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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색깔', 상실의 빈자리를 함께 채워가는 연대감

[영화리뷰] 무채색의 삶을 유채색으로 점차 채워나가는 새로운 가족


남편이 병사한 미혼모가 아이와 함께 단량 기동차가 운행하는 규슈 지방의 시골 마을을 찾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와 2019년 홍콩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가족의 색깔>은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세 사람이 소중한 이를 잃은 상실의 빈자리를 함께 채워가는 가족의 연대감을 조명했다.


영화 <해피 버스데이>를 연출한 요시다 야스히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영화 <곡성>으로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쿠니무라 준이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 성격에 은퇴를 앞둔 기관사 세츠오 역을 맡았다.  


전철이나 기차와 달리 디젤로 운행하는 한 량 짜리 기동차는 '히사츠 오렌지 철도'라 하여 규슈 지방의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인근 주민들의 노력으로 폐선이 되지 않고 슌야를 낳다가 아내가 사망한 사건 이후로 단절되었던 가족을 이어주는 계기가 됐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도시에서 터전을 잃고 남편의 부친을 찾아 생면 부지의 시골을 찾게 된 미혼모 아키라와 슌야는 그렇게 기관사인 세츠오와 첫 만남을 갖는다.

 

세츠오는 연락이 끊겼던 아들 슈헤이의 소식을 아키라가 풀어놓은 유골함을 통해 듣고 아빠를 잃은 슌야, 남편을 잃은 아키라와 동거 생활이 시작된다.


일상에서 절박함이 가져다준 용기는 아키라에게 세츠오의 은퇴로 인해 구인 난을 겪는 기동차 여자 기관사로의 도전을 이끌었고, 혈연관계가 없는 슌야와의 갈등은 슌야의 학교에서 10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절반 성인식' 행사에서 부모에 대한 기억을 주제로 한 숙제로 인해 정점에 치닫는다.


소중한 이를 잃은 상처가 치유되기도 전에 새롭게 시작하는 저마다의 일상에서 또다시 상처를 입게 되는 이들의 이야기는 현대 사회에서 파편화되어 가는 전통 가족주의 제도를 성찰케 하고, 혈연이 아닌 상실을 통한 연대감으로 이어진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특히, 고향에 대한 슈헤이의 동경 때문이었을까. 기차를 좋아하는 남편의 바람이 통했을까. 아키라는 기관사로서 새 직업에 도전하지만 운전 중에 야생 동물을 치는 사고를 겪으며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에 대한 기억이 소환되어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서 과연 기관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갈등을 겪게 된다.


더욱이, 절반 성인식 행사에 부모들을 초대하지 않는 슌야와는 새엄마라는 관계까지 거리감을 주며 아키라를 힘들게 한다. 결국, 회사에서 휴직을 권고받고 세츠오와 슌야 곁을 떠나게 된다.


세츠오 역시 오랜 시간 단량 노선을 지켜왔던 것처럼 갑작스러운 아들의 부고에도 불구하고  며느리와 손자를 새로운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 들기 위해 노력한다.


아들과 함께 갔던 야구연습장에도 함께 가고 손자의 마음을 헤아리며 아들과의 추억을 되살리는 등 갑자기 찾아든 이들 모자로 인해 무채색이었던 자신의 인생을 유채색으로 점차 채워 나간다.



의외로 위기 속에 이들 가족 구성원을 연결시켜준 것은 죽은 슈혜이였다. 세츠오는 슌야로부터 도시에서 살 때 가족이 자주 갔던 추억의 장소에 대한 얘기를 듣고 이렇다 할 말도 남기지 않고 떠나버린 아키라를 찾아 나서고 속 깊은 마음으로 그녀를 위로한다.


영화는 떠나간 소중 한 이가 파편화되어 위기에 놓은 가족성을 복원시키고 구성원 개개인을 한 데 묶어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들어주는 데 주목한다. 또한 수묵화처럼 담백한 연출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언뜻 스크린 데뷔 초기의 장진영의 아우라를 연상시키는 아리무라 카스미는 일본의 '국민 첫사랑'이라 불리는 톱스타로, 절제된 감정 연기를 통해 순수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미혼모 아키라로 변신해 극 중 존재감을 보였다.
 

상실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연대감을 통해 가족성을 복원해주는 영화 <가족의 색깔>이었다.

/소셜큐레이터 시크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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