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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극장가, 텐트폴 영화는..6강 배급 구도 형성

택시운전사,군함도.V.I.P 3강에 박열-청년경찰-장산범 틈새공략


텐트폴 영화란, 텐트를 칠 때 지지대 역할을 하는 폴처럼. 제작사나 투자 배급사들이 한 해의 라인업 가운데 가장 성공 확률이 높아 어느 정도 흥행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진 작품을 일컫는, 이른바 성수기용 대작 영화라 부른다.

한 작품만으로 다른 작품의 손실을 메꿀 수 있어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해 국내에서는 일선 학교의 여름방학과 폭염으로 피서지를 찾는 성인들의 여름 휴가 시즌인 7~ 8월에 주로 개봉한다.


특히 상업 영화 가운데 2017년 상반기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국 영화가 단 7편에 불과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올 상반기 782만여 명을 유치하며 흥행 1위를 차지한 <공조>를 배급했지만 세 편을 올려놨던 지난해보다 약세를 보였고, 532만여 명을 기록한 2위 <더 킹>을 배급한 NEW도 한 작품에 불과했다.

쇼박스는 <프리즌>(293만여 명),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보안관>(259만여 명)을 배급했고 특이한 것은 메가박스㈜플러스엠이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으로 365만여 명을 유치하며 국내 영화배급 시장에서 5강 체제를 이뤘다.


반면에 할리우드 직배사의 배급작은 완성도와 인지도에 앞서면서 국내 영화팬을 끌어 모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올 상반기 흥행 10위 권에 <미녀와 야수><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등 네 작품을 올렸고,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UPI) 코리아도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미이라> 등 두 작품으로 재미를 봤다.


올 상반기 부진했던 국내 메이저 배급사들이 부진과 대조해 상반기 외화 <너의 이름은.>으로 급부상한 메가박스㈜플러스엠의 경우, 지난달 28일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이 <스파이더맨:홈커밍><미이라><트랜스포머5> 등 외화의 공세 속에 손익분기점(150만 명)을 넘기며 13일 기준 200만 명을 돌파하며 하반기 한국영화에 좋은 기운을 예고케 했다.



영화 <박열>은 1923년 도쿄에서 일어난 조선인 대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무정부주의자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이준익 감독은 <사도><동주>에 이어 주인공 외에도 존재감 있는 또 하나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왕의 남자> 이후 투 톱 캐릭터의 구도를 만들어가면서 시대극에서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해냈다.


특히 이 감독은 전작에 이어 자극적인 설정이나 상투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모노톤으로 담담하게 나라를 잃었던 한 청년의 울분과 기개를 진중한 방식으로 감정을 쌓아내는 한편, 어릴 적 불우한 성장기를 거친 일본 여인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를 덧붙여 마치 <동주>에서 윤동주보다 주목됐던 송몽규의 캐릭터처럼, 펜으로 폭력과 강압에 항거했던 가네코라는 무정부주의자 청년을 통해 항일 운동사의 색다른 지점을 포착해냈다.     


쇼박스는 제작비 150억 원을 투입한 장훈 감독의 영화 <택시운전사>를 지난주 가장 먼저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하면서 오는 8월 2일에 개봉할 예정이고, CJ엔터테인먼트는 제작비 220억 원을 쏟아부은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를 다음 주에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하며 <택시운전사>보다 한 주 앞서 26일에 개봉하면서 쌍천만 흥행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시기에 대학살의 참상을 취재해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운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극 중 택시운전사와 독일 기자는 제3자의 시선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는 1980년의 광주를 조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는 송강호를 비롯해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이 출연한다.


최근 사회적으로도 쟁점이 된 군함도의 사진 한 장으로 이야기의 토대를 세운 류승완 감독은 영화 <군함도>에서 역사적인 고증에 극적인 요소를 더해 팩션 시대극으로 굴욕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나가사키 현 남서쪽에 위치한 섬을 배경으로, 영화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에 수 많은 조선인이 섬에 끌려와 강제노역을 당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영화는 수많은 조선인이 무고한 희생을 치른 군함도의 숨겨진 역사를 파헤치는데, 천만 배우 황정민을 비롯해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캐스팅돼 감독의 인지도와 더불어 큰 기대감을 자아낸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도 두 달여가 가까워지고 지난 정권에서 일본 정부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책 방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앞서 상영 중인 <박열>에 이어 <군함도>가 우리에게 일제 강점기, 굴욕의 역사에 대해 성찰케 하고 사회적 담론을 끌어내며 롱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당초에 하정우 주연의 <신과 함께>로 여름 성수기를 공략하려고 했지만, 개봉 시기가 겨울로 미뤄지면서 <군함도>와 비슷한 시기에 강하늘-박서준 주연의 영화 <청년 경찰>을 내걸었고, 올 상반기 <더 킹>으로 호조를 보였던 NEW는 허정 감독의 신작 <장산범>으로 틈새 공략을 노린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할리우드 직배사인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밀정><싱글라이더>에 이어 박훈정 감독의 영화 <V.I.P>를 배급하며 오는 8월 중순, 여름 시장의 끝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영화 <청년 경찰>은 경찰대생이 눈앞에서 목격한 납치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수사극이다. 이 영화에서 박서준은 언제나 몸이 먼저 반응하는 의욕이 앞서는 경찰대생 기준 역을, 강하늘은 이론에만 밝은 원칙주의자 경찰대생 희열을 맡는다.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충무로에서 블루칩으로 떠오른 두 청춘스타가 얼마만큼의 이름값을 해낼지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소리를 흉내 내서 사람을 홀린다는 동물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영화 <장산범>은 <숨바꼭질>로 흥행을 한 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올 여름 드문 스릴러와 호러 장르로 승부를 건다. 특히, 동물의 울음소리 등 음향을 중심으로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할 이 작품은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염정아와 박혁권이 출연한다.  



마지막으로, 영화 <V.I.P>는 국정원과 CIA의 공조로 인해 북에서 내려온 VIP가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등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드라마다. 올 상반기에 개봉한 영화 <공조>의 진지 버전이라 할 만하고, <신세계><대호>의 박훈정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이 출연한다.


매년 여름 극장가에 텐트폴 영화 4강 체제를 이뤘던 한국영화의 배급 구도가 이젠 할리우드 직배사까지 가세하며 6강 체제로 변화할 전망이며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배급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야심작 <혹성탈출:종의 전쟁> <킹스맨:골든 서클> 등에 맞서 여름 극장가의 승자가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크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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