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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1128.레드카펫 없던 청룡영화상, 눈물-애도

"현대사에 대한 위로" 소감...일부 부문, 이변 연출 '감동' 더해

 

올해 천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지난 25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개최된 제38회 청룡영화상(이하 청룡)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음악상, 최다관객상을 받으며 4관왕을 차지했어요.


이날 총 9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던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촬영조명상(조형래 외)와 인기스타상(설경구)을 수상하며 2개 부문에 그쳤죠.


대신에 <택시운전사>와 더불어 현대사의 아픔을 소재로 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감독상(김현석), 여우주연상-인기스타상(이상 나문희)을 수상하는 등 3개 부문을 가져가 올해 청룡의 심사위원들은 '시대성'과 '대중성'을 고려한 연출력에 손을 들어준 것 같습니다.


특히, 시상식에 앞서 예정됐던 레드카펫은 이날 서울 지역에 내린 폭우 등 악천후 속에서도 행사 주최 측이 야외 촬영을 강행 방침에 항의 표시로 참석한 모든 매체의 사진/영상 기자들이 보이콧을 결정했죠. 한 해 동안 이날을 기다려오며 정장이나 이브닝드레스 코드를 챙겼을 스타들이나 레드카펫의 모습을 기다리던 팬들의 기대를 무산시키며 대종상을 연상시키는 파행을 불러왔습니다.


이 같은 일로 올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파행, 눈물, 애도 라는 세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다만, 시상식은 청룡의 고정 MC인 배우 김혜수의 노련함과 처음 마이크를 잡는 이선균의 케미가 어우러져 순조롭게 진행됐고 연기부문 후보자들이 대거 참석하며 행사 열기를 더했어요.


가장 치열하게 경합했던 신인남우상 부문을 시작으로 두 시간여 동안 남우조연상, 신인감독상, 감독상 부문 등에서 이변을 연출하며 감동과 웃음, 애도와 환희가 교차하는 눈물을 자아냈어요.


"2017년은 안타깝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한 해였다"


이날 배우 차태현은 행사 참석자들을 대표해 검은색의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2017년은 안타깝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한 해였다. 소중한, 존경하는 선배님, 사랑하는 동료를 잃은 해였다"라고 운을 떼며 고 김영애, 김지영, 윤소정 그리고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달리한 김주혁의 추모 영상과 함께 애도하자 객석에 앉은 스타들도 눈물을 보였죠.


그는 "미처 작별인사도 하지 못했다. 날벼락 같은 일에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라며 "정말 행복했던 추억들, 영원히 간직하겠다. 사랑합니다. 사랑해요, 형"이라고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함께 출연했던 김주혁의 죽음에 대해 애통한 마음을 환기했고 MC인 김혜수도 “진심으로 네 분의 평안을 기원하겠다”라고 답하며 눈물을 흘렸죠.


가장 관심을 모았던 남녀주연상은 <택시운전사>의 송강호,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가 차지하면서 국민배우 명성에 걸맞은 수상이었다는 평가 가운데, 올 한해 각종 영화상 수상 이력에 따라 '이변은 없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죠.


두 배우를 비롯해 일부 수상자들은 매년 연말 시상식에서 익숙히 봐왔던 판에 박은 듯한 수상소감을 지양해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택시운전사>의 최다관객상과 최우수작품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박은경 더필름 대표는 "저희에게 큰 상을 주신 것은 아픈 현대사에 대한 위로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택시운전사'를 함께해준 많은 분과 이 상을 함께하고 싶다"면서 '이제 동지들 곁에서 편히 쉬소서'라는 망월동 묘비명을 인용했어요.


송강호는 "개봉하기 전에는 상처와 고통 속에 살아온 분들이 '택시운전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개봉 후엔 오히려 관객들이 부족한 저희를 위로해주는 것 같아 따뜻한 마음을 느꼈고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라고 운을 뗐어요.

이어 그는 "정치, 역사 문제를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가슴 속에 있는 미안한 마음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가슴 속에 있는 미안한 마음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신인감독상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선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은 "'택시운전사'와 비교해 정말 소수의 분들이 봐주셨다. 처음 장편을 만들었는데 함께 해준 스태프 분들이 부족한 부분을 견뎌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전했죠.


