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마음이 커버린 아이에게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항상 '행복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 9살 딸아이가 요즘 뾰루룽합니다. "아가야, 요즘 행복하니?"라고 물으니 선뜻 아니라고 대답하네요. 왜 그런가 물었더니, 코로나19로 밖에도 못 나가고 아빠 엄마가 행복해 보이지 않아 보여서 그렇다네요.
무능해서 가정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자초하게 만들어 꽤 오랜 시간 부부관계가 소원해져 있는데, 그런 아이에게도 부부간의 거리가 느껴졌나 봅니다. 부모 사이에서 아이가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프리랜서인 탓에 집안의 청소나 가사 일을 습관적으로 해오며 이인자 남편으로 살아온 지 벌써 3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깊은 잠을 못 자고 푸석푸석해진 모습으로 하루를 이어가던 중, 아이의 말에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그래도 때 묻지 않은 천진난만한 천성 탓에 언제 그랬냐는 듯 아빠에게 달려와 초콜릿이 먹고 싶다며 심부름으로 받은 돈 1500원을 아빠 손에 쥐어주면서 다크 밀크 초콜릿을 사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와 어떤 선물을 해주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직접 물어보니 표정이 밝아져 오랜만에 아빠 미소를 짓게 됐습니다.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아져 그런지 요즘 여자 아이들 장난감이 이토록 다양한 지 과거에 미처 몰랐던 아빠의 무심함 때문이었는지 3~6세 아이들이 갖고 노는 역할놀이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네요.
산타 할아버지가 아빠라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챈 딸아이는 얼마 전 설치한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커다란 양말을 걸어놓고 성탄절에 산타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줄 거라고 믿는다고 말합니다.
어느새 로켓 배송 오픈마켓 마니아가 되어선 재고가 없어지기 전에 미리 주문해놓으라는 말도 잊지 않아 친할아버지 선물까지 두배로 선물해주겠다고 하며 쇼핑몰에서 주문했습니다.
벌써 마음이 커버린 아이에게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오늘 저녁엔 모처럼 일찍 다크 밀크 초콜릿 사들고 딸아이의 함박웃음을 봐야겠네요. 맛집을 찾는 식도락만큼이나 입 속의 달달함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답답한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는 게 뭐 별건가요, 살아온 날 중에 달콤한 기억 하나면 충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