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른 뮤지컬 영화부터 애니메이션, 가족코미디까지
지난해 12월 개봉한 판타지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이 개봉 16일 만인 지난 4일, 천만 관객을 달성한 새해 극장가에는 유례없이 영화 매체가 갖는 특유의 영상미 외에도 귀 호강을 시키는 음악들도 영화팬들의 인기를 얻으며, 음악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합니다.
특히, 내달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주관으로 개최될 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주제가상 후보작에 오른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 디즈니와 픽사의 합작 애니메이션 <코코>,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페르디난드>, 그리고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이병헌, 박정민, 윤여정 주연의 <그것만이 내 세상>이 해당됩니다.
뜨거운 입소문과 더불어 새해에 '필람무비'의 자리를 지키며 재관람, N차 관람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은 미국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 P.T. 바넘의 창업 스토리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로,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처럼 부모를 잃고 거리에서 빵을 훔친 소년이 기상 천외한 서커스를 통해 자신이 꿈꾸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영화는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휩쓴 <라라랜드>의 음악팀이 참여했는데, 바넘 역을 맡은 휴 잭맨의 열창 탓인지, '남의 시선을 두려워 말고 나만의 속도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 상상의 나래를 펴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104분간의 욜로(YOLO) 예찬 탓인지, <레 미제라블>의 감동을 잇는 단연 올해 최고의 영화라 할 만합니다.
특히 상상력을 행복으로 바꾸는 폐가에서의 그림자 연극, 옥상에서 휴 잭맨과 미셸 윌리엄스의 커플 댄스, 바에서 가족조차 외면한 돌연변이 공연단의 군무는 명장면으로 손꼽을 만하고, 영화의 메인 테마곡인 ‘This Is Me’는 현대인들에게 사랑과 우정, 삶의 기쁨을 성찰케 하면서 강한 울림을 전하죠.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 된 이 곡은 작곡가인 저스틴 폴과 벤지 파섹이 2년 연속 수상의 영광을 안을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어요.
지난해 <라라랜드>만큼이나 강렬한 도입부에 삽입된 'The great show'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도 흘러나오는 잭 에프론과 젠다야 콜맨의 테마 'Rewrite the stars' 등 O.S.T 라인업도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짙은 여운의 정서로 관객들을 매료시키죠.
지난해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픽사의 애니메이션 <코코>는 디즈니가 배급하고,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개봉 후 3주간 정상을 지킨 화제작으로, 멕시코를 무대로 하여 스타 뮤지션을 동경하는 소년 미구엘이 우연히 죽은 자들의 세상을 여행하면서 벌어지는 황홀하고 기묘한 모험을 그려냅니다.
<코코>는 우리가 설날이나 추석에 차례를 지내고 조상들의 기일을 지키는 것의 의미를 애니메이션으로 알기 쉽게 풀어쓴 '제(祭)의 기원'이라 할 만합니다.
남겨진 자들의 기억과 유대를 깊이있게 통찰하는 이 작품은 동양적 정서를 부각한 픽사의 마법처럼 다가오고, 영화 <신과 함께>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후 세계로 초대하죠.
특히, 금잔화(마리골드) 꽃길의 생명력을 통해 그동안 어둡게만 생각해왔던 저승 세계를 또 다른 세상으로의 여정이라는 발상 전환이 놀라와요.
"이승에서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으면 이곳에서 사라지게 돼", "용서는 안 돼도 잊혀져선 안된다"는 영화속 명대사와 더불어, 메인 테마곡인 'Remember me'의 선율과 이국적인 영상에서 눈시울이 적셔지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49재나 기일이 망자와 남겨진 자들이 교감하는 축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세월호 침몰이나 최근 일어난 제천 화재 참사, 아이돌 스타의 죽음 등 전 국민적인 상실감과 충격에도 작은 위안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Remember Me’는 올해 골든글로브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에 올라 판타스틱한 영상미만큼이나 가족애를 주제로 공감 충만한 선율을 선사하며 수상을 기대케 합니다. 오는 11일 개봉 예정.
<코코><보스 베이비>와 함께 골든글로브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작에 선정된 영화 <페르디난드>도 메인 테마곡 ‘홈(Home)이 주제가상 후보작에 올랐어요. ‘홈’은 멀티 플래티넘 기록을 보유한 데다가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던 미국 최고의 팝 스타 닉 조나스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입니다.
<리오><아이스>를 제작한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의 신작 <페르디난드>는 거대한 몸집과 단단한 뿔을 가진 외모 탓에 무섭다는 인상을 받지만, 순수하고 착한 심성을 지닌 소블리 ‘페르디난드’가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컴백홈 에피소드를 그려낸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이죠.
이 영화 역시 <위대한 쇼맨>과 주제의식에서 일맥상통하는데요,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라는 교훈을 전하죠.
특히, 벌에 쏘여 아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페르디난드가 투우장의 싸움소로 오해받으며 겪게 되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에서 <주토피아>를 떠올리는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이 감초 연기를 맡아 재미와 감동을 선사합니다.
한국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도 90년대 대중가요와 클래식을 소재로 한 음악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주먹만 믿고 살다 온 한물간 전직 복서가 17년 만에 '1+1'처럼 서번트증후군을 가진 피아노 천재 동생과 엄마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유쾌하지만 불편한 동거와 가족애를 공감 있게 그려냈습니다.
서번트 증후군을 지닌 캐릭터는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나 <말아톤> 등에서 익히 봐 왔고 한물 간 복서, 아들과 재회하는 비련의 모친, 키다리 아저씨 같은 후원자, <오! 브라더스><형><작은 형> 등 형제 이야기를 가져온 윤제균 표 가족 코미디에 음악이란 양념 한 스푼을 사용한 것처럼 보여요.
즉흥 환상곡, 터키행진곡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피아노 천재의 신들린 연주는 모친 인숙(윤여정 분)에게 헌정하는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과 어우러져 생동감을 자아냅니다.
특히, 서번트 증후군을 지닌 피아노 천재 진태 역의 박정민은 악보를 보고 곡을 이해해서 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동경하는 피아니스트의 유튜브 연주 영상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 정서와 리듬을 완벽하게 연주해내죠. 극중 허당 마초남 조하 역으로 변신한 이병헌은 신들린 캐릭터 연기로 몰입감을 고조시켜 감동 어린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 같아요.
사고 트라우마를 가진 피아니스트로 특별 출연하는 한지민과 진태 역의 박정민이 연주하는 쇼팽으로부터, 차이코프스키, 젓가락 행진곡 등 피아노 선율에 맞춰 흐르는 음악들은 빈약한 스토리에 극적인 감정을 돋우고, 영화 <파바로티><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처럼 오케스트라와의 어우러져 큰 울림을 선사하며 영화팬들의 귀를 호강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From Morning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