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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1984', 잊고 있었던 소중한 일상 성찰

[영화리뷰] "소원을 버려봐", DC코믹스의 또 다른 계획?



코로나19의 재유행 여파 속에 혹한기를 맞이한 극장가는 연말연시 성수기,  관객 기근을 겪고 있는데 가운데 충무로는 재개봉 영화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영화팬들에게는 블록버스터의 개봉이 반가운 일인데 DC코믹스의 히어로,  '원더우먼' 속편인 <원더우먼 1984>가 지난해 23일, 개봉한 후 줄곧 정상을 유지하며 누적 관객수는 42만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관심은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연기하거나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로의 공개를 선택하면서 신작에 관한 희소성도 있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소원을 버려봐"라고 말하듯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화는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위드 코로나 시대에 휴머니티로 가득한 정서에 따뜻함과 즐거움, 행복 등 그동안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소중한 일상을 성찰합니다.




<원더우먼> 전편, 1차 세계 대전에서 연인 스티브(크리스 파인)를 잃은 다이애나(갤 가돗 분)의 슬픔이 속편에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다이애나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보석 학자  바바라(크리스틴 위그 분)를 만나 소원을 실현해주는 신비한 '황수정'을 발견하고 히어로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소원인 연인의 부활을 목격하면서 '소원을 말해봐' 보석을 놓고 빌런 맥스(페드로 파스칼 분)와 욕망의 노예가 된 바바라와 인류 구원을 위한 전투를 펼칩니다.


영화를 연출한 패티 킨스 감독은 마치 타임슬립을 하듯 1편 개봉 후 3년 여만에 레트로 풍으로 1984년의 미국의 거리와 패션 등을 재현하였고, 자신의 주 무기이자 황금빛 '진실의 올가미'라 불리는 채찍을 사용해 보석털이범을 붙잡는 다이애나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된 듯한 낯설음 등 B급 정서를 유발합니다.


갤 가돗은 고대 유물을 연구하는 인류학자이자 고고학자로서 세련되고 품위 있는 캐릭터를 소화했고, 1984년 분위기에 어울리는 붉은색과 황금색 톤을 많이 활용해 80년대를 완벽히 재핸해냅니다.    





특히 다이애나가 영화 후반부에 광기 어린 치타의 모습으로 변신한 바바라와의 일대일 격투신에서  등장하는 또 다른 무기, 황금 갑옷인 골든 아머는 영화 도입부에 소개한 아마존 전설에서도 절대로 뚫을 수 없는 마법의 갑옷으로 2편에서 액션과 스펙터클을 한층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영화는 전편에 비해 '진실'이라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세뇌하듯 반복하며 스티브와의 재회 시퀀스는 장황해 보이고, 갤 가돗의 액션이나 연기는 다소 아쉽고 결말부에 빌런의 선택이나 각성도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하지한, <원더우먼 1984>에서는 다이애나와 바바라의 인간적인 욕망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파산한 사기꾼 빌런 맥스의 왜곡된 욕망은 커질 대로 커져 스스로를 욕망의 주체로 만들면서 모든 인간들의 숨겨진 욕망을 이끌어냅니다.





이러한 소원 성취에는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내놓아야 하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일깨워주면서 말이죠. 돈이나 가족 등 물질적인 것 외에도 맥스는 인간들의 건강이나 미소, 즐거움, 행복, 안전 등 추상적인 것들도 빼앗으며 이를 대신해 그들의 욕망을 채워줍니다.    


슈퍼히어로인 원더우먼으로서 활약은 맥스가 전 세계의 통신망을 통제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에게 접근하면서 시작됩니다. 핵무기 보유를 원한다는 지도자의 소원을 들어주면서 인류에는 일촉즉발의 위기가 닥치고 스스로를 파괴해버릴 위기에 처한 절대적인 존재로 변화한 맥스의 메가톤급 파워에 저항하면서지요.


스스로를 다이애나와 비교해 열등감을 욕망으로 채운 바바라의 폭주는 다이애나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지고, 다이애나는 이를 통해 자신 안의 욕망을 직시하게 됩니다.





원더우먼의 맥스나 바바라와의 숨 막히는 결투를 기대했던 액션 팬들에겐 다소 실망스럽거나 아쉬움을 남기지만 소중한 것들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탈피하는 다이애나의 각성은 맥스가 장악한 통신망을 통해 욕망에 사로잡힌 인류 개개인에게 전달돼 저마다 '소원을 버려봐'를 실현하게 됩니다.  


그동안 돈이나 권력, 명예욕에 사로잡힌 빌런의 스토리들은 많았으나 이번 편에서는 거시적으로 확대해 인류 개개인이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잃고 욕망에 사로잡혔던 것을 각성케 합니다. 마치, 코로나19로 인해 과거 연말연시에 너무도 당연시됐던 즐거운 만남, 행복한 기억, 함께하는 행복을 잊지 말라는 듯이요.


영화에서는 황금갑옷의 진짜 주인공인 1세대 원더우먼, 린다 카터가 등장하는 깨알 같은 쿠키 영상을 통해 3편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합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슈퍼히어로를 통해 잊고 있었던 소중한 일상을 성찰케 해주는 영화 <원더우먼 1984>였습니다.

/소셜필름큐레이터 시크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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