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나 기호에 따라 좋은 영화 한 편 어떨까
올 상반기까지 독식하다시피 한 할리우드 대작 영화를 이어 하반기 성수기에 텐트폴 영화로 공개된 <군함도><택시 운전사> 등 대작들이 잇따라 여름 극장가 박스오피스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로맨스와 첩보, 청춘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로 틈새를 겨냥하며 관객들의 취향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대형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예년과 달리 올여름에는 경쟁사와 비교해 비교적 적은 제작비를 투입한 청춘 수사극 <청년 경찰>을 내놓으며 틈새시장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영화 <청년 경찰>은 <태양은 없다><비트> 등 1990년대 정우성-이정재를 떠올리는 버디 무비로 안방과 스크린을 오가면서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강하늘과 박서준의 콤비 리액션이 눈길을 끄는 코믹 액션 수사극입니다.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은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경찰대생 동기가 우연한 기회에 납치 사건에 휘말리고 원치 않던 수사를 벌이면서 시작되는데요, 교실 밖 이데아를 향한 두 청년의 신념은 부패와 무능으로 점철된 채 신뢰를 잃어버린 공권력에 대해 시대적 욕망이 반영된 판타지가 아닐까 싶어요.
경찰과 청년 사이에서 사회적인 제약에 부닥쳐 '인지 부조화'라는 충격을 겪은 두 경찰대생이 진심과 열정을 다해 정의를 세우며 사회적 약자를 지켜주고 보호하려는 모습은 '신념'이란 그리 큰 결단이 아님을 느끼게 하죠.
영화 <스물>을 떠올리는 브로맨스 코드의 애드립 제조기 강하늘과 <킬미 힐미><쌈 마이웨이> 등 드라마에서 잇따라 흥행 루키로 급부상한 박서준의 케미는 올 상반기 <더킹>의 정우성-조인성, <공조>의 현빈-유해진을 잇는 투톱 버디 무비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고, 극 중 신 스틸러로 출연하는 성동일과 박하선도 제 옷을 입은 듯한 캐릭터로 이야기의 균형과 조화에 한몫하는 것 같아요.
프랑스의 거장, 프랑수아 오종의 신작 <프란츠>는 2차 세계대전 직후를 배경으로, 전쟁의 상흔이 남긴 죽음보다 힘든 용서에 관해 사유하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절제된 연출 방식으로 모노톤의 화면에 인상주의 화가 마네의 그림과 클래식 선율이 어우러진 오종의 파리 견문록처럼 다가옵니다.
고전적이고 우아한 미장셴과 마네의 그림을 따라 루브르를 둘러보는 재미도 솔솔 나는데요, 로맨스와 심리 미스터리 추적극을 결합한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적 성취처럼 느껴져요.
특히, 당시에 영국과 프랑스의 적대적인 감정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서사처럼 적과의 로맨스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객의 예상을 빗나가는 지점에서 발견되는 이야기의 균열감이 영화적인 재미를 선사합니다.
웰메이드 첩보소설의 장점을 조율하는 연출력이 눈길을 끄는 영화 <트레이터>는 신념과 의리를 사유하는 스파이물의 진중한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어요. 영화 <팅거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콘스탄트 가드너>의 원작자인 존 르카레의 소설 <우리들의 반역자>를 영화화했습니다.
러시아 마피아 조직의 비밀과 음모를 알게 된 교수의 선택을 그려낸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이완 맥그리거와 나오미 해리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이지만 콜린 퍼스, 다니엘 크레이그를 이을 영국 첩보원으로 변신한 데미안 루이스의 존재감이 주목되는 작품 같아요. 그는 차기 007시리즈의 첩보원 제임스 본드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필자의 인생 영화가 되기도 한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영화 <아메리칸 허니:방황하는 별의 노래>입니다. 처음엔 영화 제목만 보고 '가십걸'과 같은 할리퀸 로맨스 영화인가 생각돼 지나쳤다가 <군함도>가 가득 메운 몇 개 남지 않은 스크린에서 찾아보게 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고단하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눔의 의미와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년들이 심장을 울리는 희망을 노래하는 음악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를 심화시킨 신자유주의 축소판처럼 보이는 성인판 가출팸에서 다단계 잡지구독 영업이라는 일자리를 얻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그려냈어요.
로드무비로 그려낸 길 잃은 청년들의 연대는 올해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문라이트>의 여성판처럼 다가왔는데요, 위선과 돈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태로운 청춘의 자화상을 그려낸 감독은 '방황하는 청춘이여, 마시고 노래하고 춤춰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알고 보니 칸영화제가 공인한 수상작이었고, 자비에 돌란 감독처럼 1.37:1의 스크린을 통해 인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동적인 스토리와 감각적인 미장셴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 배경이 된 <오즈의 마법사> 고장 텍사스에서 청년들은 돈을 벌기 위해 기꺼이 영혼도 팔아버리는 모습은 신기루를 찾아 헤매는 모습 같아 안타까왔고, 시종일관 청년들을 따라다니는 경쾌하고 흥겨운 사운드트랙은 극 중 여주인공 샤샤 레인의 존재감 있는 연기를 더욱 빛나게 하며 내년도 오스카 후보로도 손꼽을 만합니다.
다양성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없더라고 국내 영화배급의 시스템에 따라 홀드 백(2주 정도) 기간이 지나면 IP TV나 VOD 등을 통해 접할 수 있으니 취향이나 기호에 따라 좋은 영화 한 편씩 보시길.
From Morning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