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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이 복제될 수 있을까'란 질문

[리뷰]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사랑, 드라마  '나 홀로 그대'


넷플릭스오리지널 드라마 <나 홀로 그대>는  어느 날 인공지능 홀로그램의 기술을 활용한 홀로 글라스를 우연히 얻게 된 안경회사 직원 소연(고성희 분)이 홀로(윤현빈 분)를 만나 자신이 안고 있는 안면인식 장애 트라우마에 얽힌 사연을 겪게 되면서 인간의 감정마저 복제될 수 있는가를 성찰케 합니다.


특히, 코로나의 확산 우려에 따라 공동체의 유대감이 줄어든 가운데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관계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극 중 인공지능 홀로그램에 의지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SF 장르와 로맨스를 함께 풀어낸 이번 드라마를 몰입해 보게 됐습니다.  


드라마는 인간보다 더 따스한 휴머니티를 실현하는 인공지능을 통해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인간의 부끄러움을 성찰케 하고 영화 <HER>나 <조(Zoe) >에서처럼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사랑이 가능한가'라는 질문까지 던집니다.




특히, 극 중 홀로라는 인공지능 캐릭터는 로빈 윌리엄스의 주옥같은 연기가 빛났던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가사로봇처럼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인공지능으로까지 발전합니다. 


일상이나 직장에서 상대의 목소리나 걸음걸이로 밖에 판단할 수 없는 소연은 공동체에서 소외된 채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앱니다.  인공지능 홀로 글라스 출시를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회를 마친 지오랩의 대표 유진(최여진 분)은 첨단 기술을 손에 넣으려는 정체 모를 집단에 쫓기다가 길을 지나던 소연의 가방에 안경케이스를 던져 넣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안면인식 장애가 생긴 소연은 외부와 소통을 단절한 채 거의 집을 자주 비우는 스튜어디스 룸메이트를 두고 있고, 자신의 가방에서 안경을 꺼내 써보고는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외간 남자의 모습에 깜짝 놀랍니다. 


하지만 영화 <어디갔어, 버나뎃>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의존했던 인공비서처럼, 인공지능 홀로는 소연의 유일한 말 상대가 되어주고 현실은 아니지만 증강현실(AR) 기술을 펼치며 신비로운 화면을 통해 외톨이인 소연에게 따스한 위안을 전합니다.  




달라진 것은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소연의 일상생활에서도 점차 자신감을 갖게 되고 직장에서도 관계를 회복해나가면서 인공지능 비서 홀로와도 가까워지고 결국엔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부분까지는 여타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봐왔던 이야기 전개여서 이야기의 구성에 신선함은 부족했지만 인간의 감정과 사고방식을 닮아가는 홀로로 변해가면서 흥미와 몰입감을 갖게 합니다.


홀로를 통해 어릴 적 이웃사촌인 난도(윤현빈 분)를 만나면서 인간과 인공지능을 사이에 둔 소연의 갈등이 본격화되면 서지요. 이와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소거한 채  주민등록마저 말소된 채 유령처럼 살아왔던 난도의 사연이 자신을 버렸다는 엄마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드라마는 그러한 난도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열쇠로 어릴 적 소연을 소환하고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의 산업기술 전쟁 등의 에피소드를 덧붙이면서 로맨스 장르로만 여겨졌던 드라마가 정전사고 해킹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의 등장을 통해 미스터리 추적극 형식을 더하면서 재미를 더합니다. 


그동안 영화 속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건 원래부터 프로그래밍이 된 것일까, 자연어로 대표되는 인간의 언어를 반복하여 학습한 결과로 체득하게 된 것일까란 질문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인공지능이 자신이 보호하려는 사람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인간의 손길 없이도 네트워크를 해킹하고 무력화시키는 한편, 개인의 사생활을 통제하는 인권 침해의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던집니다.  특히, 인공 지능 스스로가 KILL 스위치를 누르는 시퀀스에서는 마음 한편으로 울컥하게 만듭니다.





초월적 신의 영역에 닿으려고 '바벨탑'을 세우려는 인간의 욕망을 대비시켜 '과학기술이 신의 축복일지 재앙일지' 생각케 하는 SF 판타지 블록버스터 <트랜센던스>에서도 인간의 감정과 자각 능력까지 닮게 된 인공지능 트랜센던스 윌은 네트워크에 접속해 끊임없이 자기 복제를 하고 진화해 인류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파국을 맞이했으니까요.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은 계속되었는데, 우려했던 것과 달리 의외의 열린 결말을 통해 얼마 전 봤던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떠올리는 웃음을 짓도록 작은 여운을 던집니다. 기술과 사람의 삶에 대한 성찰을 조명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돼 최근 개최된 SF어워드에서도 영상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더 추천드리고 싶네요.


'인간의 감정이 복제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지는 넷플릭스오리지널 드라마 <나 홀로 그대>였습니다.

/ 힐링큐레이터 시크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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