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터_0802. '바쁨'이란 감옥에서 벗어나려면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는 지혜, 강박을 치유할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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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개념이 모호하고 주의가 산만하기 마련인 취학 전 아동을 키우는 부모라면, 놀이에 푹 빠져 있는 아이를 식탁 위에 앉히고 밥을 먹이는 식사 시간이 여간 길지가 않습니다. 그러면서 입버릇처럼 부모는 "얼른 와서 밥 먹자, 빨리 숟가락 뜨자" 이런 말을 되뇌게 됩니다.


이럴 때 아이는 "아빠는 잔소리쟁이야"라고 하죠. 빨리 식탁을 치우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 어른들의 강박 관념이 어느새 무의식 중에 '바쁨'을 핑계로 아이에게까지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반대로 이런 경우도 있지요. 스마트기기를 보며 혼자 놀이에 푹 빠진 아이를 돌봐줄 생각으로 "무슨 놀이 하고 있니?"라고 물으면 "아빠, 나 바빠"라며 문을 닫아버리곤 합니다.


어른들이 '바쁘다'라며 일상처럼 되뇌던 말이 어느새 아이들과의 소통에 벽을 세우고 어린 마음에 상처를 안긴건 아닌지 죄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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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내에서 두 아이를 동반해 유모차를 끌고 횡단보도 앞에 선 엄마가 손을 입에 집어넣는 아이를 나무라면서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됐는데요, 모든 걸 입으로 확인해야 하는 구강기의 시기에 반복하여 아이에게 '이러면 안 된다 하고 좀 더 자세히 설명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날씨가 더워 짜증이 나는 데다가 아마도 '바쁘다'는 현대인의 강박과 불안이 불러온 사례가 아닌가 싶어요.


또 한가지는 오랜만에 연락이 닿게 된 지인과 "언제 밥 한번 먹자"나 "술 한잔해요"라는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서양에서는 이런 말을 내뱉으면 즉석에서 일정을 잡아야 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등 동양 문화권에서는 바쁜 일상 속에서 반가움을 표시하며 지나가는 인사말로 관용화가 됐지요.


노부모와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속정 깊은 아버지는 어쩌다가 전화를 걸어오셔서는 "바쁘냐?"라고 먼저 물어오시는데요, 이 한 마디 속에는 자식에 대한 배려와 걱정, 안부 등 다양한 감정이 묻어나 있습니다. 언제부터 우리들의 인사가 “바쁘세요?”라고 바뀐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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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사회심리학자 토니 크랩은 자신이 쓴 책 <너무 바쁘다면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에서 우리가 바쁘다고 말하는 것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에서 유래된 것이라며 이러한 '바쁨'이란 감옥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자신이 삶의 주인이라는 느낌을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욕망을 채우려는 '하나 더'라는 강박에 휩싸여 많은 일을 만들기보다 중요한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이러한 삶의 변화를 위해서 끈기 있게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근로시간은 2,285시간으로 OECD 가입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높았고, 직장인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3.76시간이었으며 평균 여가는 국민 평균(3.15 시간)보다 0.5시간 적은 2.65시간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적은 시간으로 가장 많이 즐기는 여가활동으로는 영화 관람이나 음주가 많았습니다.


이렇듯 여가활동도 단시간에 마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고 모바일이 일상화되면서 쉴새 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일과 시간 이후에도 업무와 연관된 카톡 알람은 우리를 '바쁨'이라는 강박으로 몰아넣고 인간 중심의 관계를 일 중심의 관계로 바꿔 놓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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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인 송인한 연세대 교수는 지난달 초, 중앙일보 삶의 향기 코너에 기고한 '반성문:바쁨은 유죄'라는 칼럼에서 "일·가정 양립이라는 단어 역시 또 다른 부담이 되어 양쪽 일을 더 많이 하는 극단의 균형을 향해 긴다"라고 지적하며 "잠시라도 멈추면 뒤처지고 다시 기회가 없을 듯 불안을 넌지시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여유는 용기와도 같다"고 전합니다.


'바쁨'이란 감옥에서 벗어나 잠시 멈춰서 나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고 내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을 들여다보는 것이 노이로제 같은 강박을 치유할 수 있는 용기라는 성찰을 하게 되는 아침입니다.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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