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TV 후보작이 사실상 무관에 가까왔던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케이블채널 ENA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배우 박은빈과 영화 <헤어질 결심>이 각각 TV부문과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28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방송인 신동엽, 배우 수지와 박보검이 진행한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결과 TV부문에서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3관왕을, 영화 <올빼미>와 다양성영화 <다음 소희>가 각각 3관왕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배우는 인생연기를 펼치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역의 메서드 연기로 평단에서 호평받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대상을 수상한 배우 박은빈이었다.
박은빈은 시상식 무대에 올라,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훌륭한 연기자들이 많은데 '우영우'를 사랑해 주신 많은 시청자들 덕에 상을 받게 된 것 같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알게 해 준 좋은 경험이 됐길 바란다. 이것이 다채로움으로 인식할 수 있길 바라며 연기했다. 어렵더라도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힘차게 내디딘 영우 발걸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TV부문 연출상까지 가져갔는데 유인식 감독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는 극본을 써준 작가님께 감사하다. 지난여름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에 우영우를 각인시켜 준 박은빈 배우의 놀라운 연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더 글로리>는 주연 배우 송혜교와 희대의 악역, 박은진 역의 배우 임지연이 최우수연기상과 조연상 등 TV부분 여자 연기상을 휩쓸었는데, 송혜교는 시상 무대에서 극 중 명대사인 "나 상 받았어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라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더 글로리>와 함께 JTBC 화제작 <재벌집 막내아들>의 배우 이성민은 TV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고. <수리남>의 배우 조우진인 남자 조연상을 가져갔다. 예술상은 화려한 미장센을 선보인 tvN의 <작은 아씨들> 류성희 미술감독이 차지했고 극본상은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 부문에서는 큰 이변 없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대상과 감독상(박찬욱), 여자 최우수연기상(탕웨이) 등 3관왕을 차지했다. 가장 먼저 시상된 감독상은 탕웨이가 대리 수상했다.
"태국에서 촬영을 하고 있어서 불참하게 됐다"라며 수상 소감을 전한 박 감독은 "많은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데 그중에 한 사람이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헤어질 결심'도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품에 참여하신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국내 각종 영화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던 탕웨이는 이날 무대에 올라, "2011년도에 〈만추〉라는 영화로 백상 시상식에 왔다. 지금은 2023년도이다. 또 같은 토끼의 해. 이것은 불가사의한 인연이다"라며 "한국의 모든 영화인, 한국 관객과 팬, 백상 심사위원진과 박찬욱 감독, 정서경 작가 등 스태프진과 박해일 및 배우진에게도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독특한 감정에서 생겨난 관계를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그려냈다고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잉크처럼 서서히 물들어가는 사랑의 감정을 밀려오는 파도에 슬픔을 실어내는 듯한 스산한 정서를 그려내며 마치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를 멜로 수사극으로 연출한 듯한 감성을 전했다.
조연상은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왜군 수령으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인 배우 변요한과 <육사오>에서 북한 여군으로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박세완이 수상했다.
신인 연기상은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쌍둥이 동생 1인 2역을 완벽히 소화해 낸 배우 박진영이, <다음 소희>에서 콜센터로 파견된 당찬 여고생이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 호평을 얻은 배우 김시은이 수상했다. 박진영은 아이유와 함께 틱톡 인기상을 받으며 군 입대를 앞두고 2관왕을 기념했다.
영화 부분 작품상을 수상한 <올빼미>는 연출을 맡은 안태진 감독이 신인 감독상을, 배우 류준열은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고 영화부문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다음 소희>의 신인 연기상 수상자인 배우 김시은은 구찌 임팩트 어워드 수상자로 호명되며 2관왕으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내년으로 60회째를 맞이하는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은 시대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며 지난해부터 후보작의 범위를 종편, 케이블방송,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OTT까지 확대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식의 연말 공중파 TV의 방송대상과 차별화해 눈길을 모았다. 또한 올해 공중파 TV에 굴욕을 안기며 한국판 골든글로브 시상식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