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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생태계 ABC '스타트업'이 전하는 힐링

[드라마리뷰] 청춘의 도전과 분투, 드라마 '스타트업'


드라마 <미생> 이후로 직장인의 애환과 삶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한동안 뜸했는데, 얼마 전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스타트업>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청춘의 사랑과 분투, 그리고 고용 불안 시대에 놓인 2030 세대 직장인들에게 깊은 공감과 힐링을 전합니다.


특히, 16부작으로 편성된 이 드라마는 방송 회차마다 부제를 달아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벤처 생태계를 소개하며 벤처 생태계와 관련된 일반인들에게 쉽게 풀어쓴 ABC(비즈니스 용어 사전)처럼 다가옵니다. 본방에서는 띄엄띄엄 봐서 넷플릭스를 통해 정주행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일란성쌍둥이 서달미(배수지 분)와 원인재(강한나 분)의 조우, 그리고 수학 올림피아드 수상자 출신으로 천재성을 발휘하며 본격 스타트업에 뛰어든 남도산(남주혁 분)과 삼산텍, 그리고 성장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투자심사역 한지평(김선호 분)이 멘토로 나서며 서달미를 둘러싼 애정 삼각관계와 함께 픽션을 더한 벤처 생태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극 중 벤처기업 삼산 텍과 달마의 아빠 서청명 대표가 처한 척박한 환경은 필자가 20여 년 전 몸 담았던 테헤란밸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와는 산업 생태계도 많이 달라져서 요즘에는 세계 각국의 뛰어난  개발자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스타트업을 만들고 AI나 VR , IoT 관련 첨단 기술을 활용한 루션을 개발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드라마에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와이 콤비네이터를 연상케 하는 엑셀러레이터 공간 '샌드박스'를 무대로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청춘들의 도전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피커, 카페의 홀서빙 로봇 , 자율주행 전기차 등 신기술도 등장해 현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육성해왔던 '4차 산업혁명 홍보 영화'처럼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안방극장 신데렐라인 배수지와 남주혁이 펼치는 알통 달통 로맨스는 물론 간이침대와 철야 작업을 밥 먹듯이 했던 초기 벤처인들의 모습이 떠올려져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게 됐습니다.


물론, 스토리의 대부분이 픽션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 기관이나 단체들이 있고  일부에선 투자 유치나 성공 사례도 들려와 남 얘기 같지 않은 탓에 감정 이입하고 보게 됐습니다.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된 후 자신이 고안한 사업 아이템에  투자자를 못 찾고 번번이 실패하는 주인공 서달미의 아빠 서청명(김주헌 분)과  엑셀러레이터 입주공간 '샌드박스'의 발표자로 나선 한지평의 운세를 되풀이하는 인공지능(AI) 영실이를 통해 드라마는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스타트업은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기 전 단계로 정부 인증을 받고 이미 제도화한 벤처기업과 차이가 있는 것이죠.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으로,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작은 그룹이나 프로젝트성 회사도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비록 아빠는 투자유치에 성공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하고, 딸이 그네를 탈 때 다치지 않길 바라며 청명은 달미가 자주 타는 동네 놀이터 그네 아래에 모래를 깔아주는 부성애를 보이며 곁에 없지만 '스타트업'이라는 정신을 딸에게 물려주는 듯했습니다.


 특히,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모래바닥처럼 푹신하면 마음껏 사업할 텐데"라는 청명의 유언은 '샌드박스'의 오너인 윤선학(서이숙 분)에게 그네 타는 소녀를 형상화한 기업 로고로 전승이 된 것 같습니다.


또한 갈 곳 없었던 지평을 먹이고 재워준 달마의 할머니 최원덕(김해숙 분) 역시 질풍노도의 시기에 방황하는 소년에게는 스타트업의 샌드박스처럼 모래바닥 같은 따뜻함과 포용의 정신을 물려준 것이 아니었을까요?


특히 지평은 달리 할머니의 부탁으로 도산의 이름을 빌려 10년 넘게 펜팔 한 까닭에 주고받은 편지 속 다리의 사실상 첫사랑이며, 스타트업인 삼산텍의 엔젤이 되어 정적인 도산과 달미를 두고 삼각관계가 펄쳐지는 모습도 재미를 더했습니다.



그리고,  도산의 회사  초기 창업 투자자인 아버지 앞에서 개발한 기술을 시연할 때 아버지의 얼굴을 변기(Toilet)라고 하는 인식 결과에  못마땅한 자식과 실랑이를 벌이는 남성환(김원해 분)과  금정(김희정 분)은 시종일관 드라마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코믹하고 유쾌한 연기가 일품이었습니다.


도산이 받은 박찬호 사인볼은 중고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다리와 인연을 만드는 오작교 역할뿐 아니라, 스타트업 가운데도 돈이 아닌 사회적 이익을 목적으로 인공지능 스피커와 영상인식 기술을 결합해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가이드 앱 '눈길'의 투자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소중한 사람을 위한 사랑을 혁신적인 첨단 기술에 담아 착한 앱을 고안해내는 주인공 남도산과 친구들의 스토리는 극 중 연인인 달미는 물론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고, 이러한 그들에게 실리콘 밸리 입성은 노력과 땀과 눈물을 한데 모은 보상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한정된 기간 내에 참여자들이 팀을 구성해 사업모델을 완성해내는 행사인 ‘해커톤(Hackathon)’ 프레젠테이션이나 조직에서 의사 결정을 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인 ‘키 맨(Key Man)’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에서는 위기를 극적으로 벗어나는 주인공들을 통해  기술집약형 스타트업에게 전문 경영이나 스케일업(Scale-up)을 위한 투자유치 등이 얼마나 취약한 지를 환기시키기도 합니다.  


드라마는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이를 현실로 만들려는 청춘들의 도전과 분투, 성장을 그려냈고 그 안에 사회적 약자 간의 연대의식을 일깨우며, 야망과 성공을 위한 맹목적인 도전이 아닌 모두가 힘들다는 공감 속에서도 우리들에게 잔잔한 힐링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벤처 생태계 ABC(비즈니스 용어 사전)를 소개하며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청춘들의 도전과 분투를 그려내 힐링해주는 드라마 <스타트업>이었습니다.

/힐링큐레이터 시크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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