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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1018. 디지털 세대, 아날로그 소환 이유

경쟁과 속도의 사회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힐링 선사


음유시인 김광석의 노래가 카페나 거리에서 들려오는 걸 보면, 가을이 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요, 그의 가사에 담긴 아날로그 감성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라는 노래도,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라는 곡의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라는 가사에서도 고독과 함께 따스한 정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경제 불황의 터널은 끝날지 모르고, 세태가 점점 각박해지면서 혹시 여유를 잃고 살지 않나요? 손편지 한 장 다소 지직거리지만, 턴테이블 바늘과 LP 판에서 들려오는 노래 선율에 '아 옛날이여!'라는 향수를 느끼게 합니다.


지난 주말 처가에 결혼식이 있어 예식장을 찾았는데, 장모님이 6.25 한국동란 시기에 납북된 어머님의 부친 형제들 모습이 담긴 빛바랜 흑백사진 액자를 보여주시며 사진을 친척 한 분이 처남의 결혼 선물로 받으셨다며 감격스러워 하셨죠.



이처럼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는 비단 기성세대 만의 전유물은 아닌 것 같아요. 최근에는 아날로그가 전략적인 마케팅 소재로 차별화되거나 젊은 세대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하니까요.


화려한 컬러와 더불어 디지털 기술과 스마트기기의 발달로 잡티 하나 없는 초절정의 미모를 뽐낼 수 있는 요즘, 흑백사진은 사진관이나 가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가 됐죠.


그런데, 영화 <아이 엠 샘>으로 심금을 울렸던 아역 배우 출신의 톱스타 다코타 패닝은 최근 흑백사진을 컨셉트로 한 화보를 소개해 화제가 됐어요.


화보 속 모습이나 표정에선 앳된 모습은 사라지고 성숙미를 자아내지만, 보는 이에게는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라는 걸 환기하며 오래전 향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최근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날로그 공간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활판 인쇄를 통해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명함을 만들고, 컬러가 아닌 흑백사진에 추억을 담는다고 합니다.


특히 이들이 찾는 사진관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진을 인화해 흑백 톤의 색감은 물론이고 일명 "뽀샵'이라 불리는 보정 작업도 없다고 해요.


지하철 역사나 각종 자격증 갱신할 때 자주 쓰는 즉석 사진 또한 최근에는 대학가나 도심지를 중심으로 '즉석사진' 열풍이 불어 서울에 부스 형식으로 설치된 곳만도 400 개소가 넘는다고 합니다..


특히 즉석 사진기는 앞서 전통적인 사진관처럼 보정 기능이 없어 디지털에 익숙한 신세대들에게는 흑백이란 설정 하나로만 인물의 표정과 촉감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게 하는가 하면, 피부의 잡티 등을 없애는 '뽀샵' 기능을 대체하기도 해 선호한다고 합니다.


[사진=홍대앞 독립서점 gaga77page]



매일 새로운 걸 경험하고 남과 달라지고 싶어 하는 청춘 세대의 감성을 반영해 얼마 전까지 패션 명함이나 캘리그래피가 인기를 끌었는데요, 과거처럼 활판 인쇄를 통해 명함을 찍어내기도 하고 대학가 주변에 자리한 독립서점에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살린 일러스트와 캐릭터를 새겨 넣는 인쇄물로 정체성을 살리며 차별화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디지털 세대에 아날로그 콘텐츠가 주목받는 것은 모바일, SNS 등 디지털 콘텐츠가 많은 곳에서 오히려 향수를 자극하며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최근 발표한 '모바일로 들어온 아날로그' 보고서는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 주요 포털사이트, 블로그 및 카페 등에 올라온 콘텐츠와 7만 5천여 건 이상의 소셜 네트워크 상에 데이터 키워드를 분석했는데 신선함, 감각의 부활, 실물의 소장가치 등 세 가지를 아날로그 트렌드로 제시했어요.


아날로그 카메라와 관련돼 사진, 필름, 카메라 등의 언급이 많았으며, 기성 세대가 아날로그 감성의 콘텐츠를 다시 접하면서 신선함을 느끼거나 아날로그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세대의 반응으로 해석됐습니다.



이어 모바일의 편의성과 효율성이 소비자에게 아날로그 감성을 일으키고 이를 확산시키는 점도 주목됐고, 소리를 듣거나 책장을 넘기는 일상의 활동에서 아날로그 감각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마지막으로, 디지털화된 무형 콘텐츠가 아날로그 형태의 실물로 구현된다는 점으로, 이를 수집이나 소장 등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 이미지와 관계 중심형의 SNS 등 모바일에서 다이어리, 포토북, 소장 등 유형의 실물 콘텐츠 키워드는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취향과 욕구를 채워주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노션 측은 "모바일 기기와 아날로그 콘텐츠의 접목이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각 되살리고 있어 모바일과 아날로그를 상호 접목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는 더욱 세분되고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죠.


한때를 풍미했던 소니의 워크맨이나 카세트테이프, 이제는 사라져갈 MP3플레이어 등도 최신 영화들에서 소품으로 자주 활용되면서 복고 감성을 불러일으키는데, 아날로그야말로 숨막힐 듯한 경쟁과 속도의 사회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힐링과 잠깐 멈춤을 선사하며 자신을 되돌아볼 여유를 갖게 하는 보물이 아닐까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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