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모닝레터_1013.감동과 여운 전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들

멈춤의 지혜와 더불어 삶에 여유로움 성찰..힐링무비

 

최근 가을 극장가에는 <김광석><저수지 게임><공범자들> 등 사회 고발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영화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잔잔한 감동과 여운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도 눈길을 끕니다.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2일 개막한 가운데, 정치나 시사 이슈에 민감해하는 영화팬들이라면, 미니 영화제를 방불케 하며 극장가를 풍성하게 만드는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 관람하는 건 어떨까요?   


이국적인 티베트 설원을 배경으로 동자승과 노스승의 아름다운 동행을 그려낸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부터 힐링 성지 이스탄불의 길냥이를 소재로 한 냥큐멘터리 <고양이 케디>는 소재로 촬영 배경도 이국적이며 이채롭습니다.

 

또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친 기업도시 거제를 배경으로 댄스스포츠에 푹 빠진 스승과 여고생의 이야기로 한국판 <스윙걸즈>라 할 만한 영화 <땐뽀걸즈>까지 세계 유수영화제에 초청돼 완성도 높은 연출력을 인정받고 스펙터클을 앞세운 상업영화 공세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어요.



'다시 태어나도 우리', 사랑과 연민으로 채워가는 아름다운 사제의 동행

   

방송 다큐멘터리 PD 출신의 문창용 감독이 티베트 의학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다가 연출하게 된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티베트 불교의 윤회 사상을 토대로 전생을 기억하는 동자승 '앙뚜'와 현지에서 시골 마을의 의사이자 칠순의 승려 '우르갼'의 수행을 담백하게 담아냈어요.


지난해 DMZ국제다큐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됐고 올해 개최된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청소년 성장 영화)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품입니다.


중국의 차마고도처럼 인적이 드문 인도 북부의 라다크 지역과 티베트 설원을 배경으로 믿음의 결핍을 사랑과 연민으로 채워가는 아름다운 사제의 동행을 그려냅니다.



마음속에 부처를 갈구하는 신비로운 티베트인들만의 문화와 예법을 조명한 가운데, 노스승과 동자승의 궁핍하지만 아름다운 동거는 인간의 윤회설에 의해 발견된 기이한 '린포체' 스토리에 경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린포체란 법력이 높은 티베트 고승으로 환생해 전생을 기억하는 동자승을 일컫는데, 청소년기가 지나면 전생에 대한 기억이 점차 사라져 린포체로서 특별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그 전에 전생의 사원에서 제자를 기다린다고 해요.


영화는 불신과 경멸의 시선 속에도 린포체에 대한 믿음으로 무소의 뿔처럼 홀로 자애하고 헌신하는 스승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주관적인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담담하게 연출합니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린 린포체를 안팎으로 돌보면서도 장정들도 감당해내기 힘든 3천km나 떨어진 고산지대 설원으로의 긴 여정에서 한줄기 기적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담아내죠.



'고양이 케디', 삶이 당신에게 미소짓는 순간..공존과 평화의 가르침


터키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길고양이와 시민들의 따스한 공존을 담아낸 제다 토룬 감독의 영화 <고양이 케디>는 최근 서울 등 도심 지역에서도 자주 눈에 띄는 길고양이(길냥이)는 물론, 현대 사회의 노숙자 문제 등 사회적 약자와의 공존법을 사유케 합니다.


특히, 동물애호가나 애묘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인간사에 관여하며 관계 맺는 길냥이의 영민함과 신비로움 포착한 일명, 냥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이제 우리도 거리에서 길냥이를 만났을 때 거부감보다는 '삶이 당신에게 미소짓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인간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힐링의 성지, 이스탄불의 지혜는 마치 '인간사, 고양이만 같아라' 는 사유를 전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길냥이의 의인화를 통해 전쟁과 갈등을 일삼는 인간이 지녀야 할 덕목을 성찰케 하고, 신의 뜻에 따라 길냥이를 돌보는 이스탄불 사람들 특유의 유머와 삶의 여유로움을 강조합니다.


이스탄불은 실제 13만 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사는 고양이 천국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새끼를 보살피는 어미의 모성애는 물론, 해안가 상인들의 골칫거리인 들쥐를 내쫓는 도시의 파수꾼으로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길냥이의 모습도 포착해내죠.

 

이 작품도 지난해 이스탄불독립영화제에 이어 시애틀국제영화제와 캐나다 밴쿠버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 잇따라 초청됐고, 미국 영화 비평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8%를 기록, 인디와이어 선정 21세기 최고의 다큐멘터리 BEST 25에 선정됐습니다.



'땐뽀걸즈', 기업도시 거제를 배경으로 한 '스윙걸즈' 한국판


올해 개최된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에서 공개된 개봉 영화 <땐뽀걸즈>는 방송 다큐멘터리 'KBS 스페셜'을 통해 소개돼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던 이야기를 영화화하며 자녀세대에 어떤 유산을 남겨줄 것인가를 성찰케 합니다.


조선업 불황이 휩쓴 기업도시 거제를 배경으로 <스윙걸즈> 한국판처럼 다가오는 이 작품은 거제여상 열여덟 ‘땐뽀반’ 학생들의 유쾌 발랄 성장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인데요.


취업을 앞둔 실업계 여고생들이 방과 후 동아리에서 체육 담당 이규호 교사의 권유로 댄스스포츠를 배우면서 자격증 취득에 정신없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댄스스포츠' 홀릭으로 성취감을 느껴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냈죠.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라 회사를 떠나 도시로 아버지가 취업훈련을 떠나거나 하루에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뛰며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소녀 가장 등 공부는커녕 땐뽀반 수업을 따라잡기도 힘든 주변 상황으로 인해 아이들이 꿈을 잃어가는 현실을 조명합니다.


그런 가운데 라틴댄스 경연 대회를 준비하면서 성장통을 겪고 이를 통해 한층 성숙해지고 꿈을 되찾는 모습을 풀어냅니다.


이 작품은 불안의 시대, 자녀 세대의 미래와 꿈에 대해 공감을 던지고, 질책보다는 따스한 공기로 위안을 주면서 우리 각자가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삶에 자신만의 템포를 갖도록 성찰케 하죠.



또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란 질문을 던지며, 교육이란 하고 싶고 되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하는 게 아니겠느냐란 생각이 들게 합니다. 특히,

삶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기에 충분한 아이들을 위무하는 카메라의 시선이 따스한 것 같아요.


훌라댄스를 배우는 폐광촌 소녀들의 유쾌한 반란을 그려낸 <훌라걸스>나 낙제생들이 음악과 수영을 통해 꿈 찾기에 나서는 <스윙걸즈><워터보이즈> 등을 연상시키며 인디 '구체적인 밴드'의 멤버 윤중과 포크 뮤지션 김사월이 부른 OST도 감동을 배가시킵니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와 소재로 가슴 깊은 감동과 짙은 여운을 전하고 있는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일상에 지치고 힘든 현대인들에게 잠깐이나마 멈춤의 지혜와 더불어 삶에 여유로움을  갖게하는 것 같아요.


From Morningman.

매거진의 이전글 모닝레터_1011. 본능의 관찰과 두려움의 발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