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희망과 용기라는 이름의  도약

[영화 리뷰]'파도를 걷는 소년', 건강한 자연의 치유력 조명


- 자아성찰과 성장통을 극복시키는 건강한 자연의 치유력 조명

영화 '파도를 걷는 소년'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외국인 일자리 알선 브로커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지리멸렬한 일상을 보내던 이주노동자 소년이 바닷가에서 서핑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폭력 전과에 사회봉사명령을 받아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줍던 소년이 우연히 부서진 서핑보드를 발견하면서 서핑을 동경하는 데서 영화는 시작된다.

소년이 머무는 제주도 집 벽면에 부착된 두 종류의 전단지에선 소년의 두 가지 욕망이 드러난다.

하나는 돈을 벌어 엄마가 있는 고향, 중국의 하이난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막 눈뜬 서핑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것.





하지만 하루벌이 신세의 소년에겐 비싼 강습료를 낼 엄두가 안나 부서진 서핑보드에 스티로폼을 임시방편으로 부착해 바다로 뛰어들다가 동문 선배이자 서핑 강사 해나에게 발각돼 얻어맞게 된다.


안전장치가 없는 해안에서 혼자 서핑하는 건 목숨을 건 도박과 같은 것이라고. 선배들의 충고에 더해 소년은 서핑하는 사람들과 가까이하게 되고, 모래사장에서 보드 위에 엎드려 팔을 휘젓는 등 기본 동작을 배우게 된다.

특히, 사회봉사명령을 지켜야 하는 소년의 일상은 인력사무소의 지시에 따라 명함을 돌리고 불법 체류 외국인을 설득해 외항선 등 일자리를 소개하며 오토바이를 타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전부이다.

즉 소년이 서핑을 동경하게 된 건 찰리 채플린 주연의 영화 '모던타임스'의 인물처럼 사회라는 시스템 아래 희망을 소거한 채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인생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첫 번째로 찾게 된 것 같았다.   




최근 서점가에 소개된 친환경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성장 스토리와 경영철학을 자서전 형식으로 소개한 [파타고니아]의 부제로 '파도가 칠 때 서핑을'이란 문구를 보게 됐다.

즉, 지구를 살리기 위한 기업의 건강한 성장을 묘사하는 표현일 텐데 이 영화 속 소년의 자아성찰과 건강한 성장을 상징하는 것 또한 파도 위를 걷는 꿈이 아니었을까.

감독은 소년이 왜 폭력 전과를 갖게 됐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진 않지만, 이주노동자라는 소년의 정체성으로 인해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영화는 인간관계에 얽혀 고통받고 상처 입기보다
자신을 성찰하고 집어삼킬 듯 밀려드는 파도 위로 힘찬 도약을 꿈 꾸며 성장통을 극복시키는 건강한 자연의 치유력을 조명한 듯 보였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배우상 등 2개 부문을 수상한 최창환 감독의 영화로, 소년의 성장담과 함께 다문화사회로 변화에 따른 복지사각지대 속에 놓인 이주노동자의 삶을 조명하며 위트와 여운을 전하는 작품이다.


영화 속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 풍광과 수많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 소리는 관객에게 주는 또 다른 힐링은 아녔을까. /시크푸치

매거진의 이전글 [리뷰] 지옥도 같은 아이들의 삶 고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