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피구게임과 아트팔찌를 소도구로 관계결핍 해법에 관한 위안
지난해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은 홈리스 악동들의 희망찾기 대작전을 소재로 현대 사회의 가족해체 현상을 조명하고 아웃사이더를 향한 응원과 따스한 위로를 전했다.
처음 <우리들>이란 영화 제목을 접했을 때는 성인과는 무관하게 '개훔방' 류의 아동 성장기를그리는 영화라는 통념 탓에 선뜻 관람할 생각을 못했다.
다만, 이 영화가 올해 2월에 개최된 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작이고, 국내외 평단에서 호평이 이어져 "과연 어떤 영화이길래?' 라는 생각으로 보게 됐다.
영화 <개훔방>이 부모 세대의 잘못으로 정착할 곳 없이 떠도는 아이들의 희망찾기 대작전을 그려내면서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을 통해 자포자기 식의 타성에 빠진 어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했다면, 이 영화 <우리들>은 학교, 교실에서 확장된 직장, 사회 공동체까지 보편화 된 왕따, 따돌림 문제를 소재로 관계의 결핍을 겪는 이들에게 관계 갈등의 해법을 따스한 위안과 함께 전하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영화 <우리들>의 정서를 지배하고 있는 왕따나 따돌림이란 소재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한공주> 그리고 최근작 <비밀은 없다>에 이르기까지 스크린에서 오래도록 가장 흔하게 다뤄져 왔다.
하지만, 상투적으로 비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윤가은 감독은 마치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보는 듯 공동체에서 소외받은 한 소녀의 시선을 응시하면서 내가 타자에게 무심코 던진 말의 행로가 상대를 상처입힐 수 있음을 성찰한 홍상수의 영화 <우리 선희>의 사춘기버전처럼, 아이의 시선에서 갈등과 화해 등 관계 맺기의 성장통을 담백하게 그려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영화 속에서 활용한 피구 게임과 아트 팔찌란 소도구를 아이들 공동체 즉, '우리들'의 질투와 동질감이라는 심리적 역학관계로 교실 속 왕따나 따돌림 현상을 교실 밖으로 확장시키면서 타자와의 관계 회복에 관해 '교실이데아'가 가능한가란 물음을 던지는 듯 보였다.
피구 게임에 참여해 본 적이 있는가. 피구 게임은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제한된 사각의 공간에서 상대방을 맞추며 공간 밖으로 내보내는 경기이다.
특이할 만한 것은 공을 던져 상대팀 플레이어의 신체 부분에 맞추면 선 밖으로 나가야 하고, 선 밖에 줄지어 서 있거나 선 안에 마주 선 상대팀 플레이어의 공을 땅에 닿지 않도록 품에 안아 받아주면 우리 팀 플레이어 한 명이 인플레이 공간에 다시 살아 들어 온다.
윤가은 감독은 영화의 도입부에 편을 가른 10대 아이들의 피구 게임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때 상대 팀 아이가 극중 주인공 선(이름도 '선'인 것은 경계란 정체성 때문이었을까)에게 금을 밟았다면서 그들의 공동체 밖으로 내몰고 선 밖에서 사각 공간 속의 아이들을 응시하는 선의 시선을 비교적 롱 숏으로 연출해낸다.
여기에서 영화 <우리 선희>에서처럼 아이들의 모습은 프레임(현실과 스크린의 경계) 밖으로 사라지고 웅성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오고 카메라는 선(최수인 분)을 줄곧 응시한다.
순수해보이는 아이의 얼굴은 웃음기를 머금다가 무표정해져서는 다시 시무룩해지는 듯하고 관객들에게 이 아이가 자살이라도 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을 짙게 드리우면서 '우리들'이라는 타이틀 롤이 뜬다.
영화에서 메인 스토리인 속앓이 왕따 소녀 선과 이들 공동체에 새롭게 들어 온 소녀 지아(설혜인 분)의 관계 맺기에서는 손재주가 좋은 선이 친구의 생일선물로 만든 아트팔찌를 지아에게 선물하면서 영화 <우리들>의 질투와 동질감이라는 심리적 역학 구도의 경계에 놓인 아이들의 갈등과 화해는 위태롭게 이어진다.
극중 왕따를 주도하는 공동체의 리더 보라(이서연 분)를 중심으로 지아가 들아갔다가 다시 선이 들어오고 나가는 형식으로 10대 또래 아이들 간에 질투와 동질감은 동전의 양면성처럼 금방 뒤집어지기도 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친구들과 교우 관계에서 서툴어 하는 선에게 깨달음을 제공하는 두 차례의 계기가 있는데, 하나는 할아버지와 화해에 실패한 채 이별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또래 친구들과 놀다가 매번 맞고 들어오는 남동생 윤(강민준 분)의 한 마디이다.
"친구가 때리면 나도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난 그냥 놀고 싶은데.."
맞다. 어떠한 공동체나 친구 관계가 계속하여 유지되려면 내가 조금 피해를 보더라도 한발 물러서서 친구편에 서면 된다. 그러면서 이야기 결말에 선의 결단 장면에서 도입부에 봤던 피구 게임 장면으로 다시 이어지는데, 이번에는 카메라가 선과 갈등 관계로 멀어진 지아를 응시하는 선의 시선을 조명한다.
아이들이 지아를 왕따 시키려고 인플레이 중 사각 공간의 금을 밟았다고 주장하며 내치려 할 때 머뭇거리다가 선은 지아가 안밟았다고 편들자, 아이들은 선의 말에 수긍하여 게임을 계속한다.
피구 게임에서 상대가 던진 공을 받아 선 밖의 우리 팀 멤버를 '우리들' 울타리로 데려오는 것처럼 피구 게임의 역학관계를 통해 지아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선과 지아의 손목에는 선이 선물한 아트팔찌가 아직 채워져 있다.
윤 감독은 끊으려 해도 쉽게 끊지 못하는 두 아이의 위태로움을 아트 팔찌를 통해 결속하는 듯 보였고 앞으로도 선은 피구 게임에서 지아의 편에 설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선과 지아, 보라 등 10내 소녀들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포착해내는 윤 감독의 섬세한 시선은 청소년들의 성장통에 그치지 않고 이를 일상생활에서 관계 갈등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성인들에게도 작은 지혜를 전하는 듯 보였다.
단순한 아동 성장기처럼 생각되었던 영화 <우리들>은 '올해의 영화'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고, 윤가은 감독 또한 올해 주목할 만한 독립영화 감독으로 손 꼽을 만하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성인배우 못지 않는 존재감을 나타낸 아역배우 최수인을 비롯해 설혜인-이서연-강민준 등은 <개훔방>의 아역배우들 처럼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차세대 연기자들이다.
별점 ★★★★☆(4.5/5점 기준)
한핏줄 영화 - 우아한 거짓말, 한공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Chicpuc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