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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민낯 고발한 '목격자'와 '더 스퀘어'

진실에 침묵하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방관자효과' 조명

영화 <더 스퀘어>는 지난해 개최된 제70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복지국가인 스웨덴의 현대미술관 광장을 무대로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티안(클라에스 방 분)이 '더 스퀘어'라는 전시회 오픈을 앞두고 겪는 일상을 소재로 만들어낸 블랙코미디이다.

출근 첫날 지갑과 휴대폰을 소매치기당한 데 이어, 분실물을 찾기 위해 직원의 조언에 따라 범인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트 전 세대에 협박 편지를 쓰는가 하면, 광란의 파티를 즐기고 인터뷰 리포터와의 하룻밤을 보내고 난처한 상황을 맞이하고 정작 전시회 준비에 구멍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이 흥미롭다.


특히, '신뢰와 배려의 성역'으로 상징화된 정방형의 전시 공간에 거지 소녀를 세우고 폭발시키는 충격적인 실험을 통해 전시회 홍보를 위해 프로파간다(Propaganda) 형식으로 유튜브에 여론몰이를 하는 미디어의 모순과 비윤리성을 고발한다.


또한 영화는 최근 유럽 사회에 쟁점이 되고 있는 난민 문제를 떠올리며 인종 차별, 사회적 약자 문제와 복지국가인 스웨덴의 부랑자 실태를 조명하면서 현대 사회의 방관자 효과와 지식인의 위선, 익명성 뒤에 숨으려 하는 현대인들의 모순적인 모습을 성찰한다.


유인원 퍼포먼스를 펼치는 행위 예술가가 점차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넣는 돌발 행동에도 이렇다 할 제지 없이 침묵과 은폐로 일관하는 초청객들이 보이는 '방관자 효과'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개인주의 성향으로 치닫는 현대사회의 민낯을 바로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방관자 효과란, 주변 사람이 많아질수록 위험에 처한 사람을 덜 돕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이다.



큐레이터의 전시 준비과정을 소재로 선택한 이 작품은 속을 곪았지만, 겉으로 아닌 척하는 지식인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아파트, 단지 등 사회 공동체의 지역 이기주의와 헤게모니(주도권 다툼)를 조명한 한국영화 <목격자>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올여름 극장가에서 대형배급사의 텐트폴영화 대표 주자 가운데, 다크호스로 급부상해 최근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흥행몰이 중인 영화 <목격자>는 아파트라는 현대사회의 친근한 주거공간을 무대로 <숨바꼭질><이웃 사람> 등 스릴러를 이어 생활밀착형 스릴러라는 평가를 얻으면서 일상이 주는 공포와 불의를 외면하는 '방관자 효과'를 조명한다.


특히 이 영화는 기존 범죄 스릴러의 문법과 달리, 도입부에서부터 범인을 알려주고 모두가 잠든 새벽 아파트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소재로, 살인사건을 우연히 본 목격자의 '나 하나면 괜찮겠지'라는 심리가 얼마나 큰 피해와 결과를 초래하는지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려낸다. 다만, 엔딩의 설정은 아쉽지만..


영화 전반부가 아파트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소재로, 살인범과 목격자의 범죄 심리를 점층적으로 쌓아가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면, 후반부에는 스릴러라는 장르에 충실한 듯 사건의 진실을 좇아 살인범과 목격자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이처럼 전반부와 후반부의 이야기 전개 양상을 다르게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려낸 이 작품이 채택한 장르 영화의 문법은 최근 관객들의 관람평과 흥행 양상을 볼 때 독이 되었다기보단 득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범죄자로부터 가족의 안전을 지키려는 가장의 사투와 이를 방관한 채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현대 사회의 '방관자 효과'를 조명하면서, '나 라면 저런 상황에 신고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한편, 양심과 정의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본성을 천착하고 있는 작품이다.


전작 <공작>에서 북한 고위간부 역으로 미친 존재감을 발휘한 배우 이성민은 이 작품에서 배우 송강호나 황정

민의 생활연기를 떠오르는 보통사람의 캐릭터에 '목격자'로서 시선을 강조한 동공 연기로 자신만의 아우라를 각인시키며 인생 연기를 펼친다. 살인범으로 변신한 신예 곽시양 역시도 또 하나의 악역 캐릭터를 완성했다.

/ 소셜필름큐레이터 시크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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