이어 "이 기회를 준 한국영화아카데미, 이 작은 영화를 개봉해 준 인디플러그, 독립영화가 극장에서 걸리기가 어려운데 꿋꿋이 독립영화를 걸어준 각 지역의 독립영화 전용관들 너무너무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마쳤어요.
"어머니의 하나님, 나의 부처님"


나문희는 "내 어머니의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나문희의 부처님께 감사드린다"라며 위트넘친 말로 시작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와야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니까 욕심이 많이 생겼다. 동료들도 많이 가고 저는 남아서 좋은 상을 받는데 늙은 나문희에게 상을 주셔서 감사드리고 남아서 열심히 하겠다"라며 앞서 차태현의 애도를 환기시켰죠.



이어 나문희는 "나의 친구들 할머니들, 나 상 받았어요. 여러분들도 열심히 해서 꼭 상 받으시길 바란다"라며 심금을 울리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감독상을 수상한 <아이 캔 스피크>의 김현석 감독은 "전혀 생각 못했다. 나문희 선생님, 이제훈 씨 덕분에 상을 받았다"라며 "사실 결함이 꽤 있는 영화인데, 아무래도 영화의 소재에 대한 의미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우리들의 부채의식을 반영한 영화라는데 높은 점수를 주신 것 같다. 감사하고 죄송하다"라는 겸손한 말로 수상소감을 대신했죠.


각본상을 수상한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 역시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 자켓 단추도 풀고 있었는데...표가 갈렸나 보죠?"라며 "너무나 훌륭한 원작을 써 주신 김훈 작가님께 공을 돌리고 싶다. 함께 해준 김윤석, 이병헌 선배님에게도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여 눈길을 모았어요.



이날 예상치 못했다는 표정으로 남우조연상 수상자 호명에 감동의 눈물을 흘린 화제의 주인공은 <범죄도시>의 진선규였어요.

그는 "중국에서 넘어온 조선족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다"라는 말로 영화속에 얼마나 실감나게 캐릭터를 연기 했는지를 재확인시켰습니다.


이어 진선규는 "여기 오는 것만으로도 너무 떨려 청심환을 먹고 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하나 더 먹을 걸 그랬다”라며 객석에 웃음을 자아냈죠.


이어 "40년 동안 도움만 받으며 살아서 감사한 분이 너무 많다. 친구들은 제 코가 낮아서 안 된다고 코까지 세워준다고 곗돈을 붓고 있다. 진짜 고맙다"며 재치 있게 마무리했습니다.



"굉장히 설레고 떨리고 고맙고 감사한 자리"


여우조연상을 받은 <더킹>의 김소진은 “너무 고맙다. 막상 올라오니까 진짜 떨린다. 오늘 지켜보면서 영화를 위해서 힘써주시는 많은 분에게 이 자리가 굉장히 설레고 떨리고 고맙고 감사한 자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어요.


신인여우상 수상자로 호명된 <박열>의 최희서는 마이크 앞에 서자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배우로 살아가면서 많은 캐릭터를 만나고 헤어지게 될 거다. 하지만 '박열'의 가네코 후미코만큼은 마음속에 영원히 담아둘 거다. 매 순간 의지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배우가 되겠다"라며 캐릭터에 대해 애정을 드러냈죠.


이날 일정 관계로 뒤늦게 도착해 조인성을 통해 대리 수상케 한 신인남우상 수상자인 <형>의 도경수는 최우수작품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감독과 조정석,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리며 "앞으로 더 경험하고 많이 노력해서 관객 여러분에게 공감을 시켜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어요.



또 행사장에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살려낸 '불한당원'이 객석을 가득 메웠어요.


인기스타상을 받은 설경구에게 MC가 "인기를 실감하느냐"라고 묻자 "당원 동지분들이 많이 와주신 것 같다"라고 답한 데 이어 인기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외모"라고 덧붙여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죠.


올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본 행사 전 레드카펫 취소로 파행을 가져왔지만, 많은 영화인들이 참석해 먼저 간 동료, 선배들을 애도하는 한편 겸손하면서 감동적인 수상소감으로 가슴 뭉클한 눈물을 자아낸 것 같아요.


연말에 연이어 있을 방송사의 각종 시상식에서도 이번 청룡의 사례를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From Morni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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