹북이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동감으로 다가오는데, 재호에게 신의를 보여야 하는 현수는 조직 생활 데뷔 무대이기도 한 공간에서 우락부락하고 묵직한 뱃사람의 아우라가 넘치는 조폭들을 상대로 목숨을 건 사투를 펼칩니다.


전작 <나의 PS파트너><청춘 그루브>를 연출했던 변성현 감독이 진중한 누아르에 브로맨스 코드를 접목한 것도 특징인데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설경구와 임시완의 케미도 좋은 것 같아요.



이에 앞서 한석규의 원톱 명연기가 빛났던 영화 <프리즌>은 자기 만의 세상에 갇혀 파면된 전직 대통령을 풍자하듯 은유 가득한 사유로 그려내는 범죄극입니다.


존속살인의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된 검사의 이야기인 드라마 <피고인>의 스크린 버전이라 할만큼 교도관 위에 군림, 권력을 사유화하며 완전 범죄를 일삼는 비선실세에 맞서 의문사한 형의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 언더커버로 교도소에 잠입, 모진 풍파를 견뎌내는 강력반 형사의 위험천만한 분투기를 그려내죠.


폐쇄된 공간에서 그들 만의 세상의 왕으로 군림하는 익호(한석규 분)는 교도소장도 자기 발 아래 꿇리며 비정함과 잔인함을 동시에 갖춘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실세로, 한 때 위기를 맞지만 유건의 도움으로 장기 집권에 성공하고 교도소 담벽을 넘어 밖으로 나가 청부 살인을 지시해 부와 권력을 축적합니다.



드라마 <피고인>의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작품이 또 있는데요, 영화 <검사외전>의 재욱(황정민 분)은 살인 누명을 쓴 채 수감된 후 사기꾼 치원(강동원 분)과 의기투합해 반격을 펼치며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죠.


이처럼 교소도가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건 기존 조폭 영화와 달리, 외부와 연결이 차단돼 밀실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과 권력형 비리가 종식되지 않는 한 부정부패를 일삼는 교도관이나 검사, 경찰이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공권력에 저항이 어렵다는 것을 시사하는 건 아닐까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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