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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끝에서 기적을 이뤄낸 연인의 사랑

[리뷰] '117편의 러브레터', 삶에 대한 능동적인 태도와 용기란!



헝가리 영화 <117편의 러브레터>는 2차 세계 대전 후 홀로코스트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은 스웨덴을 배경으로, 유대인 출신 25세 시한부 청년과 19세 소녀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를 그려냅니다.

영화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악몽을 직접 목격한 생존자들이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죽음과 절망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힌 가운데 병마를 이겨내는 연인의 사랑과 삶의 기적을 흑백 모노톤으로 담백하게 담아냈습니다.  

운명적인 사랑을 소재로 했던 수많은 러브스토리가 있지만 영화 <117편의 러브레터>는 코로나19로 낙담해있는 우리들에게 병마를 이겨낼 용기와 위안을 선물합니다.




삶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시한부 청년 미클로시와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은 당찬 19세 소녀 릴리의 펜팔로 시작된 두 남녀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는 사랑이 인간에게 주는 삶의 유일한 희망이자 가장 숭고한 목적이며 위대한 기적임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한 피테르 가르도시 감독은 부모님의 러브 스토리 실화를 소재로 자신이 쓴 원작 소설 ‘새벽의 열기’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폐질환 불치병으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청년 미클로시가 삶에 대한 희망과 생존 의지를 놓지 않기 위해 전화번호부에서 여자들이 있는 요양소 주소를 구해 자신처럼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헝가리 출신 유대인 117명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청년의 주치의는 연애나 사랑은 시한부에겐 병증에 치명적이라면서 금기시하지만, 그는 이러한 절망 끝에서도 병마에 굴복하지 않고 의자 다리 두 개로만 버틸 힘만 있다면 살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죽기 전에 117명의 여성 가운데 마음이 잘 통하는 한 여성과 결혼을 실천하기 위해 신붓감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친엄마와 수용소에서 헤어져 스웨덴 양부모 가정에 입양을 앞두고 병을 치료 중인 19세의 소녀 릴리와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러브레터를 주고받으면서 사랑의 싹을 피우게 됩니다.





지금은 디지털화되어 사라져 가는 편지라는 아날로그 감성에 컬러 대신 모노톤의 연출 구성은 두 남녀의 사랑과 삶을 향한 파노라마를 극적으로 담아내기 충분해 보였고, 수십 통의 러브레터를 주고받은 끝에 릴리를 찾아가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을 서약하는 미클로시의 사랑은 매우 숭고해 보였습니다.

특히, 릴리와 함께 수용소에서부터 보호자를 자처하며 온갖 부정적인 미래를 세뇌시키며 거짓말로 진실을 가리려는 아는 언니의 집착과 훼방이 두 사람의 관계에 위기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연대의식이랄까, 희망을 놓지 않는 연인의 행보를 막을 수는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병원이라는 이동이 제약된 공간과 둘 다 환자라는 사실 때문에 장거리 여행은 물론, 잠시만의 외출도 위험할 수 있는데도 자신의 요양소를 탈출해 릴리를 향해 거침없이 뛰어가는 미클로시의 발걸음은 위험스럽기보다 오히려 생동감을 되찾습니다.






더욱이 사회적인 편견을 넘어 여성들만의 공간에 뛰어들어가 프러포즈를 하고 사랑을 나누는 미클로시의 용기와 결단은 어쩌면 코로나19가 마치 불치의 전염병처럼 위축된 현대인들에게 삶에 대한 능동적인 태도와 용기를 전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해 마치 자기 고백조로 이야기를 전하는 중년 여인의 모습은 영화의 복선이 될까요? 한계를 넘어 용기 있게 도전한 시한부의 사랑은 이루어졌을까요?

절망 끝에서 기적을 이뤄낸 연인의 사랑을 색다른 감성으로 그려낸 제3세계 영화 <117편의 러브레터>였습니다.

/ 소셜필름 큐레이터 시크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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